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하지 않았던 보석을 발견하다
표지 그림이 예쁘긴 하지만 특별한 기대는 없었다. 그냥 그저그런 아동도서일 것 같아서. 물론 뉴베리상을 수상했다니 재미와 감동 거기에 교훈도 담겨있을 게 분명하지만, 왠지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그러다가 무슨 바람이 불어서인지 이 책을 골라 읽게 됐다.
정말 다행이다.
처음에는 혼란스럽고 이상하다가, 뒤로 갈수록 점점 더 재미있어지더니 끝에는 살짝 뭉클해진다.
출처: Goodreads
영어판 표지. 영어판 표지가 더 마음에 든다. "네가 나한테 올 때쯤엔"이라는 제목과 함께 보여지는 지도와 주요 단어를 상징하는 그림들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림이 귀여우면서도 "어른 접근 금지, 아동용임"이라고 외치지 않아서 좋다.
미래에서 온 쪽지
중학생 소녀인 미란다는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다. 그저 평범할 것만 같던 그녀에게 어느날 쪽지가 날아든다. 최근 몇 달간 있었던 일을 가급적 자세히 모두 다 알려달라는 쪽지. 그 이유는 누군가를 구하기 위함이며, 생명을 구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순전히 미란다가 얼마나 자세하게 글을 쓰는지에 따라 달라진다는 협박 내지는 애원.
누군가의 장난으로 치부해버릴 이 쪽지는, 그러나 미란다에게 앞으로 일어날 몇 가지 일들을 정확히 예언하면서 자신의 말이 장난이거나 미친 사람의 헛소리가 아니라는 걸 증명해보인다.
이건 고도로 머리를 쓴 장난인 걸까? 진짜로 미래에서 온 쪽지인 걸까? 지금까지 학교와 집에서 일어난 모든 사소한 일들을 다 적는 게 과연 누군가의 목숨을 구할 수 있는 것일까?
평범한 사춘기 아이들의 학교 생활 이야기 같지만, 그 안에 과연 누가 쪽지를 보낸 건지, 그게 진짜로 미래에서 온 것인지 등의 미스테리가 섞이면서 꽤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다.
사소한 이야기
1.
이 책에서 미란다와 친구가 중요하게 논의하는 내용이 "Wrinkle in Time"이라는 책에 나온다. 또한 미란다가 깨닫는 중요한 내용의 힌트 역할을 하는 것도 "Wrinkle in Time"에 나온다. 전에 한번 읽으려고 시도하다가 그만 둔 책이었는데, 이 책을 워낙 재미있게 읽고 나니 Wrinkle in Time도 읽고 싶어졌다.
2.
When you reach me는 직역하면 "네가 나한테 도착할(도달할) 때 쯤"이 된다. "네가 날 만나게 될 때쯤이면" 이렇게 번역해도 좋을 거다. 미스테리한 인물에게서 쪽지를 받는 일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꽤 적절한 제목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한국판 제목은...
"어느 날 미란다에게 생긴 일"
나쁜 제목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영어판 제목보다는 기대에 못 미치는 건 사실이다. 조금 더 흥미를 끄는 제목이었으면 어땠을까.
또한 책표지도 너무 아동도서/초딩도서 스럽게 제작되어서 좀 아쉽다. 물론 아동도서가 맞지만 어른이 읽어도 충분히 재미있는데 말이다. 더군다나 책의 미스테리한 부분이 전혀 부각되지 않고, 그냥 순정만화 혹은 (표지의 그림으로 보건대) 주인공 소녀의 우정과 사랑이야기인 것같은 느낌이라 좀 안타깝다.
출처: 교보문고
한국어 번역판 표지. 너무 대놓고 아동도서라고 하고 있다.
나를 깨우는 책 속 몇 줄
1.
"Well, it's simple to love someone," she said. "But it's hard to know when you need to say it out loud."
"누군가를 사랑하는 건 단순한 일이지." 그녀가 말했다. "하지만 사랑을 언제 입밖으로 꺼내어 표현해야 할지 아는 건 어려운 일이야."
2.
"Didn't you ever have a father yourself? You don't want him for a reason. You want him because he's your father."
So I figured it's because I never had a father that I don't want one now. A person can't miss something she never had."당신도 아빠가 있었을 거 아니에요? 아빠가 돌아오기를 바라는데 어떤 이유 같은 게 필요한 건 아니에요. 그냥 아빠니까 아빠가 오시길 바라는 거죠."
그래서였던 것 같다. 나는 한번도 아빠를 가져본 적이 없으니까 지금도 딱히 아빠를 원하지 않는 거라고. 한번도 가져본 적이 없는 걸 그리워할 순 없으니까.
주인공 미란다는 "Wrinkle in Time"을 읽다가 아빠를 구하려고 애쓰는 주인공의 대사를 읽고는 이렇게 생각한다. 난 아빠를 가져본 적이 없으니 원하지 않는 거구나, 하고.
제목: 어느 날 미란다에게 생긴 일
원서 제목: When you reach me
저자: 레베카 스테드 (Rebecca Stead)
특이사항: 훌륭한 아동도서에 수여하는 뉴베리상 수상작.
한번 읽어 보고 싶은 책이네요~ 어쩜 이리 번역을 잘 하실까요? 번역서 출간하셔도 되고도 남을 실력이시어요.그래서 저도 오늘 자극받고 갑니다~^^
에고, 과찬이십니다. 영어 공부를 할 수록 번역가가 더 대단해보여요. 영어와 우리말이 달라서요.
해피워킹맘님 글 보면서 저도 자극받아요. 일, 육아, 거기에 독서까지. ^^
ㅋㅋㅋ 대놓고 하면 안되나요?
ㅎㅎㅎ 제 말이 오해의 소지가 있었네요.
어른이 읽어도 충분히 재미있는데, 표지가 너무 아동도서라서 애들만 보는 책으로 오해할까봐 그랬어요. ㅎㅎㅎ
역시 영어샘!! ㅎㅎ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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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님. 안녕하세요.
제가 독서모임 커뮤니티를 만들었습니다.
관심있으시다면, 독서모임에서 같이 책읽고 이야기나눠요!
https://steempeak.com/c/hive-197929/created
감사합니다.
네.
전 같은 책을 같은 시기에 읽는 건 힘들 거 같지만, 책 읽고 관련 글 포스팅하는 건 할 수 있어요.
곧 가입할게요. ^^
원서 이름과 한국판 제목이랑 느낌이 많이 다르군요. ㅎㅎ
ebook에 있는지 찾아봐야겠어요.
그쵸? ㅎㅎㅎ
기대하지 않았는데 참 재미있게 읽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