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에 요약본 및 내 견해도 씀.
1.
시위의 정당성을 두고 진지하게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보고 있으면 진짜 코메디다.
홍대 몰카사건의 범인이 신속히 잡힌 이유는 단순히 여성이라서가 아닌 다른 복합적인 이유들이 있기 때문이라며 그것들을 차례대로 나열하는데, 그거 알아보려고 인터넷 뒤적거리는 모습을 상상하고 있자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여성들이 왜 분노했는지 묻는다면, 사실 모두가 마음 속으로는 알고 있지 않나.
전국의 여성 공중화장실 중 구멍이 없는 화장실이 있을까? 이 말을 1차원적으로 이해하는 사람은 없겠지.
여성분들 중 몰카에 찍히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왜 구글에 한국어로 '길거리'를 검색하면 여성들 몰카가 나올까?
왜 지금까지의 수많은 몰카 피해자 여성들은 본인이 직접 경찰서에 가도 '그런건 못 잡아요' 라는 말만 듣고 나왔을까?
한국 야동이 해외에서 'molka porn' 라는 이름으로 불리는걸 알고는 있을까?
2.
좀 솔직해지자.
한국 남성들은 말한다.
"야동 안보는 남자가 어딨어!"
그리고 정말 그런 것에 관심 없는 남성에게 비아냥 거리며 말한다.
"이새끼 이거, 괜히 안보는 척 하네."
"너도 인마, 보는거 다 알아. 혼자 깨끗한 척 하지마~."
"너 설마 아다냐? 찐따 새끼."
야동은 남성들에게 있어서 당연한 것,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본인들이 말한다.
그런 사람들이 몰카규탄 시위를 보고 모든 남성을 일반화하네, 어쩌네 하고 있다.
3-1.
대놓고 몰카규탄 시위를 두고 정당성을 논하지 않는 남성들도, 이번 문재인 재기해 구호를 두고 광분하고 있다. 이것은 정의로운 행동이라고 본인들이 포장하지만, 실은 건수를 잡아서 트집을 잡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아, 진정하시라. 나도 저 구호가 썩 맘에 들지 않는 것이 사실이고, 시위의 본질을 위해서는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이라는 것에 동의한다.
3-2.
우리가 여기서 살펴보아야 할 점은,
'과연 남성들이 다른 시위의 폭력성에 대해서도 이만큼이나 광분했나'이다.
촛불시위 때 박근혜를 닭년이라고 칭하고, 정유라를 강간해야 한다는 둥,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하네 등등의 것들은 물론이고 박근혜 합성 사진도 만들어졌으며 별별 것들이 다 나왔었다.
여기서 사람들은 말하겠지, "그거랑 그거랑 같냐!"
글쎄, 중요한 건 당신들이 박근혜를 욕할 때 박근혜 자체가 아닌 박근혜의 여성성을 공격해서 미소지니를 드러냈다는 점이지.
3-3.
촛불시위는 좀 비교하기 좋아서 써먹은 거고, 다른 시위도 마찬가지다.
기본적으로 시위라는게 폭력적이지 않을 수 없다.
평화시위라고 알려진 촛불시위 마저도 경찰차 창문을 부쉈고, 수많은 여성 참가자들이 온갖 성희롱/성추행 당했다.
자, 그래서 아까 말했듯이, 여기서 중요한 점은?
남성들이 과연 다른 시위에서도 이만큼이나 광분했느냐, 이거지.
재기해는 트집 잡힐 건수를 제공해 준 것 뿐이고, 당신들은 애시당초에 그 시위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거면서 괜히 정의로운 척 하지 말라는 거야.
'재기해'를 듣고 마음 아프지 않았잖아. 오히려 신났잖아.
저 년들을 욕할 수 있게 돼서 당신의 마음은 들떠있잖아.
3-4.
그리고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자면,
구호는 '문재인 재기해'가 아니라 스테프가 '문제를 제기한다!'라고 외치면 뒤따라서 '제기해!' 라고 외치는 거라고 한다.
근데 이건 별 상관이 없다고 보고 있다.
6만명 가량이 모인 시위에서, 앞에서 '문제를 제기한다'고 외친들 그게 그대로 전달될리가?
뒤에 있던 사람들은 신나게 외쳤겠지 뭐.
"문재인 재기해!"
차라리 문재인 재기해를 '문제를 제기한다'라고 변명하지 않는게 더 일관성 있었을 텐데.
그 변명은 좀, 구차하다. 유치하기도 하고.
