뭄바이에 터전을 잡은지 어언 보름이 지나간다. 일 때문에 힘들고, 몸살기운도 있고 해서그간 잡생각 할 여력도 없었지만, 오늘은 그래도 무언가 그간 보고 느낀 바를 한번 정리해 보고자 한다.일단 여기와서 확인한 흥미로운 사실은 뭄바이의 주택가격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이 형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2017년 IMF 기준 일인당 GDP가 고작 1,852불에 불과한 이 나라의 평당 아파트의 가격은 서울보다는 오히려 홍콩과 비교해야 할 정도다. 그러니까 2012년 기준으로 가장 비싸게 거래된 아파트가 다음 사진에서 보여지는 Cuffe Parade's Jolly Maker 1이라는 매물인데, 무려 40년 연식이 된 이 아파트의 단위면적(sq ft.)당 가격은 1.11 Lakh이다. 인도에서 Lakh는 100,000을 뜻하며, 1 제곱피트는 약 0.028 평이므로, 금일 기준 환율(2018.01.23, 1 INR = 16.88 KRW)로 보자면 대략 평당 6천6백만원에 이르는 가격이다. (66,556,986원 =1.11 * 10^5 / 0.028 * 16.88) 그렇다고 이 아파트가 뭐 왕족이나 사는 으리으리한 집이냐. 그것도 아니다. 아래 사진에서 보여진 바와 같이 고냥 용적율 만빵으로 채워진 오래된 아파트에 불과하다.
[뭐 위치가 대영제국 시절부터 인도의 관문이라는 Gateway of India 근처에 있다지만, 그래도 외관 상50억원(면적 241m2 기준)이나 주고 들어가서 살 수준은 아니지 않나...]
여하튼 지금 내가 임시로 거주하는 차트라파티 시바지 국제공항 인근의 아파트도, 뭐 미국의 기자 캐서린 부(Katherine Boo)가 집필한 안나와디의 아이들(원제: Behind the Beautiful Forevers) 에 등장하는 슬럼가 인근임에도 불구하고 84m2의 매매가는 한화로 5억원에 육박한다.
[슬럼가 아이들에게 부디 희망을]
여기까지는 그저 뭄바이의 높은 부동산 가격에 대한 가십거리 수준이지만, 이제부터 살펴 볼 이야기는 조금 더 제목과 가까워진다. 그러니까 인도의 중앙은행, RBI(Reserve Bank Of India)이 2015년 작성한 Recent Trends in Residential Property Prices in India: An exploration using housing loan data란 제목의 자료를 더듬어 보면 09년을 기준(100)으로 13-14년 196까지 치솟았던 주택가격 인덱스가 그것을 기점으로 떨어지기 시작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에 또 이건 뭐 인도 전체 기준이고, 본 보고서 링크를 타고 들어가서 Annex -2: Data Tables - Table 1 ; City-wise and All-India Quarterly Residential Property Price Indices에서 Greater Mumbai를 찾아보면 알 수 14년을 기준으로 지수의 꺾임을 확인할 수 있다]
여튼 뭐 이러한 현상은 비단 14-15년에 끝난 것만은 아니고, 인도의 민족정론지(?!) 힌두스탄타임즈의 올해 초 기사(Property transactions in Mumbai slow down as homebuyers hunt, wait for good deals, 2018.01.15)를 보면 그 현상이 더 심해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괜히 민족정론지가 아니다. Hindustan은 2017년 상반기 평균 판매부수가 273만부에 이른다. 역시 인구대국의 스케일...] 출처: 위키백과 'List of newspapers in India by circulation'
상기 기사에 따르면 최근 뭄바이 지역 건설 경기 침체 및 매출 감소로 2010년 이후 처음으로 부동산 가격이 뭄바이 대도시 평균(Mumbai Metropolitan Region) 11%-12% 가량 하락했다고 한다. 일부 건설사들은 25% 할인까지 내걸기도 했다고 하는데, 대략 80%의 건설사들이 스페셜 가격 및 세금면제, 24개월 임대 보증, 선물 등과 같은 혜택을 내건다고 한다. 뭐 강남 아파트 재건축의 이사비용 문제는 비단 서울만의 문제는 아닌 것으로.
여튼 기사는 이러한 현상이 파생시킨 현상에 대해서도 서술하는데, 부동산 리서치 회사의 CEO Pankaj Kapoor의 말에 따르면, 경기침체로 인해 주택 구매자들은 적어도 향후 2년간 가격이 상승하지 않을 것으로 확신하여 서두르지 않는다고 한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이전에는 런칭하는 단계 이전에 사람들이 주택구매 예약하기를 서둘렀지만, 지금은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다고. 그래서 결국 구매자들은 주택을 구매하지 않고 기다리는 것이 최고의 거래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뭄바이 전경, 출처: 상기 링크된 HT기사]
이처럼 주택가격이 하락되는 추세가 확실시 되면 많은 사람들은 결코 주택구매를 서두르지 않는다. 자산시장에서 특정 자산이 상승할 것이라 판단되면 롱포지션으로 가고, 특정 자산의 가치가 하락할 것을 예상하면 숏포지션으로 가는 것과 같이, 주택시장에서도 가격이 하락세에 있으면 결코 사람들은 자가비율을 늘리지 않는다.
