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원 작가 작업실 번개

in #essay5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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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주일에 한 번 쉬는 날이 월요일이다. 늘 쉬는 날은 미뤄놓은 외부 일로 하루 시간을 다 쓰게 된다. 볕을 쬐며 스마트폰을 스케줄 정리를 하다 문득 페이스북을 봤다. 의미 없이 스크롤을 내리며 훑어보다 얼마 전 여행 함께 다녀온 이상원 작가의 포스팅에서 멈췄다. 오랜만에 대청소를 했고 놀러 오라는 얘기. 바로 얼마 전 함께 여행 다녀온 작가 그룹 단체 카카오톡에 번개를 쳐서 모인 4인과 한 시간 만에 출발. 목적지는 경기도 광주 영은미술관 내 레지던시, 한 시간 반 소요된다. 가는 길 동선에서 한 명씩 태우며 두 시간은 족히 걸린 듯. 도착하니 분주한 게 젖은 손으로 우리를 맞이하는 작가님. 장보고 물걸레질로 손님 맞을 준비를 마침 끝낸듯하다.

 작업실엔 완성 중인 3-4m의 대형작품들과 소품들 그리고 1,000점 가까운 드로잉 작품이 차곡차곡 쌓여있다. 작가님과는 꽤 많은 인원이 떠난 여행에서 만난 사이라 대화보다는 어색함을 술로 채워서 이번 작업실에서 나눈 얘기가 폭넓고 깊었다. 작업과 소재에 관한 얘기, 관계에 대한 그리고 정치, 경제, 문화 등등 작업대의 물감과 도구를 치우고 제법 맛과 향이 좋은 족발과 술을 올려놓고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웃고 떠들었다. 몇 년 전 미술협동조합 '화이트 테이블'을 만들어 작가들의 예술 상품을 개발하고 판매하는 일의 선봉에 서서 진행했다고 한다. 올해는 이만 다른 분께 넘겨주고 작업에 전념할 계획이라고 했다. 작가가 기획하고 단체를 이끌어 간다는 것은 많은 희생이 동반돼야 하는 것을 알기에 수고했다고 토닥토닥해주고 싶은 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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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원 작가의 작품에는 넓은 광장이나 해변 그리고 잔디밭에 앉거나 누워 쉬고 있는 군상의 모습이 담겨있다. 그래서 밝고 편한 기분이 커다란 유화 캠퍼스에서 쏟아져나온다. 오랜만에 찬공기, 고속도로, 친구들, 그림들이 나의 별일없는 월요일을 빛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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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이 지워진 군중의 모습을 그려내시는 이상원 작가님의 작품은 누구든 그 속에 자신을 집어넣어서 볼 수 있어 관람에 더욱 의미가 클 듯 합니다. 감정에 충실한 작가님의 손에서 일어나는 마법같은 작품을 직접 눈으로 보고 오셨다니 왠지 부럽네요. 별일없는 쉬는 날이 빛날 수 있었던 것처럼, 번개로 모인 친구들의 방문이 작가님께도 큰 힘이 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네요. 직접 만나서 웃고 떠드는 일이 서로에게 편이되서 응원하는거죠. 따뜻한 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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