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를 배우기 시작한 이유는 탕웨이처럼 멋진 중저음의 북경어로 말하고 싶어서였는데, 막상 중국인을 만나면 만추의 탕웨이처럼 꿀먹은 벙어리가 된다.
지난 봄 학원 수업중에 첨밀밀 노래를 배웠다. 선생님이 선창하고, 다같이 몇 번 연습 뒤에, 한명씩 돌아가며 노래를 부르게했다. 결국 첨밀밀은 중국어 학원을 관두게된 결정적인 도화선이 되었다. 부끄러움이 많은 사람들에게 난감한 시스템이었다. 이후 독학 중국어는 도통 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강요받는 시스템은 견딜 수가 없다. 그것이 혹여 많은 보상을 주는 일이라해도 싫다. 무관 사주, 신강한 비견격의 비애(悲哀).
탕웨이 | 汤唯 | Tāngwéi
첨밀밀 | 甛蜜蜜 | Tián mì mì (달콤한 꿀)
주말의 영화로 몇년만에 다시 첨밀밀을 봤다. 이제껏 다섯번도 넘게 본 영화인데 '어제의 첨밀밀'은 지금까지 봤던 첨밀밀과는 다른, 완전 새로운 영화였다. 그들의 말을 몇마디 알아들었기 때문에!!!
첨밀밀은 80-90년대를 관통하며 자본주의를 처음 접한 중국 젊은이들의 머니 러쉬 &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중국 본토-홍콩-미국을 잇는 10년간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며 질긴 인연을 그려간다. 만나고 헤어지고 또 만나고 다시 헤어지고 만난다. 스토리의 구성은 막장드라마에 가깝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피엔딩 아름다운 영화다.
중국 본토에서 건너온 남자와 여자는 홍콩 맥도날드에서 인연이 시작된다.
남자와 여자는 이제 막 중국 본토에서 홍콩에 왔다. 남자는 광둥어를 못하는 쑥맥, 여자는 본토 사람이 아닌양 광둥어로 말하며 남자를 무시하고 이용한다. 여자는 돈을 벌기 위해 놀라운 생활력을 발휘하는데 영어 학원에서 수강생 브로커 & 청소 일을 한다. 남자는 교실에서 여자는 교실 밖에서, 함께 영어 공부를 한다.
남자와 여자는 등려군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으로 친해지기 시작했다. 함께 등려군의 노래를 부른다. 밥을 먹는다. 술을 마신다. 같이 잔다. 그들은 헤어지고 한참 후에야 그것이 사랑이었음을 알게된다. 밤낮없이 개미처럼 일만하던 여자는 안타깝게도 주식에 투자해 번 돈을 한번에 날려버린다. 이후 여자는 마사지샵 종업원이 되어 조직의 두목과 함께 살게된다. 남자는 본토에서부터 오래 사랑해왔던 그녀와 결혼한다.
그리고 몇년 후 각자의 삶을 살던 여자와 남자는 재회한다. 남자는 오래도록 연애하다 결혼한 그녀를 버렸다. 더이상 그녀를 사랑할 수 없는 미안함. 반면 여자는 그런 남자를 버려야만 했다. 마사지 샵에서 만나 여자와 함께 살아온 그에게 인생 최대의 위기가 찾아왔기 때문이다. 여자는 그의 품에서 오열하며 함께 떠난다.
재회 이후 남자와 여자는 전혀 다른 반대의 선택을 했다. 하지만 남자와 여자 모두에게 그것은 사랑이다. 혹여 사랑하던 누군가에게 버려져 참혹하다 느껴질 때, 영화 첨밀밀이 위로가 될 수 있겠다. 다시보니 이 영화는 '사랑과 이별에 대한 예의'를 일러준다. (fin)
sobong's pick
첨밀밀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멋졌던 캐릭터는 여자가 결국 선택해야했던 조직 두목 표형. 쥐 말고는 무서운게 없다고 말하는 여자를 놀래키기 위해 미키마우스 문신을 해버린 초강력 울트라 센스남! 길 가다 아무놈이나 만나도 나보다는 나은 놈이니 부디 나를 떠나달라 말하는 빗속 장면에서 그만 눈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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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주차에 도전하세요
그리고 즐거운 스티밋하세요!
'사랑과 이별에 대한 예의'
한마디로 하면 어떻게 되나요?
사랑과 이별에 대한 각자 다양한 기준들이 있을테고 절대적인 한마디로 정리하는건 불가능하다 싶어 '예의'라고 함축적으로 표현했어요.
남자(여명)과 여자(장만옥)가 우여곡절 끝에 다시 만나 사랑을 확인하고 함께 하기로 약속해요.
먼저 여자가 남편(조직 두목 표형)에게 이별을 고하기 위해 찾아갔다가 남편의 상황이 매우 위태롭다는 것을 알게되죠. 여자에게 남편은 자신의 성공을 지탱해주는 현실적 버팀목같은 존재였는데 그 존재성이 끝난 상황. 그럼에도 여자는 함께하기로 했던 남자를 버리고 남편을 따라 도피의 길을 선택합니다. 새로운 사랑을 깨닫고 이별을 결심했지만 그 순간 일생일대의 위기에 처한 남편 기존의 사랑을 지키는 여자의 선택, 전 이것이 사랑에 대란 여자의 의리(예의)였다 봅니다.
남자는 집으로 돌아가 오랜 시간 함께해온 부인에게 이별을 통보해요. 사랑하는 여자가 있다는걸 고백하죠. 그 여자가 남편과 함께 떠난 것을 알고도 그리 합니다. 새로운 사랑을 취할 수 없음을 알지만 그렇다고 그 새로운 사랑을 인지했기에 남자는 외도를 받아들이겠다는 부인과의 이별을 택하고 홀로 남는 선택을 합니다. (현실에선 흔치 않을 법한 ㅋ) 사랑했지만, 이제 더이상 사랑할 수 없는 부인에 대한 배려(예의). 전 이것 역시 남자의 부인에 대한 남은 사랑이라 여겨졌습니다.
인스턴트 사랑이 익숙하고 편한 시대에 진가신 감독이 말하는 이별과 사랑이 이전과 다르게 묵직하게 와닿더라구요. 이런게 나이 먹는걸까요? ㅎ.ㅎ
제가 이영화는 알아요~~여명이나와서
여명... 간만에 다시보아도 어찌나 느끼한지. ㅋ 주인공 외모가 내 스타일이 아니면 영화 몰입을 하는데 시간이 넘 걸린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