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밤 늦게까지 게임을 하다 이제야 일어나 창문을 여니 빗소리가 한창이다.
아스팔트가, 맨홀뚜껑이, 에어컨 실외기가 각각 다른 빗소리를 내고 있다.
지금 나는 어떤 빗소리를 내고 있을까?
삶이 달라진다는 것은 무엇일까?
꺼져있던 스마트폰 속에는 대출반납을 요구하는 도서관 문자 2개가 와있다. 대학시절에도 백수시절에도 직장인시절에도 항상 받아왔던 익숙한 문자들이다.
그러고보니 사람의 문자를 받은 적이 언제인가, 기억이 아득하다.
삶이 달라진다는 것은 무엇일까?
난 아직도 대학생때 형성된 가치관, 행동양식에서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달라지지 않으려 했던 노력이 성취를 이뤘지만
그 결과까지 같은 것은 아쉬울 수 밖에 없다.
친구들이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집을 사고 차를 사고 휴가를 가고 대출금 걱정을 할때
난 혼자서 책을 읽고 운동을 하고 게임을 하고 기획을 하고 코딩을 하고 사업을 하고 망하고 또 망하고 또 망하기만 했다.
그러면서 죽지 않는 방법은 익혔지만 크게 되는 방법은 아직 익히지 못했다.
즐거움 가득한 인생이지만 모두가 한심하게 보는 그런 인생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나는, 내 스타일대로, 내 스타일을 수정해 가며
내 길을 가고 있다.
삶이 달라진다는 것은 무었일까?
제각각의 빗소리처럼 나는 나의 소리를 내고 있다.
돌이켜보면 내 실패는 항상 다른 실패였다. 나는 매번 다른 소리를 내며 실패했다.
무엇이 내 삶을 달라지게 할 수 있을까?
빗소리를 들으며 코딩.
서버 설계를 바꾸고 디자인 Framwork을 바꾸고ㅠ 서비스 정책을 수립하고 Contract 코드를 보완하고 클라 연출을 가다듬는다.
내가 가질 수 있었지만 선택하지 않은 삶에 대해 아쉬움은 있어도 미련은 없다.
내 야망은 시궁창 속에 있어도 이 길이 아니면 안되었다.
평범한 건 다음 생에 하자. 혹은 다다음생에 하자. 언제든 할 수 있는 거니까.
다음 번 n생 중에 한번만 하자.
지금은 이 생을 달라지게 만드는 것에, 내 인생을 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