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니아 연대기 7편. 마지막 전투
드디어 대망의 7권 차례다.
나니아 연대기 1편인 "마법사의 조카"에서는 어떻게 나니아라는 나라가 만들어졌는지가 나온다. 마치 태초에 하느님이 세상을 창조하시는 것처럼, 아무것도 없는 무(無)에서 사자 아슬란이 목소리로 세상을 창조하고, 말하는 동물들을 만들어 낸다.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는 법. 나니아 연대기의 마지막 7편에서는 그 세계, 즉 나니아의 종말이 그려진다. 온세상의 선과 악이 서로 대항해서 싸우는 마지막 전투가 벌어지는 것이다.
이 시리즈 전반에 걸쳐서 기독교의 사상이 곳곳에 배어 있는데, 특히 7권에서는 그 색채가 더욱 강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마치 최후의 전쟁 아마게돈을 연상시키는 전투하며, 믿음을 가진 자들은 아슬란에 의해 구원받는 모습 등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기독교적 상징들을 알 수 있을 정도다. 사람에 따라서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다.
논란거리
읽으면서도 약간 갸우뚱했던 부분이 있어서 조금 더 자료를 찾아봤는데, 아니나다를까 이 책에서 논란이 되는 부분들이 있었다. 우선 먼저 언급할 부분은 인종차별적인 묘사일 것이다. 선한 사람들은 금발의 백인으로, 악한 사람들은 머리에 터번을 두른 어두운 피부색의 사람으로 나온다. 사실 저자의 인종차별적인 묘사는 이전 책에도 종종 나왔기 때문에 (분명 잘못된 일이긴 하지만) 크게 놀랄 일은 아니었다. 내가 이상하게 여겼던 것은 주요 등장인물 중 한 명인 수잔이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책 내용을 조금 언급해야겠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읽기 싫으신 분들은 이 부분을 건너뛰고 바로 보팅하러 가셔도..쿨럭!
최후의 전투가 벌어지고, 나니아는 결국 종말을 맞이하게 된다. 모든 것이 다 사라지지만 아슬란과 그를 추종하는 사람들(동물들)은 일종의 천국에 머무르게 된다. 지금 당장 전투를 치렀던 사람들 뿐만 아니라 수백년 전에 이미 죽었던 사람들도, 노년의 병든 모습이 아니라 젊었을 때의 모습으로 되살아나 아슬란의 천국에 합류한다. 여기에 펜시브네 남매들 피터, 에드문드, 루시, 그들의 사촌인 유스타스와 그의 친구 질, 태초에 나니아의 건설을 봤었던 디고리와 폴리까지 모두 영국 런던을 떠나 아슬란의 천국에 와 있다. 펜시브네 네 남매 중 수잔만 빼고.
도대체 왜 수잔만 빠진 걸까? 2권에서는 활을 쏘며 나니아와 아슬란을 위해 용맹히 싸웠던 수잔이 왜 마지막 권에서는 아슬란의 천국에 들지 못하고 혼자만 현실 세계인 영국 런던에 남아있게 된 걸까?
이것만 이상한 것이 아니다. 함께 모험을 했던 이들 중 수잔만 홀로 남게 됐는데도, 나머지 세 남매는 이것을 전혀 아쉬워하거나 슬퍼하지 않는다. 이들은 수잔에 대해서 '더이상 나니아의 친구가 아니다', '나일론과 립스틱에만 관심이 있다'는 식의 언급을 하며 수잔이 변했다는 걸 암시해준다. 수잔을 탐탁치 않게 여기는 이들은 수잔이 함께 아슬란의 천국에 오지 못한 걸 마치 "그래도 싸지"라는 듯 매정하게 선을 긋는다. 난 이 부분이 무척 아쉬웠다. 단지 수잔이 어린 날의 동심을 잃고 외모와 이성에 관심을 보였다는 이유로, 즉 또래의 평범한 아이들처럼 사춘기를 겪으며 방황을 했다는 이유로 그녀를 아슬란의 천국에서 내친다는 건 너무 가혹했기 때문이다.
일설에 의하면 저자인 C. S. 루이스가 7편 이후에 "나니아의 수잔 Susan of Narnia"라는 제목의 책을 한권 더 집필하려고 계획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는 집필을 하기 전에 사망했고, 그가 8권에서 어떤 내용을 다루려고 했는지는 영원히 묻혀버리고 말았다. 혹시 그는 수잔이 회개(?)하고 다시 나니아로 돌아오는 이야기를 기획했던 걸까?
나니아 연대기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흥미로울 수 있는 이야기를 하나 덧붙여본다. 영국의 작가 닐 가이먼은 "수잔의 문제 The Problem of Susan"이라는 단편을 발표한 적이 있다. 책 속에서 주인공인 수잔이 펜시브네 남매 중 하나인 수잔이라고 명확히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정황상 그녀가 수잔 펜시브일 것이라는 사실을 독자들이 추측할 수 있게 해놓았다. 그 단편에서는 흥미롭게도 기차 사고로 모든 가족을 잃고(왜냐하면 나니아 연대기에서 나머지 가족들은 수잔만 남기고 모두 아슬란의 천국으로 들어갔으니까) 홀로 살아남은 수잔이라는 여성이 나온다. 남겨진 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고나 할까.
여러 모로 내가 기대했던 결말은 아니었지만 사람들이 궁금해할 나니아의 결말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어찌됐건 시리즈의 마지막 역할은 톡톡히 하고 있다고 본다. 아쉬움이 남거나 논란의 여지가 있는 부분들도 있지만 이런 저런 거 신경쓰지 않고 단순히 '이야기의 재미'만 따질 아이들은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출처: 교보문고
한국어 번역판 표지. 약간은 어설퍼 보이는 전투 장면.
출처: Goodreads
영어판 표지. 유니콘의 뿔에서 피가 뚝뚝 흐르는 모습이 불길한 예고를 하고 있다.
나를 깨우는 책 속 몇 줄
1.
They have chosen cunning instead of belief. Their prison is only in their minds, yet they are in that prison.
그들은 믿음 대신 영악함을 선택했다. 감옥은 그들의 머리 속에만 존재하지만, 그들은 그 감옥 속에 살고 있다.
2.
One always feels better when one has made up one's mind.
마음의 결정을 내리게 되면 기분이 훨씬 좋아지는 법이지.
제목: 마지막 전투
원서 제목: Tha Last Battle
저자: C. S. 루이스 (C. S. Lewis)
천국보다 현실이 더 좋았을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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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현실이 더 재미있었는지도 모르죠. :)
헉! 저기가 어딥니꽈?? 달려가고 싶군요! ㅋㅋㅋㅋ
이런 환타지(?)라고 해야하나요? 흥미를 못느끼는 1인이라...ㅋ
젊을 때의 모습으로 되살아나기 때문에 할아버지, 아빠, 아들이 거의 같은 또래 혹은 기껏해야형제정도로 보여요. ㅎㅎㅎ
@bree1042님 덕분에 나니아 연대기의 큰 그림을 알게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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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재미있는데 해리포터처럼 밀접한 시간순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서 시리즈 전체를 다 영화로 만들기는 힘들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