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인터넷 붐에 이어 스마트폰으로 세상이 바뀔때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인터넷 서비스와 앱을 신기해하며 소비만 했던 문과생이였던 나는
이제 또 Cryptocurrency(암호화폐) 와 blockchain (블록체인)이라는 변화 앞에
또 누군가가 신기술로 변화시키고 창조해 가는 새로운 세상에 뒤따라 가기만 하는게 아닌지 초초함이 가득하다.
인터넷 초창기야 학생이었으니 그랬다지만,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사업아이템을 찾던 때가 스마트폰의 출현으로 새로운 앱이 마구 생겨날 때와 맞물려 나도 뭔가 해보자 했던 때가 있었다.
친구와 함께 나름 시장조사도 하고 해외 자료도 뒤져 떼돈을 벌 수 있을것 같은(!) 모바일 사업 기획안을 만들었지만 결국 앱으로 구현해 내기 위해서는 개발자가 필요했다.
주변에 문과생만 가득한 우리로서는 수소문 끝에 대박이 난 000앱, xxx 앱, XYZ앱을 만들었다는 앱개발 회사에 외주를 줄 수 밖에 없었다.
하루에도 수십개씩 앱이 나오던 때라 타이밍이 중요했지만
출시 일정을 맞추는 건 기대도 할 수 없었고, 6개월 사이에 바뀐 담당 개발자만 3명...
더 암울했던 건 앱이 버벅거리고 사용자 편의성이 낮아 수정을 하고 싶어도 어디서 어떻게 잘못되었는지를 알 수가 없으니 개발자에게 요구하는데에는 늘 한계가 있었다.
지지부진하게 앱개발을 하던 어느날, 개발 회사가 다른 회사와 합병을 해 팀이 해체됐다며 알 수 없는 글자로 가득한 파일만 넘겨준채 사라져 버렸다.
(그때 날린 돈으로 비트코인을 샀었더라면...
아마 지금쯤 은퇴를 하고 지중해 어딘가에서 요트를 타고 있겠지.)
이제 시작되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의 시대의 출발점에 서서
이번 기회는 놓치지 말아야지 하는 각오와 함께
요구하는 사항마다 '알겠습니다'하고는 몇주씩 연락이 두절되었던 앱 개발자에게
우리 사업의 운을 걸 수 밖에 없었던 그 때의 공포가 되살아난다.
굳이 위안을 삼기 위해 생각해낸 한가지 희망이 있다면
문과생으로서, 소비자 커뮤니케이션을 업으로 살아왔던 경험이
이 새로운 시류를 파악하는데 힘이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회사를 다니며, 사업을 하면서,
늘 변화 무쌍한 사람들 (정말 이상한 사람들 다수 포함)을 상대로 소비자 분석을 하고 내공을 쌓아왔으니
지금 이렇게 날뛰는 암호화폐 시장을 파악하는 데에도,
야심차게 (그렇지만 우후죽순) 나오는 수많은 코인/토큰의 미래를 전망하는 데에도
소비자 심리를 좀 더 이해하는 문과생의 경험이 장점이 되지 않을까?
FOMO - Fear Of Missing Out.
단지 2년전에 비트코인을 사지 않아서가 아니라 기술 문맹인 문과출신에서 오는 더 근본적인 FOMO.
초조해 하지만 말고, 쉬지 않고 공부하고 인간 심리에 대한 감을 놓지 않고 계속 뛰는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