3-5. (완결)
나는 '문재인 재기해' 가 나오게 된 맥락을 좀 짚어주고 싶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여성 대상 범죄 대응책들은 실질적이지 못했다. 데이트폭력 삼진아웃제나 불법촬영범 단속 강화는 범죄의 근원을 차단시키지 못한다.
여성을 포함한 사회적 소수자, 약자들에 대한 정책을 계속 '나중에'로 미루는 모습을 보인 게 여성들의 분노를 산 거겠지. 물론 나도 여성으로서 대응책이 상당히 실망스러운 게 사실이고.
그래서 문재인 재기해가 나왔을텐데,
아 어쨌든. 나는 문재인 재기해를 찬성하지 않는다. 시위의 목적성을 다분히 떨어트리며 외부 공격을 받기가 아주 쉬운 환경을 만들어 버렸다. 이런 면에서 나는 시위 주최측이 나이브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4.
다 떠나서 이건 확실하다.
수많은 여성들이 불법촬영물로 괴로워하며 우울증에 걸리고 이민을 가고 자살을 할 때, 사회는 침묵했고 남성들은 '유작'이라며 그것을 돌려보고 이나라를 몰카 공화국으로 만들었다. 당신들이 몰카규탄 시위를 비난하는 만큼 몰카 촬영을 비판했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당신들은 가해자고 방관자다.
덧붙이자면, 시위에 참여하는 6만명의 페미니스트들 중 그 구호를 비판하는 사람은 굉장히 많다.
시위에 참여하는 6만명이 모두 '생물학적 여성만'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대의에 찬성하기에, 여성 인권 신장을 위해 그 자리에 모인거다.
운동권 밖의 사람들이 그 시위에 참여한 페미니스트들을 두고 왈가왈부 하는 모습은 굉장히 웃기다. 외부인은 내부인 만큼 상황을 잘 알 수가 없다. 그러니까, 페미니스트들을 검열하고 싶은 것 뿐이면서 사회문제니 뭐니 하는 건 지금껏 이 사회를 방관한 사람이 할 말은 아니라고.
시위 욕하는 사람들이 정말 신이난 것처럼 보이긴 하더군요. "저거 봐라, 저 미친○들!" 평소에 여성비하 발언만 찍찍 해대던 대학원 동료가 그러는 걸 보니 밥맛이 뚝 떨어졌어요.
본문이 전형적 페미니스트 사고회로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는 반응이지 않은가 합니다.
기본적인 기조가 성별편파수사면 공권력 비판에 촛점을 맞춰야 하는데 뜬금없는 몰카문제와 엮어서 야동 안보는 한국 남성 없으니 한국 남성은 모두 잠재적 범죄자고 따라서 시위때 터져나온 반정부, 반사회, 반종교 막장 행위는 다 문제가 없다라... 정말 신박한 논리입니다.
문재인 재기해라는 표현이 도덕적으로 논리적으로 옳으냐 나쁘냐는 상관 없고 어차피 시위자들이 그런 표현을 써서 남성들에게 까일 거리를 만들어 줬으니 오히려 남성들은 그들에게 고마워야 한다?... 논리야 놀자가 울고갈 논리입니다.
그 어떠한 막장 행위가 시위에서 일어나더라도 그것은 결국 남성의 탓이라... 남성들이 대통령도 고인도 모욕하고 종교도 모독하라고 사주를 했나 보군요. 계속되는 기적의 논리입니다.
요약
필자는 문재인 재기해 라는 구호에 찬성하지 않으며, 그 전략(?)은 굉장히 나이브했다고 보고 있다. 시위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싶었다면 다른 방법을 생각하는 게 맞는 것이다. (그 구호에 찬성하지 않는다는 말은 그 심정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말이 아니다. 다만 좀 똑똑해 지자고.)
몰카 범죄에 대해서 이 사회와 남성들이 방관한 것은 변명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 어떤 시위도 시위의 폭력성이나 문제되는 발언 때문에 시위의 본질 및 목표 자체를 비판받지 않았다.
문제의 발언 때문에 시위의 본질 자체를 논하고 있다면, 당신의 행동이 어떤 심리에서 비롯된 것인지 자기검열 해보시라.
견해
적어도 몰카를 한 번도 안 본 남성만 시위를 깔 수 있다고 보고 있음. 몰카 봤는데 시위의 폭력성이 어쩌고, 정당성이 어쩌고 떠드는 건 굉장히 쪽팔린 짓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