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tness] gym에 가면 (나와 운동)

in #fitness7 years ago (edited)

시장에 가면 게임이 생각나는 제목이네요, 요즘에도 그 게임을 하기는 하나요? 효리네 민박에서 마피아 게임을 하는 걸 보고 대학시절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던데....

저는 운동하러 가는걸 좋아합니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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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의 주인공은 몸이 뻣뻣한 척 하는거다에 아직 생기지도 않은 제 스팀 달러 $1를 걸고 싶네요. 저정도로 뻣뻣하다면, 손이 저만큼 갈 수 없습니다.(단호)

워낙 뻣뻣한 데다가 몸을 요령있게 쓸 줄을 몰라서 중고등학교 내내 체육시간만되면 각종 관절에 염좌를 달고 살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왜, 중고등학교 체육수업이라는게, 중간고사 줄넘기, 기말고사 멀리뛰기, 중간 고사 농구 자유투 뭐 이런식이다보니, 운동신경도 없고 평소에 몸을 어떻게 쓰는지 몰랐던 제가 한 부위에 집중해서 지금까지 해본 적 없는 동작을 연달아서 연습하다보니 기능을 제대로 익히기도 전에 몸이 고장나기 일쑤였죠. 고등학교 때는 무용시간이 따로 있었는데, 무용실에서 스트레칭을 하는 도중에 너무 뻣뻣한 저를 보고 애들이 빵터져서 웃다가, 웃음이 멈추지 않아서 선생님이 그 애들을 쫓아내셨던 기억도 있습니다. 차라리 나도 같이 쫓아내주지... 생각하며 그 시간이 빨리 지나갔으면 했지만, 약 20년이 지난 지금에도 그 때 그 무용실이 그려지는거 보면, 어지간히 창피했었나봅니다.

그런데 왜?

처음으로 “헬스클럽”에 발을 들여놨던 때가 생각이 나네요. 지금은 어느 동네에나 헬스클럽이 몇군데씩 있지만, 제가 막 수능을 치르고 났던 세기말에는, 운동하러 버스 타고 몇 정거장 쯤 가야 했어요. 몸집만 마블리인 관장님이 기구 좀 설명해주고는 해봐라, 해서 깨작거리다가 두 달도 안돼 재등록을 포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두번째로 gym에 등록했던 건 필리핀에서였는데요. 20 평생 엄마 밥만 먹고 자라다가 첫 해외+기숙사 생활에 들떠 고삐풀린 망아지가 되어 야식 간식 챙겨먹기를 충실히 한 나머지 정상에서 살짝 저체중에 속하던 제 몸이 두 달만에 근 14키로가 찌더라고요. 가져간 옷은 당연히 맞질 않았고, 운동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자연스레 하게 되었어요. 주 7일 운동을 하는건 불가능한 목표라는 생각에, 주 4회 만이라도 가자. 일주일 이상 빼먹지 말자를 깊이 새겼는데, 이 원칙은 지금도 지키려고 합니다. 했던 것은 정말 기초중에 기초 기구운동들이었어요. 약 1년 반 정도만에 원래의 몸으로 돌아왔고, 귀국을 했죠.

세번째가 제 운동 인생(?)에 있어 중요한데요, 결혼 후 요리 솜씨를 뽐낼 만한 야식파트너가 생긴 기념으로 잘 먹고 잘 살았더니 결혼후 3달 만에 정확히 3키로가 찌더라고요. 마침 개관하는 피트니스 클럽이 있어서 상담을 받다가 둘이 등록! 당시에는 개인PT (아무리 생각해고 역전앞 같은 구조의 단어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그냥 씁니다) 가 꽤 보편화되었었는데, 첫 트레이너를 잘 만났던 것 같아요.

