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 우연히 이름 모를 타인과 부딪쳐 들고있던 테이크아웃 커피를 옷에 흘린 뒤 서로 한 눈에 반하는 운명 같은 사랑. 겪어 보긴 커녕 실제 경험담으론 들어본 적도 없는 미디어에서나 일어날 법한 그런 마법같은 사랑 이야기.
믿지도 않고 나에게 일어날거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아니 솔직히 상상으로는 몇 번 기대 했다.) 물론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것 처럼 모든 만남이 ‘기적’ 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모든 관계에는 상대적으로 ‘더 좋아하는 사람의 노력’이 전제된다. 그니까 관계가 진전되기 전에는 애초에 더 마음 아픈 사람이 손해인 게임이다. 손해를 감수하고 상대방을 생각하는데 더 많이 할애하는 노력이 사랑을 만든다.
아 내가 잘못 말했다. 그렇다면 모든 사랑은 기적일 수도 있다. 기적이란 ‘마음속에서 일어나기를 비는 일’이다. 그니까 노력으로 인해 학수고대하던 만남이 이루어진다면 그건 기적이 맞다. 내가 기적이 아니라고 말 한 것은 ‘갑자기’ 오오라가 생기고 큐피트가 사랑의 활을 당겨 서로 사랑하게 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 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사랑을 만들기 위해 무작정 돌진해선 안된다. 사랑의 기적은 ‘십벌지목’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쉼 없이 사랑을 담아 도끼 스윙을 했지만 넘어가지 않는다면 상처만 남은 나무와 숨이차 지쳐있는 자신만 남게 된다. 물론 그렇게 해서 진짜 사랑이 이루어지면 기적이겠지만 내가 겪고 들은 경험담으로는 백이면 백 서로가 상처만 남고 끝이 났다.
나보다 세 살 어린 연기를 전공하는 친구를 만났었다. 그녀와 바로 친해지고 자연스럽게 연락을 주고 받았다. 몇 일 동안은 하루 종일 그 친구 생각만 났다. 스스로에게 조금 짜증이 났다. 내가 그녀를 진심으로 좋아하는지 아니면 단순히 외로움에 이런 건지 깊게 고민을 했다. 결국 통화 도중 못참고 그녀에게 물었다
“우리는 친구야?”
그녀는 한 동안 침묵한 뒤 어렵게 말을 꺼냈다.
“그건 굉장히 오해의 소지가 있는 말이야”
나는 그녀에게 너가 생각하는 그 의미가 맞다고 말해주었다. 몇일 뒤 그녀를 한 번 더 만났을 때 그 친구가 말했다.
“나는 너가 외로워서 그런거라고 생각해. 한번 밖에 보지 않았고 나를 잘 모르니까.”
나는 그 자리에서 뒤통수를 한 대 얻어 맞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그런 것 같다고 대답하고 말았다. 그녀는 나를 배려해서 이제 그만 만나자고 했지만 나는 못참고 또 그녀에게 연락을 했다. 몇 일 동안 연락을 주고 받다가 그녀는 “이제 연락하지 말자”는 문자를 남기고 사라졌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상당히 급했고 또 이기적인것이 솔직히 내가 그 친구를 진심으로 좋아하는지 아니면 단순히 외로움 때문에 그런것인지에 대해 깊게 고민한 결과물은 ‘알 게 뭐야’였다. 난 그냥 그 친구와 사귀고 싶었다. 그래서 이제와서 생각하는거지만 이왕 민폐를 끼칠거면 이 말도 남길걸 그랬다.
“너 말 처럼 아직은 잘 모르지만 점점 알아가면 되지. 내가 너를 잘 알고 사귀고 싶은 호감이 더 커졌다면 바로 고백을 했을거야.”
물론 그 친구가 나를 친구 이상으로 좋아한 것 같진 않지만 말이다. ㅎㅎ
서로를 알아가고 사귀고 싶은 마음이 사랑으로 변화되는 과정을 생략한 내 잘못과 동시에 사랑은 갑자기 뿅하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람과 사람이 인연으로 만나는데 ‘갑자기’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기적을 만드는 노력이라는 이름으로 무작정 성급하게 돌진을 해서도 안된다.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부담이 되지 않도록 마음을 쏟는다면 분명히 누군가와는 기적이 일어난다.
난 그렇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