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고등학교에서 야간자율학습이라는 강제감금을 시행하는지 모르겠다.
내가 학교를 졸업한지가 꽤 지났으니 지금은 아마 사라졌을 수도 있겠다.
정규 수업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4:30까지였고 약 30분의 청소시간을 마친 후 6시부터 6:50분까지 저녁을 먹은 후 밤 10시까지 야간자율학습을 했다.
다들 알다시피 말만 자율학습이지 강제학습이다.
이 자율학습을 째면 선생님한테 끌려가서 맞거나 혼나야 했기 때문이다.
요즘은 학교 내에서 체벌 금지지만 약 2000년대 중반까지만해도 학교 내에서 인권은 거의 없었다.
그리고 아침자율학습이라는 것도 있었다.
정규 수업은 9시에 시작인데 무려 7시 50분까지 등교를 해서 한 시간 동안 자율학습을 하는 것이다.
그때의 고등학교 스케쥴은 정말 살인적이었다.
더욱 무시무시한 것은 저때는 주 6일제였다는 것이다 !
즉 일주일에 6일 동안 아침 7시 50분까지 등교를 해서 밤 10시까지 야자를 하는 스케쥴을 3년 내내 반복하는 것이다.
아침자율학습 시간에 늦거나 야자를 안 하고 가면 선생한테 체벌을 당한다.
... 저 때 어떻게 살았지?
난 무척이나 자유로운 성격이어서 이런 살인적인 일과가 정말 소스라치게 싫었다.
그래서 아침자율학습을 자율적으로 참가 안 한다는 명분으로 거의 매일 정규 수업시간에 맞춰서 등교를 했고 당연히 선생들은 나를 응징했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어디까지나 자율학습이다.
단어조차도 자율학습으로 분명히 명시되어 있고 자율적으로 참여가 가능하도록 설계되었다.
그런데 왜 자율적으로 참여 불참여를 결정하지 못하는가?
남들 하는데 너는 왜 안하냐고?
그럼 남들 다 한다고 나도 꼭 해야하나?
사회가 그런식으로 흘러가면 독재사회와 다를 것이 무엇인가?
그리고 이런식으로 사람 잡아놔봐야 공부 할 애들은 하고 안 할 애들은 안 한다.
이 정도 반박을 하면 꼭 나오는 말이 있다.
"어디 선생님한테 꼬박꼬박 말대꾸야?"
많은 분들이 고등학교때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고 들었다.
그게 무슨 말인지 잘 안다. 나 역시 저 살인적인 스케쥴과 학창시절 친구들과의 추억은 별개이다.
그렇지만 난 결코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매일같이 저런 식으로 3년 동안을 보내는 것은 정말 끔찍하다.
밖에 나가고 싶은 욕망을 억누르며 3년을 보내면 흡사 공황장애가 올 것 같다.
그만큼 지금 생각해도 어처구니 없을 정도의 청소년 학대 스케쥴이다.
요즘은 역으로 교권이 너무 추락해서 문제긴 하지만 저때까지만해도 학생의 인권은 거의 없었다.
그리고 붙잡아서 억지로 공부를 시키는게 뭐 얼마나 큰 효과가 있겠으며 어차피 명문대 갈 애들은 강남 8학군에서 다 나온다. 그리고 우리는 명문대를 가기 위해서 사는 것이 아니다.
어디서부터 이렇게 맹목적이고 폭력적이며 억압적인 교육이 시작되었을까?
살인적인 스케줄로 복종시키고, 시키는 대로 안 하면 때린다라는 발상은 일제 식민지와 군부독재시절의 악습이며 잔재일 뿐이다.
얼마전에 친구녀석들과의 송년모임에서 한 친구가 이 이야기를 하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어후 근데 우리 고등학교때 아침 8시 전에 오게 해서 밤 10시에 보냈던 거, 그거 지금 생각하면 완전!"
"청소년 학대지!"
사실 나는 그 당시에 나를 제외한 모두가 저 스케쥴에 암말 안하고 순응해서 적잖이 놀랐었다.
다들 참고 있었던건지 아니면 그냥 다닐만 하다고 생각했던건지, 아니면 자유의지가 없는 건지 당최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순응적이었다.
나는 혼자만 반기를 들었던 걸까? 라는 생각으로 그간 지내왔는데 저 친구가 솔직하게 이야기해줘서 내심 안심이 되었다.
여러모로 갑갑한 한국사회이지만 저때 고등학교 생활은 정말 답답하다 못해 암담했다.
더욱 암담한 것은 고등학교의 야자는 회사에서의 야근을 위한 예행연습이라는 것 뿐이다.
참.. 다시 생각해도 고등학교 어떻게 다니고 졸업했는지 신기하다.
다시 돌아가면 절대 못함...절레절레
-by Tizi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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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지막에 고등학교의 야자는 회사에서의 야근을 위한 예행연습 이라는 말이
목에 탁 걸리네요....
좋은글 감사히 보았습니다^^
tip!
감사합니다 :)
저는 열한시 반까지 ㅜㅜㅋㅋㅋ 학원도 못다니게 했었어요. 야자 안한다고도 아니고 학원간다고 하니까 교무실 불려가서 문제아 취급당하고.. 요즘은 야자는 많이 없어진것 같아요. 저희 모교도 많이 느슨해졌다고 하네요. 고시생사이에서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공부는 혼자하는거라고 ㅋㅋ 야근의 예행연습이란건...윽 끔찍하네요....
헐헐헐헐헐 !!!????
11:30까지 야자를 하면 도대체 집에 어떻게 가나요???? 이거 실화인가요????
하아...참 깝깝하던 시대였습니다 .... 이겨낸 ohthisisit님께 박수를....
전 의자 책상을 다른 곳으로 빼고 야자 땡땡이 가끔 칠때가 있었는데....아직도 그 쾌감을 잊을 수 없네요^^ 금지된 것을 파괴할 때의 짜릿한 무언가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ㅋㅋㅋ 뭔지 압니다 저도 야자 정말 많이 쨌거든요
하아 근데 다시 돌아가라고 하면 못 합니다 ㄷ ㄷ
짱짱맨이 들렸다 갑니다!
좋은글 잘 봤습니다. ^^
오늘하루도 수고하셨습니다.
아자아자!
늦은 시간까지 감사합니다 오치님 :)
지금 학생들은 어떻게 공부를 할까..
어떻게 보면 존경스럽더라구요.ㅎ
요즘에는 없어진 듯 합니다ㅎㅎ
당연히 없어져야죠ㅎㅎ
지금도 강제 야자가 있습니다. 하....
없어졌다고 들었는데 아직도 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