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어느날 오전 7시쯤, 40대 중반의 지인이 갑자기 뇌경색으로 입원했습니다.
평소 혈압이 정상(120/80~130/90mmHg)이던 그가 돌연 뇌졸중이라고? 주변 사람들이 모두 놀랐죠. 담배와 술을 즐기긴 하나, 별탈 없이 지내던 중년이라 충격적이었던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왜 그런 일이 생겼을까요? 너무 너무 궁금해 그의 아내에게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그 원인이 ‘모닝 서지’(Morning surge)라고 하더라고요. 예? 그게 뭔데요?
설명을 요약하면 이 ‘모닝 서지’라는 괴물은 바로 ‘오전 중 혈압 급상승’현상이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혈압이 20mmHg 정도가 올라갑니다. 여기다 혈압을 확 끌어올리는 ‘혈압 상승 위험인자’가 겹치면 뜻밖의 불상사가 일어날 수 있답니다. 즉 뇌졸중(뇌출혈 또는 뇌경색)이나 심근경색(심장마비)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뇌경색은 뇌 부위의 혈관이 막혀서, 심근경색은 심장근육(심근)의 혈관이 막혀서 일어나는 발작적 증상입니다.
토요일 오전 일찍, 동네병원에 간 김에 제 주치의에게 물어봤습니다. 주치의 이 모 박사에 따르면 ‘모닝 서지’는 오전 6시부터 오전 10시 사이에 가장 많이 일어난다고 합니다. 그 시간대에 뇌졸중과 심근경색이 가장 많이 발생한답니다.
또 혈압 상승 위험인자는 ① 아침(기상) ② 추위 ③ 음주(과음) ④ 흡연 ⑤ 염분(소금, 즉 나트륨 성분) 섭취 ⑥ 커피(카페인 성분) 과다 섭취 ⑦ 변비로 잔뜩 힘을 주며 용변을 보는 화장실 문제 등입니다.
아침에 일어날 때 혈압이 오르는 것은 쉽게 말해, 부교감신경과 교감신경 사이의 ‘권력 투쟁’ 때문입니다. 잠을 잘 때는 부교감신경이 우위에 있으나, 잠에서 깨면 교감신경이 우위를 차지하면서 혈압이 높아지고 맥박이 빨라지는 등 몸이 긴장 상태로 접어든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혈압 상승 위험인자’가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요? 정확한 통계는 아직 없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일본 NHK 방송의 건강 프로그램에 의하면 소수 환자들에 대한 실험 결과 최대 21mmHg가 높아진다고 합니다.
즉 흡연은 21mmHg, 과음과 긴장(스트레스)은 각각 20mmHg, 월요병(Monday blues, 월요일 아침 스트레스)과 계단 오르기가 각각 19mmHg, 변비에 의한 화장실 문제가 12mmHg,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스트레스가 9mmHg, 커피 과음이 8mmHg 정도의 혈압을 높일 수 있답니다. 물론 정설로 굳어진 수치는 아닙니다.
그러니 예컨대 평소 혈압이 128mmHg인 사람의 경우에도 아침에 일어나면서 20mmHg 정도 혈압이 높아진 데다, 다른 위험인자가 작동할 경우 160~180mmHg까지 혈압이 갑자기 치솟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따라서 정상 혈압인 사람들도 전날 밤 ‘과음+과다 흡연’(이를 의사들은 ‘죽음의 칵테일’이라고 일컫습니다)을 한 분들은 아침 혈압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그리고 두통, 현기증, 의식 혼미, 말 어눌함, 한 쪽 팔다리의 힘이 빠지거나 저린 증상 등이 심하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합니다.
또 고혈압 약을 복용 중인 환자 분들도 ‘모닝 서지’ 증상이 심하다고 느낄 땐 조심해야 합니다. 의사와 상의해 약을 아침식사 후가 아니라, 저녁식사 후에 먹는 걸 상의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을 높여 '오전 중 혈압 급상승'(Morning Surge)에 따른 뇌졸중 또는 심근경색의 위험을 줄여야 겠습니다. 옛 어른들 말씀대로, 정말 알아야 면장을 합니다.
3월의 시작을 아름답게 보내세요^^
예. 무척 감사합니다. 좋은 봄 맞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