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The Art of Not Being Governed' vs 'The Art of Being Governed'

in #kr-bookreview7 years ago

예전 어느 카페에 쓴 글.

어제(2017년 11월 4일) 참석한 연구모임에서 서강대 신윤환 교수님을 모시고 ‘동남아 화교’에 대해 강연을 들었는데, James Scott 교수의 “The Art of Not Being Governed”를 소개하신 부분이 단연 화제였다. 흔히 동남아시아를 대륙부/도서부로 구분짓는 것이 일반적인데 반해 High land/Low land로 나눌 필요도 있다고 하시며, 본 연구가 동남아시아 고산지역에 사는 토착민들의 삶을 정치학 전공자의 눈으로 인류학적으로 풀어낸 역작이라고 하셨다.(국내에 번역되어 있다.) 과거 박사과정시절에도 국가 혹은 왕조로 대표되는 정치권력이 통제할 수 없는 동남아시아 고산지역민들의 삶을 통해 역설적으로 정치권력의 본질, 동남아 토착민들의 삶에 대한 인류학적 시선을 유지한 명연구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도 있고. 무엇보다도 제목이 정말 절묘하지 않은가. 지배받지 않는 것의 ‘art’라니. ‘art’라는 단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국가의 통제를 받지 않아 자유롭지만, 국가가 제공해주는 문명적 혜택을 받지 못해 원시적 삶을 살고 있는 부족 토착민들의 삶을 ‘art’라고 표현한 것에서 문학적 향기마저 느낀다. 제임스 스콧 교수 스스로 정치학자보다는 인류학자라고 불리는 것을 더욱 좋아 한다는 얘기도 들었다.


국내에는 '조미아, 지배받지 않는 사람들' 이라는 제목으로 번역출판되었다. 대륙부 동남아의 고원지대와 중국 서남부 고원지대에 걸쳐 초국경적으로 원시적 삶을 영위하고 있는 조미아 지역 소수종족들의 삶을 다루면서 정체권력의 본질을 역설적으로 파헤친 명저이다.

흥미롭게도 작년 2017년에 말에 나온 책으로 Michael Szony교수의 “The Art of Being Governed”가 있다. 분명 스콧 교수의 책 제목을 오마주한 것으로 보이는데(실제 추천사를 제임스 스콧 교수가 썼다.), 중국 明대 일반 백성들의 삶을 다루고 있다. 제목에서도 보이듯이 명대 일반 民들이 일상적으로 대면하는 정치권력에 대해 다룬 연구서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명이라는 국가의 구조는 일반 民 개개인을 전제적으로 통치하도록 설계해 놓은 중앙집권적 황제지배체제이다. 동남아의 고산족들과는 달리 명대의 백성들은 매일매일 일상적으로 국가권력의 통제하에 놓여있음을 체감한다. 소위 요역, 군역, 각종 세금으로 대표되는 중국 왕조가 각 民에게 부여한 ‘의무’들은 명대 백성들의 삶을 일상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특히 본서에서는 중국에서도 상대적으로 변경으로 분류되는 동남지역(아마 복건 혹은 광동이지 않을까) 백성들의 군역에 대해 다루면서 그들이 국가권력이 부과한 ‘의무’에 대해 어떻게 이익을 극대화할지, 손실은 최소화할 지에 대해 각종 활로를 모색하는 양상들을 각 종 사료들을 통해 분석한다고 한다. 명대 民의 삶을 단순히 국가의 지배와 통제를 받는 수동적인 것으로 묘사하는 대신 ‘의무’를 부과받는 와중에도 어떻게든 손익을 조정(negotiation)해 보려했던 그들의 몸부림이 현지조사를 통해 얼마나 잘 드러나는 지가 본서의 핵심이 아닐까 싶다.


유명한 청대사 연구자 스조니 교수의 2017년 저작.

국가권력의 통제를 받지 않는 이들의 ‘art’는 무엇이고 받는 이들의 ‘art’는 무엇인가. 국가 vs 개인 이라는 프레임을 두고 논쟁중인 현실의 한국사회에도 여전히 유효한 화두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