일찍 자려고 했는데 자정을 넘겨 일요일에서 월요일이 되었다. 이런저런 생각이 피어나길래 이곳에 기록해본다.
토요일 일요일 집 밖을 나가지 않았다. 토요일 오후에는 집에서 멀지 않은 '문화비축기지'에 가려고 했었고, 일요일에도 가족과 함께 야외에서 즐기고 싶었지만 공기가 워낙 좋지 않아 나가지 않았다. (9살과 7살 두 딸과 아내 이렇게 함께 상암동에서 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 안에서 아내와 아이들과 즐겁게 놀며 쉬며 잘 보냈다. 오늘은(아니.. 이제 어제구나) 오랜만에 아이들이 벽에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해서 큰 종이를 벽에 붙여주고 재료를 준비해주었다. 아이들이 놀고 나서 남은 물감으로 나도 겸사겸사 그림을 그렸다.
아내와 함께 이 아이들과 지낸다는 것은 내 인생의 가장 크고 긴 행운이다.
첫아이는 9살 올해 초등학교 2학년이 되었고 둘째는 7살이다.
대체로 모든 아이들이 그렇겠지만 이 아이들 역시 늘 현재에 집중한다. 마치 오늘만 있고 당장 내일도 너무 멀게 아득하게 느낀다. 그렇기 때문에 금방 빵 터져 웃다가도 또 금세 펑펑 울기도 한다. 이들과 보내는 현재는 늘 생생하게 살아있다. 이런 생생한 하루를 보낸 후에는 깊이 사색하게 된다. 꽤 안정적인 상태로.
아이들을 내 삶과 생활(그리고 일)에 더 가까이 초대하고 싶다.
자기 시대를 살아가야 할 아이들에게 지금 내가 해줄 수 있는 값진 일이 이것뿐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내 생각과 삶을 솔직하게 더 많이 공유하며 사는 것.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최선을 다해 보여주는 것...
이 아이들과 이 아이들이 살아갈 시대에 대한 나의 무지를 인정하고 그들이 그들의 감각과 사고를 통해 스스로 판단하여 살 수 있도록 나는 나의 세계에서 그들은 그들의 세계에서...
아이들에게 무엇을 줄지 머리 굴리지 말자. 있는 그대로 많이 보여주고 대화하고 함께 상상해보는 것. 그것으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