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인가?” 영원히 풀리지 않는 물음 앞에 우리는 철학적 사고를 통해 수수께끼 같은 질문에 해답을 갈구한다. 이러한 질문을 통한 정체성과의 싸움은 개인이 느끼는 행복과 직결된다. 자아 성찰의 동의어는 행복의 발견이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성장하고 깊어질수록 우리가 찾게 되는 것은 다름 아닌 우리의 과거다. 그러나 개인의 과거는 매우 짧고 단편적이기 때문에 우리는 조금 더 여유를 갖고 인류의 역사를 들추어내고 문명의 탄생지를 찾는다. 그러나 끝없이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작업 끝에서 결국 우리가 깨닫는 것은 그것이 대단히 제한적이라는 사실이다. 과거는 우리가 어디로부터 온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아주 조금 들려줄 뿐이다. 채워질 수 없는 이야기들은 언제나 인간의 상상력에 의존한다. 그것은 신화가 되고 전설이 된다. 그러므로 유서 깊은 지역으로 떠나는 여행은 내가 누구인지 묻는 성찰의 과정이자 밖으로 나돌던 시선을 내 안으로 거두는 일이다.
허경희의 <인문학으로 떠나는 인도 여행>은 저자가 나를 찾아 떠난 인도 여행기이다. 인도에서 유학생활을 한 경험을 바탕으로 인도의 역사, 문화, 철학, 종교가 어우러져 텍스트에 깊이를 더한다. 저자의 시선은 고대 인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인더스 문명의 발생지이자 불교의 고향인 인도는 수천 년간 독특한 문화를 형성해 온 유서 깊은 나라 중 하나이다. 불교의 등장, 이슬람의 지배, 그리고 프랑스와 영국에 의한 식민 시절을 포함한다. 수천년간 다사다난한 사건들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인도의 힌두교는 오랜 기간 흔들림 없이 인도를 대표해 왔다. 비록 카스트제도가 여전히 인도인들의 감정을 지배하고 있지만(인도에서는 연예보다 중매가 보편적이다), 오랜 역사를 통해 성장해온 인도의 다신교 사상은 인도가 가진 독특한 문화를 대표한다. “무엇보다도 인도인들의 사고방식과 행동 방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시각이 요구된다. 이렇듯 다양한 시각을 요구하는 인도 여행은 독특한 매력과 함께 위험이 도사린 야누스의 얼굴을 하고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갠지스강에서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죽은 사람들의 시체를 태우고, 사람들이 목욕을 하고, 기도를 올리지만, 다른 지역에 사는 인도인들에게 갠지스 강은 그저 더럽고 지저분한 지역일 뿐이다. 영국과 프랑스에 의한 식민 시절을 영향을 크게 받은 지역은 기독교 문화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기도 한다. 이처럼 인도는 다양함이 공존하는 세계 유일의 국가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인도의 참 모습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 달 이상의 긴 여정이 요구된다.
사실 인도에 대한 관심은 파드마 삼바바의<티벳 사자의 서>에서 시작됐다. 고대 인도 철학의 근간인 우파니샤드가 나의 지적 호기심의 대상이자, 이 책을 선택한 목적이었다. 우파니샤드는 우주 만물을 주관하는 브라만
의 참모습과 물질적 자아와 대비해 개체의 초월적 가치를 의미하는 아트만
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는 곧 범아일여 사상으로 함축되는 데, 브라만은 곧 아트만이자, 아트만은 곧 브라만이라는 동근원적인 철학적 관점을 보여주고 있다. 죽음과 삶에 대한 우파니샤드의 신비한 철학은 인도인들의 문화 속에 깊게 뿌리내리고 있다. 그래서일까? 오랜 기간 문화와 종교를 계승 및 발전시켜온 인도인들의 삶의 태도는 물질적인 가치에 친숙한 우리들에게 많은 질문들을 던진다. 근대 유럽 사상가들에게도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였는데, 대표적으로 염세주의자로 알려진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 바 있다. “우파니샤드는 이 세상의 모든 책 가운데 가장 값진 책이며, 가장 숭고한 책이다. 우파니샤드는 내 삶의 위안이며, 동시에 내 죽음의 위안이다.”
“세상은 개인의 의식 속에 존재하며 의식을 관장하는 뇌의 스위치가 꺼지고 나면 사후세계나 영혼 따위는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나의 유물론적 입장은, 인도와 우파니샤드의 세계를 거치면서 달라졌다. 확신은 오만과 어리섞음으로부터 출발한 비루한 고집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또 한 번 깨닫는다. "확정된 결론은 깊은 잠에 빠진다." 라고 하지 않았는가? 우리는 우리가 인지할 수 있는 사고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노력없이는 즐거움과 만날 수 없다. 이질적인 공간으로의 여행은 사유를 확장시키기 위한 더없이 좋은 수단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인도로 떠나는 여행은 어쩌면 다른 지역으로 떠나는 여행보다 더 특별할지도 모르겠다. 인도는, 장구한 역사를 간직한 채 그 속에서 우리의 존재를 비추는 보물창고처럼 삶의 질문들로 채워져 있다. 그리고 그 질문들은 우리를 끝내 움직이게 만들 것이다.
책 속의 한 줄
불교가 왕성하던 시기에 아리족의 고대 종교였던
브란만교(베다교)는 우주의 근본 원리인 브라만과
개인의 본체인 아트만이 동일하다는 후기 베다 시대
우파니샤드의 ‘범아일여’사상을 그 중심에 놓았다.
윤회와 해탈, 업을 제시하였는데, 이러한 개념은
불교를 비롯해 인도의 모든 종교에서 근본 개념으로
수용되었다. -Page. 273-
날이 너무 덥습니다......덥다 ㅠ
ㅎㅎ 곧 시원해지겠죠~~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