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금융정책을 정치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병폐를 답습하고 있다는
지적이 한국금융학회에서 제기됐다.
이영섭 서울대 교수는 12일 문재인 정부 금융정책에 대한 점검
을 주제로 열
린 한국금융학회 특별 정책 심포지엄에 발표자로 나와 "금융 분야 정책이 주로
정치적 부담이 작은 선심성 정책 위주로 추진되고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이
교수는 "정작 우리나라 금융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강건성을 개선하는 등 근본
적인 정책은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특히 현 정부
금융정책과 관련한 문제로 △금융의 수단화(정치화) △낮은 수준의 개혁 △단기
적 시계 등을 강조했다.
그는 특히 "4차 산업혁명 등 변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금융산업
이
란 개념이 완전히 없어질 수도 있다"며 "정치의 수단으로만 삼을 게 아니라 금
융을 하나의 독립 산업으로 보고 장기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
수에 따르면 2018년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금융시장 발전 순위에서 우리
나라 글로벌 경쟁력은 141개국 중 74위에 그쳤다. 우리나라 금융 수준이 글로벌
수준이나 제조업 발전 수준보다도 훨씬 뒤처져 있다는 것이다. 금융의 수단화
는 금융을 정책 지원을 위한 수단으로만 인식한다는 한계를 꼬집은 것이다. 이
교수는 이런 관점에서 이번 정부의 포용금융
정책도 정치를 위한 선심성 정
책 일환으로 해석했다. 이 교수는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은 (재정 복지 등) 다른
정책으로 해야 할 부분"이라며 "재정을 동원해야 할 부분을 금융으로 해결하려
는 태도는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소비자 보호는 강화해야 하지만 이를 `
금융 지원` 형태로 해결하려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또 금융 정책이 고질적인 문제 해결을 회피하고 빠르게 성과를 보일 수 있는 `낮
은 수준의 개혁`만 하고 있다는 문제도 지적했다. 이 교수가 예로 든 사안은 은
행과 산업 분리를 의미하는 은산 분리
와 금융감독체계 개편이다. 이 교수는
"은산 분리를 단순히 특정 인터넷은행에 대한 특혜 차원에서 볼 게 아니라 향후
금융업 경계가 사라질 수 있는 상황이란 점을 고려해 백지에 놓고 고민해야 한
다"며 "어렵고 부담스럽더라도 감내하고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체계 개편 문제와 관련해선 "정책과 감독을 완전히 분리한다든지 금융
위원회와 금융감독원으로 이원화된 현행 체계를 해소하는 등 규제 혁신을 남은
정권 기간에라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오히려 과거 정부에선
관료들이 장기적인 정책을 소신 있게 추진할 수 있는 분위기였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자율성이 약화됐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그럴수록 금융정책이 정치화하
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이번 정부가 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
신망법 등 이른바 데이터 3법
개정, P2P 대출업 제도화, 소비자 보호를 위한
온라인 투자 연계 금융업과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제정 등 혁신 분야에서 소
기의 성과를 거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각종 대응책을 신속하게 내놓은 점도 높이 샀다.
한편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문재인 정부 금융개혁 과제
를 주제로 발표하면서
"금융감독원의 자율성 확보가 필요하다"며 "금융감독 업무의 자율성과 감독기
관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교수는 또 "향후 정치권
부정부패가 자본시장을 중심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금융소비자 보호 필요
성도 대두되고 있다"며 "자본시장을 감독할 수 있도록 감독기관 인력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