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일하는 딸내미가 온다고, 그 딸내미가 좋아하는 게 상품이 홈쇼핑에 보이자마자 주문을 하신 모양이다.
근데 같이 시킨 다른 애들은 다 오는데, 딱 그 홍게만 안 온다.
딸내미가 돌아갈 날이 다가오는데 홍게는 올 생각을 안 한다.
다른 홈쇼핑처럼 배송문자도 없고, 답답해서 전화를 해본다.
해산물이라 출고일이 1~3일 정도 변동이 있는데 딱 3일째 되는 날, 그러니까 전화한 날 아침에 출고를 해서 취소도 안 된단다.
먹을 사람이 없는데 이제와서 뭐 하냐고, 취소하고 싶다고 해도 이미 출고해서 어렵다는 답만…
문자 안 보내주는 건 개선 제안을 해보겠단다.
(요즘 세상에 문자도 안 보내주는 홈쇼핑이라니…자동 서비스에선 운송장 번호만 읊어대고, 전화하면서 그걸 누가 잘 받으적을 수 있을까? 옆에 누가 있지 않는 한…)
그래 내 잘 못이죠, 탄식 섞인 목소리를 뱉으시며 전화를 그제서야 끊으신다.
그리고 딸내미가 돌아가는 날, 내색은 안 해도 계속 택배가 왔나 문을 살피시는데 저녁을 다 먹을 때까지도 감감무소식이다.
체념하고 저녁먹은 그릇 설거지를 마치고 또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문을 열어보니 하얀 아이스박스가 도착해있다.
딸내미는 기차타러 가야하는데…
그래도 못내 아쉬워 포장해서라도 보내고 싶어하신다.
시간이 약간 여유가 있어서 결국 맛이라도 보고 가기로 한다.
때가 지나서인지 몸통엔 먹을 살도 없고 다릿살도 부실하지만 래도 부지런히 가위질을 해서 살을 분리한다.
먹을 게 없다면서도 가위질이 쉬지 않는다.
게를 좋아하는 딸내미가 그냥 버리는 몸통이 아깝다고 뒤적이다가, 진짜 먹을 게 없네 하며 내려놓는다.
그래도 부랴부랴 게맛이라도 보여줘서 다행이지 싶으신가보다.
텅텅 빈 게살 속에 꽉 찬 어머니의 마음이 느껴져서 배가 든든한 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