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고의 blah blah #1 | 2017년 11월 10일에 쓴 글쓰기

in #kr-diary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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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블로그 읽다가 전에 쓴 글이 재밌어서 델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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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글을 일찍 깨우쳤다. 아주 어릴 때부터 엄마가 낱말퍼즐 가지고 많이 놀아주고, 잠자기 전에 매일 책을 읽어 준 영향이 컸을 것이다. 다 자란 지금도 엄마가 이따금 얘기하는 에피소드가 있다. 아주 꼬마일 때 아파트 앞에 엄마랑 같이 서 있다가 '관리사무소' 현판을 보고 "엄마, 관리사무소가 뭐야?" 라고 물어서 주변에서 놀랐다고.

어린 시절 나는 읽고 쓰는 것이 좋았다. 초등학교 때 집에 있던 책을 다 읽고, 매월 배달되던 아동 월간지를 수십번 반복해서 읽은 기억이 있다. 다음 호를 기다리면서. 학교에서 글을 썼더니 상을 줘서 글쓰기에 더 흥미를 붙이기도 했다. 그냥 읽고 쓰는 것이 좋았다. 자연스레 일상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중학교 때부터 덜 읽기 시작했던 것 같다. 학원에서 보내는 시간이 기니까. 그래도 그때는 읽고 싶은 책을 읽을 시간과 여유가 있었던 것 같다. 고등학교에 입학한 후에는 학교 공부 따라가기가 벅찼다. 냉정히 돌아보면 읽고 쓸 물리적인 시간은 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1학년때 읽은 책이 뭐가 있더라...한 손을 다 꼽지 못할 것 같다.

그리고 2학년 겨울방학이 왔다. 아마 여태까지 살면서 가장 많이 읽고 썼던 때다. 당시 전부라고 생각했던 입시에서 고배를 마시고 나는 많이 혼란스러웠다. 왠만하면 합격할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더더욱. 닥치는 대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썼다. 종이를 펴고 아무거나 생각나는대로 의식의 흐름대로 마구잡이로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러지 않으면 버티기 힘들 것 같았다.

읽은 책에 대한 감상도 쓰고, 가지고 있던 고민에 대해서도 쓰고, 아무거나 닥치는 대로 썼다. 해방감이 느껴졌다. 글을 써 내려가면서 손은 아파왔지만 머릿속은 자유로워졌다. 그러면서 글쓰기에 대한 부담을 버렸던 것 같다. 완벽하게 써야 한다는 부담은 옅어지고 일단 써보자 하는 마인드가 자리잡았다. 이 훈련은 놀랍게도 후에 대학 논술 전형을 치르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대학생 때는 읽기보다는 많이 들었다. 영어로 된 오디오북을, 라디오를, 여러 가지 컨텐츠를 듣고 또 들었다. 수년간 매일 자기 전에 들었다. 지금도 듣고 있다. 영어가 좋아서. 영어는 읽기보다 듣기로 익히는 게 좋아서. 아마 그래서 대학 때 이후로 나의 한국어 실력은 퇴보했을지도 모른다. 학교에서도 영어강의가 대부분이어서 수업이나 과제 관련해서 한국어를 읽고 쓸 일이 별로 없었다.

회사에서는 영어로 쓸 일이 많았다. 첫 1년은 엑셀과 씨름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고 2년차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 때는 글쓰기가 별로 재밌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아마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일 것이다. 리포트는 크게 사실과 주장으로 구성되는데, 사실은 팩트를 나열하는 것이고 주장의 경우 상사의 머릿속에 이미 그분이 원하는 바가 있고 나는 그것을 글로 구현해 낼 뿐이니까.

그리고 요즘 나는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블로그라는 개인적이지만 오픈된 공간에 쓴다. 고등학교 때 한창 읽고 쓰면서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나중에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원하는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서 그 분야에 대한 글을 쓰고 싶다.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다. 이 작은 공간이 그 시작점이 될 지도 모르겠다.

사실 나는 private한 편이라 과하게 드러나는 것이 부담스럽다. 내가 작성한 글을 아무나 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어딘가에 기록이 남을 수 있다는 것 등도 여태까지 블로그를 시작하지 않은 이유였다. 나는 불완전하고 성장하고 있는 존재이며, 과거에는 저렇게 생각했지만 현재는 이렇게 생각이 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써 보려고 한다. 지금 쓰고 싶으니까, 하고 싶은 얘기가 있으니까. 생각이 변할 수도 있는 거지. 그냥 그렇게 성장하는 기록으로 남겨 둘까 한다. 이왕이면 더 많이 소통하고, 함께 성장하고 싶다.

이쯤 생각나는 에피소드 하나, 고등학교 2학년 겨울에 룸메이트랑 매일 밤 많은 이야기를 나눈 기억이 있다. 원래 4인용 방이라 2층침대가 2개 있는데 가을부터 둘만 쓰게 되어서 각자 2층에 있는 침대 하나씩 자리잡고 잠들기 전에 정말 별 얘기를 다 했었다. 그때 한창 재미들어서 수다 떨다가 새벽까지 잠 못든 적도 많았다. 몇시간씩 아무말 대잔치를 벌인 후에 우리가 했던 말. "이건 200*년 **월 **일 ***의 생각이야 변할수도 있어" "응 맞아 당연히 변할수도 있지 이건 지금 이 순간의 생각일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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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왓~!
과거의 미래의 현재~!

행복한 월욜 보내셔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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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훈련된 작가십니다.
다른 글도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ㅎ

어머낫 ㅎㅎㅎ 감사합니당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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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글쓰기, 정확히는 생각을 조리있게 멋지게 담는 기술에 심취해 있던 적이 있었는데 요즘은 그냥 사진찍는데 정력을 다 소비해서 그런지 그냥 대충 생각나는대로 글 남기고 있네요.ㅎㅎ 앞으로의 글들 기대할께요.

키위파이님 글 넘나 재밌어요 ㅋㅋㅋㅋㅋ 사진도 좋고 거기 달리는 코멘트가 으뜸! 헤헤 계속 보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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