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 자유와 구속, 그리고 미래] 4. 두 번째 금융 제국, 영국 성장의 서막

in #kr-history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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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역사적 대 사건들을 뒤져보면 어김없이 그 배후에는 경제적 사건 사고들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십자군 전쟁도 그랬고, 네덜란드의 독립전쟁 역시 상인들이 배후에 있었으며, 오늘부터 언급할 대영제국의 시발점도 그 배후에는 경제적 문제가 있었습니다. 면죄부와 같은 가톨릭의 타락이나 마르틴 루터의 개혁은 그저 겉으로 드러난 표상에 불과합니다.

물론 당시 있었던 교회의 타락은 매우 심각했습니다. "은화가 돈 통에 땡그랑 소리를 내며 들어가는 순간 지옥에 갇힌 영혼이 천국으로 승천할 수 있다."고 말한 교황 알렉산더 6세의 이야기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그가 교황 재임 기간에 공개적으로 - 최고의 수익수단이던 - 대규모 윤락업소를 운영한데다 토지와 세금을 엄청나게 거두어들였죠. 그 당시 거두어진 세금들로 인해 지금 바티칸의 다양한 예술품이 남아있게 되었다는 것이 조금 아이러니하긴 합니다만, 그 점은 넘어가도록 합시다.

신성로마제국에서 교회는 전국 토지의 1/3을 차지하고 있었고, 매년 금화 300,000개를 세금으로 거두고 있었습니다. 참고로 국왕의 수입은 금화 15,000개에 불과했습니다. 각자의 이유는 모두 달랐겠지만 국왕, 영주와 시민들은 지나친 교회의 수탈에 면죄부라는 또다른 비지니스 모델을 통해 제한된 경제 풀에 속한 돈을 교회가 모두 흡입하는것을 원치 않았습니다. 세속 권력과 교회 권력의 대립이 발생한 것입니다.


개방경지처럼 쓰이고 있는 토지에 대한 사유지 표기가 인클로저 운동입니다.

세속 권력과 교회 권력의 극단적 대립은 헨리 8세 치하의 영국에서 일어났습니다. 스페인 왕실 출신의 캐서린 왕비를 축출하고 앤 블린이 가진 '신교도 출신의 장인이라는 인적 네트워크'를 확보하기 위해 헨리 8세는 종교개혁이라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앤 블린을 권좌에 올리면서 "안심하십시오. 장인 여러분, 영국은 종교탄압에서 안전합니다!"를 외친거죠. 그러면서 「수장령」을 통해 교황청과의 관계를 아예 단절하고, 국왕 본인이 인클로저 운동을 진행하면서 토지를 '국왕의 것'으로 두지 않고 '사유지'로 인정하게 됩니다.

국왕에게는 항상 넉넉한 자금이 필요합니다. 국왕으로의 풍족한 생활을 누리는 것을 떠나, 나라를 다스리는데 필요한 자금도 필요하고요. 전쟁을 치르기 위해서도 돈이 필요합니다. 헨리 8세는 인클로저 운동과 더불어 가톨릭을 종교적으로 탄압했다고 규정하고 수도원의 모든 토지를 몰수합니다. 그 토지를 귀족이나 자산계급에게 '매각'했죠. 최종적으로 전국 토지의 70%, 영주가 보유한 토지의 50%가 매각됩니다.

토지의 이런 매매는 지금까지 중세시대에서 나타났던 부의 분배와 반대되는 흐름을 보인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보아야 합니다. 영주직의 계승이나 정략결혼 등으로 부와 권력이 영주 혹은 권력집단에게 집중되어 분배되던데서, 권력이 이동되고 부의 재분배 역할을 한 것입니다. 토지가 더 이상 왕의 것이 아니라, 화폐와 더불어 '자유로운 교역이 가능한 상품'으로 변모한 것이죠.


사유재산 철폐, 짧은 노동시간 등 유토피아는 공상적 사회주의에 가깝습니다.

「유토피아」의 저자 토마스 모어는 인클로저 운동을 가리켜 "양이 사람을 먹어치웠다."고 비난했습니다. 하지만 토지가 '사회적 부'가 되면서 토지를 이용해 부를 축적하기 위한 다양한 응용방안이 이루어졌고, 양모를 사용한 직조와 그 직조를 빠르게 하기 위한 증기기관의 개발과 산업혁명, 직조물에 대한 안정적 매각을 위한 시장 확보 - 그 유명한 식민지죠 - 가 복잡하게 얽혀들면서 이후 영국은 초대형 제국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영국 발전의 토대는 공장제 방직이었지만, 그 배후에는 목축업을 융성하게 만든 자산으로서의 토지 가치의 발견과 더불어 바티칸, 그리고 스페인과의 싸움까지 불사하며 종교 자유화를 빌미로 한자 동맹에 있었던, 암스테르담에 있었던 엄청난 수의 장인들을 확보해서 런던과 도버를 하나의 큰 무역의 축으로 만들었습니다.