운동이라면 그때까지도, 그냥 나는 잘 못 하는것, 재미 없는 것으로만 여겨왔는데, 이 선생님은 늘 “북돋아주는” 타입이었어요. 덕분에 운동하러 가는 것이 조금씩 재미있어졌고, 당시에 한국에서는 트위터(그리고 해시태그를 이용한 #**당으로 오프라인 미팅(스팀 세상에선 밋업이라 하죠?)와 온라인 병행 친목다지기가 유행이었고, 트위터 시작- 다이어트당 열혈 활동 회원이 되었죠. (사실 저를 스팀 세상에 이끌어준 아론횽아도 요기서 만난.... ^^) 당시에 배웠던 건, 운동을 한다고 마음 높고 먹으면 건강한 돼지가 된다, 꿈꾸는 몸매를 가지려면, 식이가 70, 운동이 20, 나머지는 의느님께 맡겨야 한다는것? 당시엔 기업 트위터 운영자들도 트윗 세상에 많이 쏟아져나오셨었는데, 다이어트 챌린지 이름을 걸고, 제품까지 협찬 받아가며 10주 다이어트에 돌입했던 기억이 납니다. 시작 자체가 정상체중 범위에 있었던지라, 뭔가 보려주기 위해서는 독하게 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10주만에 체지방량으로만 4kg감량, 최저 체지방율 14.9%를 찍었었어요. 희미하게 내천자가 생기려고 자리도 잡아더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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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지금 저에게 그 때로 돌아가고 싶냐고 묻는다면 단호하게 No라고 말하고 싶어요. 왜냐면 입에 뭐 하나 하나 들어가는걸 일일히 다 사진찍고 적고, 뭔가 생각보다 많이 먹었다 싶으면 바로 운동하러 가고, 저녁 약속이 생기면 약속 전, 후에 러닝머신을 미친듯이 달려댔거든요, 더불어 인바디 체크를 거의 중독자 수준으로 해댔었죠. 체지방량이 두 자리 수가 넘어가면 엄청나게 살이 찐 것 같아서 나를 밀어붙이고, 어떤 날은 참다 참다 터져서 짜파게티 먹고 다시 죄책감에 사로잡혀 벌 받는 기분으로 다시 러닝머신 위에....

몸을 쓰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 PT는 꾸준히 받았습니다. 몇 년 간 거기 쏟아 부은 돈이 어지간한 회사 연봉 정도는 되지 않나 싶네요.

아시겠지만, 한 곳에서 오래 근속하는 트레이너를 찾기는 어렵습니다. 몇 년 간 몇 명의 트레이너를 거치며 얻은 팁이 있다면,

  1. 트레이닝 계약 전, 내가 몇 주 동안 몇 번의 트레이닝을 통해 얻고자 하는 목표가 무엇인지 수치화한다.
  2. 되도록 내 문제로 예약을 취소하지는 않도록 한다. 저는 집-회사가 거의 붙어있다시피했기 때문에 변동가능성이 가장 낮은 폐장 전 1시간을 주로 이용했는데요, 끝나고 자연스럽게 같이 운동 기구 치우면서 문 닫고 나왔던 기억이 나네요.
  3. 매 시간, 내가 뭘 배웠는지, 트레이너와 함께(함께가 정말 중요합니다. 굵게 강조 처리하고 싶은데 제가 아직 마크다운을 덜 배워서, 하하.) 정리하는 시간을 가진다.

1시간 PT를 받는다고 하면 한 시간 내내 빡세게 굴리는 게 아니라, 웜업 개념의 유산소(주로 러닝머신) 10-15분 - 메인 운동 루틴(2-30분) - 마무리 스트레칭(10-15 분) - 마무리 유산소(주로 사이클 5~10분) 이런 순으로 가게될텐데, 내가 오늘 메인 운동으로 어떤 동작을 어떻게 했는지를 같이 점검하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저는 주로 폰 메모장을 이용했었는데요, 이런 기록들이 남아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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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 혹은 가까운 시일에 다시 봐야, 이게 뭔 동작인지, 내가 하면서 어떤 기분을 느꼈는지, 뭐가 부족한지 알게됩니다.
여유가 있다면, 트레이너에게 오늘 했던 루틴 중 내가 잘 못했던건 뭐고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지 물어봅니다. 대답을 피한다거나, 그런 걸 왜 묻는지 의아, 혹은 불쾌해한다면 트레이너 교체를 고민해봐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나우히어스는 평생 몸짱으로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로 이야기가 끝난다면... 참 좋았겠지만, 몸 만들고 잠시 풀어졌다가 다시 조이기에 들어갔는데, 몸이 잘 안받쳐주는걸 느끼게 됩니다. 제 속에 비글이가 자라고 있었던 거죠. 지금은 선생님들이 어떻게들 말씀해주시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첫 검진을 받았던 산부인과 선생님은 계속 운동 하러 가도 되냐는 제 질문에 뭐 이런 엄마가 다 있냐며, 당장 그만두라고 하셨습니다.