아울러 앞서 인도 중앙은행(RBI) Index에서 보여진 바와 같이 한국 뿐만 아니라 인도와 같은 개발도상국은 물론 세계 어느 나라나 부동산의 가격은 일정기간에 따라 등락을 보인다. 이것은 제도나 정책의 영향일 수 있고, 세계경기나 금리 등의 영향을 받을 수도 있고, 수요-공급의 불일치에 의해 발생할 수도 있다. 그저 한국 밖의 부동산 시장은 쳐다보지도 않고 "부동산 가격은 잡는 것이 진리이지"라는 생각이 옳은 명제라 생각하는 것은 조금 나이브한 시선이지 않나 싶다.
[그러하다. 선진국이라 하는 캐나다나 호주와 스위스 같은 나라도 십년 사이에 수십% 씩 오르곤 한다]출처: The Economist 'Foreign buyers push up global house prices', 2017.03.11
물론 과도하게 주택가격이 상승하지 않게 적당한 수준으로 국가에서 공급량을 책정하고 관리하는 것은 중요하다 할 수 있다. 하지만 과도하게 주택가격을 그대로 유지시키거나 낮춘다고 하여 모두가 행복해지는 세상은 올리 만무하다.
미국의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Paul Krugman)이 인플레이션과 관련하여 종종 드는 이야기 중 '통화 이론과 그레이트 캐피톨힐 베이비시팅 협동조합의 위기'라는 예화가 있다. 실제로 미국 워싱턴 DC 국회 인근의 주거지역인 이 캐피톨힐에서 약 150쌍의 젊은 부부가 쿠폰을 발행하여 한 시간 동안 아이를 맡기는 권리를 유통시켰는데, 서로 쿠폰을 아끼다보니 유통 자체가 되지 않았다고.
문제를 해결한 지점은 쿠폰의 공급을 늘리는 조치였다. 게다가 겨울에 쌓은 5시간의 베이비 시팅 신용을 여름이 되면 4시간으로 축소시키는 등의 인플레이션(=시간에 따라 돈의 가치가 하락되는 =실물의 가치가 상승하는)을 도입함에 따라 유통이 활발히 되어 젊은 부부들은 쿠폰을 사용하여 외출 빈도를 늘리고 베이비 시팅의 기회를 확대시켰다고 한다.
[아니 뭐 상기 베이비시팅 사례가 궁금하신 분들은 폴크르구먼의 '불황의 경제학' 대략 117페이지 정도 펼치면 나오니 참고하시길... 흠흠]
이렇듯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 어떠한 자산이든 가치가 떨어진다고 해서 다수의 행복이 찾아오지는 않는다. 부동산 가격이 하락되거나 유지된다는 확신이 있다면, 사람들은 굳이 집을 구매하지 않는다. 부디 그러한 점을 인지하여 조금은 정교한 정책을 만들어줬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목적어 없음 ㅋ)
뭐 개인적으로 나는 폭락도 버블도 원하지 않는다. 나 자신이 Stable한 인생을 원하듯이, 부디 시장도 그렇게 물 흐르듯이 흘러갔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가장 앞에는 kr 태그를 첨부해주시면 좋습니다:) 글 잘쓰시는 분들이 많이 들어오고 계시네요. 다양한 분야에 지적 호기심을 채울 수 있어 너무 기쁜 요즘입니다 @홍보해
늘 스팀조언에 대해 감사합니다. 초보자라 많은 가르침이 필요합니다 :)
선보틴 후정독 !
오늘도 잘 읽고 갑니다!!
good work
thank you for sharing
어떻게 보면 부동산 가격은 물가의 상승률에 연동하여 완만하게 올라가는게 제일 좋을 것 같습니다. 너무 급격하게 올라버리면 이제는 무서워서 들어가기가 어렵고, 계속 빠지면 더 빠질 것을 기대해서 들어가기가 어렵고 말이죠. 그나저나 뭄바이의 부동산 가격은 좀 무섭네요. 오히려 서울 집값이 싼건가요...(...)
페이스북에서 부터 열독하고 있습니다. 잘읽고갑니다!
좋은 자료 공부하고 갑니다. 저도 부동산 가격이 떨어진다고 한들 좋은 세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고 있었거든요. 어차피 내가 사는 집도 떨어지는것이니까요. 다만, 신규수요자들에게 "Reasonable" 한 시장이 되기를 바랄뿐입니다. 몇몇 특정지역의 부동산 가격은 이해하기 힘든 정도니깐요 ^^
보팅않을 수가 없네요^^ 정독했습니다. 정답은 없지만 요즘 서울 부동산 전망에 대해 이리저리 자료들 보면서 관심있게 찾아보고 있는데 이리도 좋은 글이 :D 팔로우 하도 갑니다!! 하루 잘 마무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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