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리링 띠리링"
"A야 나갈 시간이다~ 가방 매고~"
"네~ 엄마. 아빠, 가요!"
아침에 일어나 간단히 무언가를 먹고, 씼는다. 나는 데려다 주고 다시 집에 돌아오므로 꼭 배불리 다 먹을 필요는 없다. 그리고 이를 닦을 필요도 없다. 다녀와서 하면 된다.
나갈 준비를 하는데, C가 다가오며 자기도 나간다고 손짓한다. C는 벌써 만 2년 하고도 몇 개월을 더 살았는데, 아직 말을 못한다. 하지만 손짓으로 기똥차게 사물을 표현하는 걸 보면, 말은 못한다기 보다는 안하는 것 같다.
"C야, 밖에 너무 추워, 집에 있어."
도리도리, "어, 어" 하며 밖을 가리킨다.
어쩔 수 없다. 재빨리 바지를 입히고 양말을 신기고, 외투를 입히고, 운동화를 신긴다. 버스 올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서둘러야 한다.
오늘 아침도 춥다. 그래도 다행히 아직 영하는 아니다. 입김이 나오도록 찬 공기에 뇌까지 시원해지는 느낌이다. A는 가방메고 이미 저 앞에 가고 있고, C도 뒤뚱뒤뚱 열심히 따라온다. 그러나 불과 20여미터 정도 갔을까, 내 바지를 붙잡고 만세를 부른다. 안아달라는 말이다. A의 학교 버스를 놓치면 안되므로 C와 실랑이 할 시간이 없다. 번쩍 들어 올리고 성큼성큼 A 뒤를 쫓아간다.
어제부터 C의 컨디션이 썩 좋지가 않다. 밤에는 C의 코가 막혀서 숨쉬는 소리가 마치 코끼리 코고는 듯한 소리가 났다. 게다가 본인도 자다가 짜증나는지 밤에 몇 번 울음을 터뜨렸다. 해열제를 먹여도 흐르는 콧물은 어찌할 수 없는 모양이다. 덕분에 아이 엄마와 나 둘 다 좋은 상태는 아니다. 그래도 아침 차가운 공기에 청량한 느낌이 드는 걸 보니 다행히도 내 몸이 그리 나쁜 상태는 아닌 듯 하다.
버스를 타는 곳은 집에서 약 100미터 그리고 조금 더 떨어져 있다. 거기까지 C를 안고 간다. 가는 도중에 A는 뒤로 걸어간다. 자꾸만 "아빠 뒤에 뭐 있어요?" 하고 물으면서. 두세걸음당 한 번씩 물으면서도 꿋꿋이 뒤로 걸어간다. 이렇게라도 아직은 아빠에게 의지해주니 고맙다. 그렇게 살갑게 굴던 딸도 사춘기에 접어들면 아빠에게 데면데면해서 딸바보 아빠들이 상처받는 다는 얘기를 들어서 나도 조금씩 준비중이다. 요즘은 A가 뛰어와서 안기면 내가 휘청할 정도가 되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하는 게 몇년이나 갈까 싶어서 웬만하면 받아주는 편이다.
노란 버스가 다가온다. A의 학교버스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골목 깊숙히 들어갔다 돌아나오면서 A를 태운다. 오늘도 버스 운전사 아저씨는 경쾌하게 굿모닝을 외친다. A는 나에게 가볍게 인사를 하고 총총 버스 안으로 사라진다. C도 내 바지가랑이를 붙잡고 다른 한 손으론 열심히 좌우로 흔든다. 그렇게 오늘도 무사히 버스를 떠나보낸다. 뒤에 남겨진 나는 C를 데리고 집으로 휘적휘적 돌아온다.
Motorola Nexus 6 © original by @dj-on-steem; 여기에서 재활용
C는 이번에는 한 걸음도 안걷고 바로 만세를 부른다. 안아 들고 발걸음을 옮긴다. 날씨가 차서 그런지 C의 손도 차다. 모자는 씌었지만 드러난 얼굴은 어떠려나 하고 내 볼을 가까이 붙여본다. 아이도 싫지 않은지 그렇게 얼굴을 서로 붙인채로 안고 걷는다. 아이 볼은 오히려 내 얼굴보다 따뜻하다. 내 볼에 C의 따스한, 아니 뜨거움에 가까운 숨이 느껴진다.
...
열이 있나 보다.
...
출근하고, 점심먹고, 오후가 되니 갑자기 으슬으슬 추워진다.
이런 된장!
타지에서 세 아이 키우시느라 분주한 아침입니다. ^^
돌아보면 소소한 행복이려니 하고 있습니다 ^^
정말 상상력이 느껴지는 기가막힌 소설같은 현실속 아이들 이야기군요 ^^
공들여서 썼는데 소설같은 느낌이 좀 나나요? ^^
아빠에게 뒤에 뭐가 있냐고 계속 물으면서 뒤로 걷는 모습이 참 인상 깊네요. 안겨 있는 아이의 시선도 뒤를 향해 있을텐데, 이들의 신뢰를 그대로 받으며 앞을 보고 가야 하는 게 아빠의 역할일까 싶어서 아름다우면서도 좀 찡해지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가벼운 일상인데 이렇게 좋게 해석해주시니 오히려 제가 고마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