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비가 오는 오후였어.
송당리 당오름을 찾은 건.
오름은 낮고 작아 보이는데 삼나무, 소나무, 밤나무 등 다양한 나무가 숲을 채우고 있어.
덕분에 햇빛도 빗물도 가려버리더라고.
오름 입구에 들어서자 바로 만나는 이런 습하고 어두운 녹색톤.
싱싱하면서도 차분하고 진득한 느낌이랄까.
자세히 보면 보이는 모든 것들이 서로 링크되어 섞이고,
살아있음으로 채우고 덮여 있는.
그런 숲이더라고.
나도 이 자리에 조금만 있으면 푸름으로 덮여버릴듯이.
뜯기고, 찢기고, 갈라지고, 비틀어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틔우고 뻗고 펄럭거리는 것이 살아있는 것임을 보여주듯이.
그런 검푸른 숲이 오름 입구에서 부터 우리를 안내해.
정성스럽게 잘 깔려 있는 돌길.
이곳 당오름의 입구에 있는 '본향당' 덕분이겠지.
제주에 많은 신당이 있지만,
이곳 본향당은 제주의 신들의 어머니를 모신 곳이라 더 특별하게 관리되고 있는 것 같아.
돌길을 조금만 따라 걸으면 만나는 당집. 현무암으로 만든 석단위에 위패를 모시고 있어.
근처에 팽나무와 돌담을 두르고, 당집 바로 옆에는 작고 아담한 신당도 마련되어 있고.
가끔 빗물 떨어지는 소리만 들리는 조용한 숲에서
인간이 만든 공간을 보니 좀 안도감이 들기도 하고,
빗물을 잠시 피하며 밖을 바라보게 되더라고.
공간이 갖고 있는 원래의 분위기인지,
아니면 비가 오는 날이라 더욱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쪽에서 저쪽을 그냥 바라보게 되는 날.
그러면서 무엇인지 말할 수 없는 것들을 헤아려 보고 싶은 날. 그런 오후.
그렇게 본향당에 잠시 머뭇거리다가 당오름으로 올랐어.
오름으로 이어진 길은 다시 숲이야. 나무가 적고 시야가 트인 제주의 일반적인 오름과 달리 가득 채워진 숲.
보통 제주의 오름에서 소나 말을 많이 키우기 때문에 나무보다는 풀이 일반적인데, 이곳에 이렇게 울창한 숲이 버티고 있는 것은
'신의 영역'에 아무나 드나들지 못하도록 한 인간의 마음이겠지.
이제는 나무가 주인인 작지만 울창한 숲의 오름.
송당에 있어.
'오름의 어머니'라 불리는 작고 아담한 오름이.
당오름
제주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산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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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아~~당오름으로...짙은 녹음 잘 보고 갑니다.
제주는 힐링 그 자체죠. 좋은 사진 잘 봤습니다:)
계절에 따라, 장소에 따라 변하는 모습이 아름다운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