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부끄러운 중년 아재의 고백

in #kr-lovelove7 years ago (edited)

아주 오래전 일이다.

한동한 성공학에 관한 책들이 서점가를 휩쓸고 다닐때 내눈에 띄어 사놓고 몇장인가를 읽다가 덮어 놓았던 책이 생각난 것은... 주변의 잘 알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이혼한다고.. 멀리 떠난다고.. 나에게 뜬금없이 전화를 해대던 때일 게다.

항상 그럭저럭 잘살때는 아무 생각이 없다가 누군가가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떠난다고 전화질을 할때면 나는 왜 문뜩 그 책이 떠오르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아마도 사는것에 대한 회의가 스물스물 기어나와 나를 괴롭힐 때마다 위안을 삼을 심정으로 억지로 기억해 내려 애쓴것은 아닌가하는 애매한 정도의 추론을 할뿐..정확한 이유를 알지 못한다.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들어간 직장은 남들이 그런대로 부러워하는 월급 많이주고 일은 그다지 많지 않은, 그 당시로는 대기업보다도 인기가 꽤나 있던 곳이라 좋아했지만 실상은... 거의 매일 벌어지는 저녁회식과 야근 안해도 될일들을 야근시간 잡아놓는 분위기 잡는 팀장 눈치에 항상 저녁시간은 온전히 내것이 되지않는 시간들의 연속이었다.

산다는것은 내가 좋아하지도, 하고 싶지도 않는 일들을 해야만 하는것 이라고 위안 아닌 위안을 삼고 신입사원이 들어올 때마다 훈장질을 하기에도 지쳐가는 어느때인가 부터, 나는 문득 이민을 떠올렸고 여러 이민 관련 세미나가 열릴때마다 이곳 저곳을 많이도 기웃거렸다.

그러던중 우선 가보고 결정하자는 아내의 의견을 높이? 받들어서 회사에서 보내주는 연수기회를 얻기위해.. 그때는 정말 경제적 여유가 많지 않을때라.. 몇년간 열심히 외국어 공부를 했고..그덕에 일본, 미국,캐나다를 나가보게 되었고, 그리고 결정한 곳이 내게 젤 만만한 캐나다 기술이민...

다행히 캐나다에 기술이민이 가능한 좋은 보직? 덕분에 신청한 이민은 6개월이 채 안되서 나왔고 우여곡절속에 이민을 오게된다. 모든게 잘 될거라며 연신 웃는얼굴로 나온 캐나다 피어슨 공항의 차가운 겨울 공기는 나를 속살까지 꽁꽁 얼어붙게 했지만 새로운 것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희망을 가지고 있었던 시절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무모하기도 하고 용감하기도 한 선택이었지만 그러한 나에게는 항상 우군이 하나있었다. 나를 이해하고 지지해주는 고마운 아내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주변에서 만류도 많이 했었고 고민도 많이 했지만..그러나.. 나는 항상 그때마다 같은 말을 했던것 같다.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 먼 공간은 점점 가까워지고 어디에 살던 자신의 사는 가치가 더 중요한 시대가 올거라고..

지금도 이 신념에는 변화가없다. 언젠가, 이제는 훌적 커서 학교졸업하고 미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딸이 한번은 이런 말을 한적이 있다. "나에게 이런 기회를 준 부모님에게 정말 고마운 생각을 가진다고"

그리고 결론은 항상 같았다.

나를 이해해주고 믿어주는 내 아내가 내곁에 있는한 ..그곳이 천국이고, 그곳이 내가 같이 살아갈 곳이라는..

요즈음은 나보다도 더 용감하고 당당하게 이곳에서 삶을 해쳐 나가면서 살고있는 나의 아내를 볼때면.. 그녀는 누구보다도 자신을 사랑하고 그 자신의 사랑을 알기에 가족과 주변 사람들과 함께 사랑하며 이민생활을 슬기롭게 잘하고 있다는것을.. 아마도 이제는 나이를 먹나보다.. 아내 자랑질을 이렇게 쉽게 하는것을 보면..

살며 사랑하며 배운다.