지금 만나면 붙잡고 물어보고 싶네요. “나한테 왜그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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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기간 동안 하던 운동을 멈추고 죽음의 입덧을 근 20주까지 겪고난 이후, 그동안 쌓아뒀던 식욕 포텐이 터진데다 일에서 오는 스트레스까지 겹쳐서 빵 봉인 해제+디저트 홀릭+많이 먹기에 돌입합니다. 배는 쌍둥이만해졌고, 임신성소양증(쉽게 말하자면, 피부 발진이 일어나는데, 발진의 원인이 임신)을 겪으며 스트레스는 모두 먹는 것으로 풀었었어요. 온 몸에 번진 소양증 덕분에 몸에 핏 되는 옷은 하나도 입을 수가 없었고 나날이 최고 몸무게를 경신해갔습니다. 예정일을 4주쯤 앞두고 출산 병원의 주치의선생님의 경고를 듣게됩니다. 내가 아무리 자연분만 전문으로 소문이 났다지만, 여기서 더 커지면 자연분만 힘들 수도 있다고. 그래서 출산 직전에 “과일, 빵,, 달다구리”를 최대한 줄이고 낮잠을 포기했습니다. 추정치로 엄청 크다던 아가는, 3.2kg으로, 정말 난민 같이 마른 상태로 세상에 나왔지요.

그리고 저는 일생 일대의 실수를 하게됩니다. 산욕기에 무리하게 운동하기!

출산 후에는 벌어졌던 몸의 각 기관들이 제 자리를 찾아가기 쉽도록 도와주는 호르몬이 분비됩니다. 아직 몸이 내 몸이 아니지만, 움직이다보면, ‘어라? 생각보다 할만하잖아?’ 하게됩니다. 그렇게 착각을 하며, 뻐근한 허리를 풀어보겠다며 쟁기자세를 하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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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도움도 없이.... 그리고 허리 인대(해부학적 용어로는 다열근-멀티피더스-)에 심각한 손상을 입게됩니다. 덕분에 산욕기에 가능한 몸 회복을 위한 골든타임은 다 놓쳐버렸고 지금처럼 출렁출렁한 배를 “팔자려니” 라고 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 뒤로 출산을 앞둔 분들께, 출산 준비물로 풍선 100개 한봉지 사두라고 (복식호흡이 제일 중요한데, 이걸 그냥 하려고 하면 잘 안되니까 풍선을 불면서 연습을 하면 된다고 합니다) 신신당부를 하는데, 아직까지 한 번도 고맙다는 인사를 들은 적이 없는 걸 보면, 아무도 안 해봤지 싶습니다.

여기 미국에 오고, 식생활, 식습관 모두의 변화로 인해 다시 5 kg 정도가 쪘었는데, 키토제닉(저탄수고지방) 식이와 운동 병행으로 4주만에 모두 털어냈다가, 조금씩 탄수를 늘리고, 운동을 소홀히하게 되면서 지금은 약 2-3키로 정도가 다시 리바운드 된 상태입니다.

그래도, 지금은, “이 다이어트만 끝나봐라” 라고 작심을 하지 않게 되었고, 내 몸을 너무 몰아붙이며 운동을 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한 터라, 이전처럼 몸과 마음이 힘들지는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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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저만의 셀프운동을 어떻게 하는지 소개해보려고 했는데, 전주가 너무 길었네요.

언제가 되려는지는 모르겠지만, 후속편, 이어집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운동과 어떤 추억이 있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