물론 인클로저 운동이 100% 옳았다는 것은 아닙니다. 상당수 농노들은 삶의 터전을 잃고 도시로 상경해 노동자가 되거나 부랑자가 되어 떠돌았습니다. 이 시기 부랑자 문제는 매우 심각해서, 「빈민구제법」을 공표해 3회 이상 부랑자로 체포되면 사형에 처하기까지 했습니다. 이런 사례만 보아도 당장 당시의 영국은 국민을 위하거나 국가를 부강하게 한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정책을 수행했다기보다, 스스로의 이익을 위해 움직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헨리 8세의 인클로저 운동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긴 합니다만...

헨리 8세가 수도원을 삥뜯어 얻은 재산이 사라질 무렵, 엘리자베스 1세가 즉위합니다. 엘리자베스 1세는 정략결혼을 활용하고 무적함대를 격멸시키는 등 영국의 부흥을 위해 일생을 바쳤습니다만, 그 당시 영국의 직조는 증기기관의 발명까지는 경제적으로 무언가 새로운 성과를 보여주진 못했죠. 덕분에 영국 왕실의 재정은 바닥이 나버렸고, 이는 젠트리와 요우먼으로 구성된 의회의 권력 강화를 낳았습니다.

박살난 왕실 예산을 특별세금을 거두는 방식으로 스코틀랜드 정벌 등을 위한 자금 모집을 하려던 찰스 1세는 의회의 <권리청원>이라는 거대한 암초를 만납니다. 권리청원은 국왕의 체포권과 징수권 모두를 국회의 비준 하에 거둘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권리청원(Petition of Rights)

  1. 어느 누구도 법률에 의하지 않고서 함부로 구속되거나 구금되지 않는다.
  2. 국민은 군법으로 처벌해서는 안된다.
  3. 군인이 강제로 민간인의 집에 머무를수 없다.
  4. 평화시에는 계엄령을 선포할수 없다.
  5. 의회의 동의없이 과세할수 없다.

모든 권리를 제약받은 찰스 1세는 요크로 가서 왕당파를 모아 전쟁을 일으킵니다만, 스코틀랜드와 미리 '엄숙동맹'을 맺은 의회파에 의해 떡이 되고 맙니다. 그리고 긴 전쟁의 끝에 올리버 크롬웰이 대두됩니다. 의회 지시를 묵살한 채 런던에 입성하여 2/3에 해당하는 의원을 축출하고 새로운 의회를 만든 크롬웰은 새로운 독재자가 되었습니다.

이후 크롬웰의 행보는 극히 패도적이었습니다. '자유를 달라'라는 하원 의원들의 말에 '당신들은 이미 숨 쉴 자유를 누리고 있다'고 반박하며 의뢰를 해산했죠. 그러면 다시 한번 이런 질문을 던져볼 수 있습니다. 같은 독재이자 패도인데 크롬웰은 되고 왜 찰스 1세는 안됐을까요? 크롬웰이 더 도덕적이었고 더 정통성이 있었을까요? 아닙니다. 바로 돈의 문제였습니다. 찰스 1세는 징수권이 없었지만 의회를 무력화해버린 크롬웰은 돈을 거둘 수 있었죠. 물론 그 와중에 불어난 재정 적자와 이를 막기 위한 디노미네이션, 악화의 등장은 덤이었습니다.


결국 왕정복고가 일어나긴 합니다만... 혼란은 지금부터였습니다.

스튜어트 왕조의 복위는 당시 상비군이 없었던 초기 근대국가의 한계성과 세금을 납부해야 할 상인들의 정치적 입지 강화가 크롬웰 정권을 몰아낸 필연적인 결과라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면서 발생한 근대 금융의 대규모 참사가 바로 남해회사, South Sea Company의 대규모 사기극이었습니다.

네덜란드에게 마지막 일격을 가했던 튤립 거품과 달리, 영국의 금융 참사는 파국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다음 포스팅에서 좀 더 자세히 남해회사의 사건과 이 전후 영국 왕실, 잉글랜드 은행, 컨트리뱅크의 역할을 보면 왜 이런 고난을 딛고 영국이 비로소 대규모 금융 제국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를 짐작할 수 있게 됩니다.

다음 포스팅에서 뵙겠습니다.


글을 맘 잡고 써야 되는데... 참 답답합니다. 하나는 여기를 무슨 돈주면 올려주는 네이버 뉴스스탠드마냥 인식하고 있고, 또 하나는 여기저기 굵은 글씨로 패악질을 부리고 있는데 진짜 중요한건 좌우나 남녀, 노소, (SP)빈부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과 인간 간에 만들어진 사회 속에서 지켜야 할 예의의 문제인걸 이해를 못하는건지...

@hogu님께의 답변입니다. @leeyh님, @wikitree님 모두 이번 다운보팅은 "Disagreement on reward"에 해당하는 케이스입니다. @leeyh님은 #kr 내부의 자정을 위해 어느 정도의 경고가 필요하다고 판단되었기에 다운보팅 된 것이며, 특히 @wikitree는 보팅봇을 통해 과도하게 올라간 모든 콘텐츠를 비롯하여 trending을 점거하여 다른 사용자들의 글을 막아버린 채 뻔뻔하게 이것을 옹호하는 태도에 대해 #kr에 대한 프리라이딩이라 판단하여 다운보팅 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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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유명한 마그나카르타가 이때 나온거죠?ㅎㅎ

오우 멋집니다.. 좋은 글 보구 가요.