나는 항상 이 세 단어중 사랑한다 에 부끄럼증을 느끼는 평범한 중년 아재다. 그렇지만... 얼마전부터는 이말을 의도적으로 남발?하고 다닌다. 참고로 여기서는 아주 흔한 말이다...음식 보고도 해대니 말이다.
그리고... 그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내 주변에 그 어떤 이유가 되서든 나보다 먼저 떠난 많은 분들에게 나는 왜 이말을 하지못했는지.. 언젠가부터 많은 회한이 몰려오기 시작하면서 일것이다.

어떻게보면 우리들의 인생이란 우리가 아는것보다 더 단순하고 가벼울수도 있지 않을까?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작가가 말하는 자신의 신념을 가진다 해도 말이다.

우리는 살고 배우는것을 굳이 책에서나, 남에게 얻을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모든것은 내 안에 존재하고 그 있음을 알게 되기만 한다면...
그러나 사랑하는 것은 표현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일 게다. 내가 행동으로 보여주지 않으면 일어나지 않는일이 될지도 모른다.

오늘도 진심을 다해 사랑한다고 연발하자. 가장 가까이있는 당신의 온전한 우군에게 먼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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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같은 10년차 이민자라 충분히 공감하고 갑니다.
꼭 저희 신랑이 쓴 글 같은....ㅎㅎㅎ

그러셨군요.^^ 저도 알것 같습니다. 이민오신분들은 공통적으로 느끼는..

저희 COSINT 이벤트에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기대할게요~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kr-pen은 첨 올려봅니다.^^

사랑. 정말 좋아하는 말입니다. 남편돌아오면 사랑한다고 말해줘야겠어요 ㅋㅋㅋㅋㅋ 오늘 만우절이라서 재밌겠어요 ㅋㅋㅋㅋ

네 꼭 말로 표현해주세요..좋아하시겠네요.^^

새로운 한주 화이팅!!!
가즈아!

저도 많이 공감하는 이야기네요. 저도 이민와서 아이들 키우면서 느끼는...

그러셨군요..이민오신분들은 많이들 공감하시는것 같네요.ㅎㅎ

정말 감동적이에요:) 함께하는 동반자가 사랑을 주고 사랑을 받고, 믿음을 준다는게 어쩌면 가장 큰 행운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민이 쉽지 않은 결정이셨을텐데 대단하세요.

감사합니다. 아마도 이민생활이 더 많이 서로 소통하게하는것 같아요^^

왜 글 읽고 눈물이 나오는지 모르겠습니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에 다녔지만 만족하지 못했고 핀란드에 왔습니다. 잘한 선택이라고 언젠가 당당히 말하는 날이 오겠죠...ㅠㅠㅋ

시간이 지나면 충분히 잘한일이라고 생각하시게 될겁니다.^^

캐나다에 계시는군요.
저랑 남편도 한때 이민을 너무나 하고 싶었었습니다.
워낙 기술도 없고, 돈도 없고, 아마도 용기도 없었는지... 이루지 못한 꿈이네요.
아직도 이번 생이 끝나기 전에 꼭 다른 나라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허황된(?) 꿈을 꾸고는 있지만요...

사랑한다는 말을 아끼지 않는 사람이 되셨다니, 그것만으로도 잘 살고 계신 듯합니다.
저도 매우 열심히 그 말을 하고 살려고 했으나 분위기상 꾸준히 그러지 못하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우리 문화에서는 오글거리는 단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너무 많잖아요.ㅋ

'부끄러운 고백'이라고 하셨는데, 잔잔히 마음을 울리는 이야기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나이가 더들어서 은퇴하면 한국의 제주도에서 살아보고 싶네요.ㅎㅎ 미국에서 공무원으로 은퇴하신 분이 제주도에서 봉사활동 하면서 지내는 글을 보고 부럽더라구요. 작은일에도 서로 표현하고 사는것도 나쁘지 않을듯 합니다.^^

예쁜 글이네요. 뭔가 모르게 감정을 꾹꾹 눌러 쓰신 것 같은데도 넘치는 감정이 막 느껴집니다... 더욱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