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년 동안, 어쩌면 그보다도 오랜 기간동안 이 정도로 웃긴 책을 읽은 적이 있었을까.
자기비하 개그의 위대함(?)을 깨닫게 해준 책이다.
달리기를 사랑하지만 마라톤 대회에는 흥미를 가져본적이 없었는데(경쟁없이 단지 달리기 자체를 즐겨왔다) 이 책을 계기로 올 가을 하프마라톤, 겨울에는 풀코스 마라톤에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나 자신도 26km 달려본게 최고 멀리 달렸던 기록이고 그것마저 나머지 6km는 기다시피 걸어와 기록이라 할 수없는 경험밖에 없으면서도 어찌보면 그런 한계를 체감하며 대회도전을 회피했던 부분이 있었음을 용기!있게 고백한다.
저자가 연습용으로 사용했던 run keeper 앱은 내가 저 26km를 달렸을 때 사용했던 바로 그 앱이다. 게다가 난 이미 철인 3종 경기를 위해 개발된 forunner 945 를 가지고 있고 꽤 괜찮은 소니 WF-1000XM3와 매달 정기 결제하고 있는 오디오 북들도 가지고 있지 않은가.
책에서 추천하던 거의 모든 장비들을 이미 가지고 있으면서도 하프마라톤 아니, 5km마라톤 대회 마저도 출전해 본적 없다는 것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언제나 즐기기 달리기만 해온 내 15km 최고 기록은 1시간 22분이다. 지난 3년 6개월간 일주일에 3,4번 30분~1시간 5km~10km씩 달렸지만 한번도 기록 향상을 위해 달려본적은 없다.
이제 그걸 한번 해보려는 거다. 수영도 배워 내 스마트워치에 걸맞는 철인3종 경기에도 나가보고 싶다.
최근 '인간의 인내력'에 대해 연구한 인듀어(Endure)라는 책을 함께 읽고 있는데 이 책 또한 걸작이다. 표어대로 "몸에서 마음까지, 인간의 한계를 깨는 위대한 질문'을 하고 있다. 인간은 왜 포기하는가.
그런데 이 인내력을 설명할때 100m달리기나 축구, 야구등이 예시로 나온적은 아직까지 한번도 없다(현재 201쪽까지 읽었다). 책 속 대다수의 예는 단연 마라톤과 울트라 마라톤, (남극점 도달이나 에베레스트 등정같은) 극한 트레일, 울트라 트레일, 아워레코드(1시간동안 전력을 기울여 혼자 달리는 사이클링) 등이 전부다.
단지 텍스트를 읽기만 하는대도 그 고통이 온몸으로 전해지며 얼굴 근육에 힘이 들어가는 운동들이다. 이런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나 또한 내 자신을 극한으로 몰아넣고 그 때 내 자신을 보고 싶다는 욕망이 꿈틀거린다.
극한 활동을 꽤 해왔지만 책 속에 있는 것처럼 뭔가 '멋진' 수준은 해본적이 없다. 그 중에서도 울트라 트레일과 울트라 마라톤 만큼은 정말로, 정말로 해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나를 지옥으로 몰아 넣으면 내 본래의 모습이 보였다. 그때의 감정들은 처량하고 외롭고 쓸쓸했지만 그 만큼 알싸한 절정감이 내 정신과 육체를 흥건히 적셨던 적도 없다.
다시 경험하고 싶어졌다ㅋ 이 감정의 시작을 이 유쾌상쾌한 책이 건드려줬다. 또,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