앞으로 스팀잇이 어떤 문화를 만들어 나갈지 궁금합니다. 잘 읽고 갑니다.

역사속에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 있는 것 같네요.
다음 이야기도 기다려집니다. 튤립 거품은 들어봤지만 남해회사는 처음이네요. 왠지 캐러비안의 해적이 나올 것 같은 이름이긴 한데.. ㅋㅋ 이송합니다. 세계사도 흥미롭네요.

마찬가지로 최근 일들은 과거 언론사와 댓글문화가 만든 또다른 거울이라고 생각됩니다.

엘리자베스 여왕과 유능한 가신들이 대제국 스페인을 상대로 선전을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스페인은 세계각지의 식민지로 몇년만에 무적함대를 재현했고 소국이었던 영국은 그당시 유럽국가들처럼 전비지출의 마수에 걸려들어 여왕 본인부터가 왕실자산 매각등으로 검소하게 생활하려 했으나 국가재정이 파탄났죠. 명군이었으나 청교도혁명의 시초를 제공했으니 아이러니 합니다.

지켜야될 예의를 지키지 못하는 분들이 갑자기 많이 보이는 듯 해요.

헉교회의타락이이렇게나ㅜㅜ 어느나라든타락은피할수없었나봅니다 다음포스팅도기대할께요^^

유럽의 역사는 언제 봐도 흥미진진하네요.
kr 커뮤니티를 위해서 애쓰시는 모습 감사드리고 응원합니다.

오늘도 좋은 글 잘보고 갑니다.
요즈음 미세먼지가 심하니 마스크도 꼭 챙기시길 바랍니다.

내용이 흥미진진하네요~

백화선생님, 항상 좋은글 잘 보고 있습니다. 좋은 공부가 되고 있네요 ㅋㅋ 언제 한번 날 잡아 다시 정독해봐야할 가치있는 글이네요 ㅋ
그리고 건전한 스팀잇을 위해 응원합니다^^

역사적인 사실이 예전에 배운 역사책으로 보는것 보다 사실적이고 이해가 빨리 오네요. 정말 재밌는 구성으로 보았으며, 담편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코인의 봄바람이 약하지만 뚜렷이 온도차가 있는것으로 보아 좀더 인내를 추가해야 겠네요. ^^

역사에 대한 글은 언제나 제 가슴을 울립니다. ^^
특히나 중세와 근대 역사는 더 흥미진진하죠
좋은 포스팅 감사합니다.

잘 읽고 갑니다.
종교와 돈은 바로 권력입니다.
올바른 종교인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스팀잇에서 스파가 권력이 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스팀잇의 자정 능력을 더 기대합니다.

오타가 있습니다.
'당신들은 이미 숨 쉴 자유를 누리고 있다'고 반박하며 의뢰를 해산했죠.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항상 좋은글 읽고 있습니다

영국의 금융대국으로 올라서는 내용 빨리 보고 싶네요. 행복한 휴일 되세요.

글이 딱 궁금한 부분에서 끝나네요. ㅎㅎ
다음 글 기대합니다.

유럽역사는 볼수록 재미있는것 같습니다 ㅎㅎ 만약 그 시대에 태어났다면 저는 뭘 했을지 궁금합니다. ^^

이름은 빈민구제법인데 정작 빈민을 사형하는 법이라니 ㅎㅎㅎㅎ

@noctisk님께 다시 질문을 드려봅니다.
다운보팅에 그 자체에 대해 이해를 하지 못한 게 아닙니다.
다운보팅을 하게 된 경위와 그 이유에 대해선 동감합니다. 허나
@leeyh님의 경우 뉴비지원계정인 @jerry.van.lee 계정에 까지 다운보팅이 이루어 졌고,
@wikitree 계정의 경우 문제로 지적된 kr태그, 보팅봇, 셀프보팅과 무관한 글에도 다운 보팅을 하고 계십니다.

전 이러한 점에 의문을 가졌고 정말로 정당한 지에 대해 여쭤본 것임을 밝힙니다.

  1. @jerry.van.lee의 경우 동일 범위 내 동일 계정에 해당한다고 판단, 다운보팅을 진행하였습니다.
  2. @wikitree의 경우 대표의 발언 포스팅을 참고해주세요. 앞으로 어떤 포스팅에 대해서도 @wikitree에 대해서는 보상조절을 진행하겠습니다.

읽어도 뭔 이야기 인지 모르겠습니다. ㅠ.ㅠ 분명히 중간까지는 잘 따라간거 같은데...^^;;;

올리시는 글보면 얼마나 대단한 지식을 가지고 계신지 놀라지 않을수없습니다^^
늘 잘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딘^^

몰랐던 개념과 역사에 대해 아버지가 딸에게 설명하듯 풀어주셔서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몰랐던 영국역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