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경비대 건물이 보이는 동도 / 이하 김원상 기자
독도까지 가는 데 알아야 할 A-Z.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독도는 대단히 친숙한 곳이다. 친숙함을 넘어 사회, 역사, 외교적으로 대단히 의미가 크기도 하다. 일본 교과서, MBC '나혼자산다', 아시안게임 남북 한반도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빈번하게 등장하는 소재다.
최근 평양정상회담에서 북한 측이 마련한 온갖 한반도기에 독도가 뚜렷하게 새겨진 모습을 두고 큰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이렇듯 최동단 작은 섬 독도는 우리에게 단순한 섬이 아니다.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마음속에 독도를 간직하고 있다. 그러나 독도에 직접 가본다는 건 또 다른 차원의 일이다. 독도 여행은 많은 이에게 낯설다.
심지어 몇몇 사람은 누구나 독도에 갈 수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 '가보고 싶은 우리 땅'이라기보다 '어딘가에 있는 우리 땅'에 가깝다.
과거에는 외교부가 직접 관장하는 입도절차에 통과한 사람만 독도를 방문할 수 있었다. 2005년 정부가 '독도 입도 제한 완화' 조처를 시행한 이후 우리나라 국민은 물론 외국인 역시 별다른 절차 없이 독도에 갈 수 있다.
◈ 독도에 가려면 첫 관문은 울릉도
독도로 가는 모든 여객선은 울릉도에서 출항한다. 독도 방문은 울릉도 입도로 시작된다. 많은 사람이 독도 방문과 울릉도 여행을 함께 묶어서 계획을 짜곤 한다.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울릉도로 들어가는 배편을 예매하는 일이다. 울릉도로 들어가는 배는 강원도 강릉(강릉항여객터미널), 동해(묵호항여객터미널)과 경북 울진(후포항여객터미널), 포항(포항여객터미널)에 있다. 항구마다 매일 오전 이른 시간이나 점심 무렵 1~2회 출항하므로 면밀하게 계획을 짜야 한다.
여객선 예매는 한국해운조합이 만든 '가보고 싶은 섬' 사이트에서 가능하다. 사이트 이용에 문제가 있다면 각 해운사에 직접 전화해 예매하면 된다.
출발 항구에 따라 울릉도까지는 배로 2시간 30분에서 3시간 정도 소요된다. 편도 운임은 성인 기준으로 6만 원대다.
필자는 지난 4일 강릉여객터미널에서 오전 8시 20분 배를 타고 울릉도에 들어갔다. 강릉에서는 오전 8시 20분 딱 한번 울릉도행 배가 뜬다. 강릉터미널은 이른 아침부터 여행객들로 북적북적했다. 등산 가방을 짊어진 40~50대 중년 관광객이 많았다.
◈ 울릉도에서 독도까지
울릉도에서 독도 가는 배는 하루에 여러 차례 있다. 적게는 2편부터 많게는 5~7편까지 있다. 울릉도 안에서는 다소 유연하게 독도행 배편을 계획할 수 있다.
주로 저동항, 도동항에서 독도행 배가 뜬다. 독도까지 편도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기상 상황에 따라 도착 예정 시간이 지연되는 경우가 잦다. 울릉도를 출발해 독도 관람을 마치고 다시 울릉도에 돌아오면 반나절이 소요되는 셈이다.
가격은 성인 기준 5만 5000원 정도다. 독도행 배 역시 '가보고 싶은 섬' 사이트에서 예매할 수 있다.
아쉽게도 독도 여행은 그렇게 자유롭진 않다. 관광객들은 마음대로 독도를 거닐며 풍광을 만끽할 순 없다. 동도(독도의 두 섬 중 동쪽에 있는 섬)에 있는 나루터에 내린 후 근처 몇십 m 안에서만 돌아다닐 수 있다. 여객선은 보통 30~40분 정도 머문 뒤 독도를 떠난다.
필자는 지난 5일 오전 8시 30분 저동항에서 출항하는 독도행 엘도라도 호를 예매했다. 그러나 계획에는 생각하지 못한 일이 발생했다.
◈ 3대가 덕을 쌓아야 갈 수 있는 섬
울릉도와 독도를 오가면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말이 있다. "3대가 덕을 쌓아야 독도에 갈 수 있다." 그 정도로 독도 땅을 밟는 건 어렵기로 유명하다. 자연이 허락해야만 독도 땅을 밟을 수 있다.
이 말은 과장이 아니었다. 필자가 독도행을 계획한 전날 배 운항은 갑자기 취소됐다. 해운사는 "항로상의 풍랑예비특보로 인해 통제됐다"라고 알려왔다. 그날은 해가 화창하고 선선한 날씨였음에도 바다 상황은 달랐다. 그날 일렁이는 파도 때문에 독도는커녕 육지로 나가는 배조차 뜨지 못했다.
맑은 하늘이었지만 바다 상황은 달랐다.
필자는 부득이하게 독도 방문을 다음 날로 연기했다. 다음 날도 풍랑특보가 해제되리란 보장이 없어 마음을 졸였다. 독도행 일정이 꼬이면서 전체적인 일정도 차질을 빚었다.
다행히 다음 날(6일) 풍랑특보가 해제되면서 배가 출항할 수 있었다. 배는 8시 30분 저동항에서 경적을 울리며 독도로 출발했다.
독도 여행은 배가 뜬다고 끝이 아니었다. 출렁거리는 파도를 뚫고 나면 이제 접안(接岸)이 문제다. 독도엔 방파제가 없다. 파도가 조금만 일렁거려도 배가 선착장에 닿는 데 큰 위험이 닥칠 수 있다. 그날 독도에 발을 디딜 수 있는지 없는지는 독도 근처에 도달한 후에야 알게 된다. 여객선장은 독도 근처에 도착해 파랑, 바람, 기상 상태 등 다양한 조건을 고려한 뒤 접안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필자는 결국 독도 땅을 밟지 못했다. 독도를 코앞에 두고 선장은 선내 방송을 했다. 선장은 "금일 남쪽에서 오는 바람 때문에 파도가 발생한다"라며 "접안이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여기저기에서 관광객들 탄식이 터져나왔다. 어디선가 하소연이 흘러나왔다. "3대가 덕을 쌓아야 독도에 갈 수 있다더니..."
선장은 접안 대신 독도 근처를 순회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이날 여객선에 있던 200명이 넘는 관광객들은 부두 위에서 독도를 지켜봤다. 멀리나마 지켜본 독도지만 아름다웠다. 사람들은 기념사진을 찍기에 여념 없었다. 몇몇 사람들은 직접 준비해온 태극기를 흔들기도 했다.
왼쪽부터 동도, 서도
◈ 비용, 시간 그리고 '울렁울렁' 뱃멀미
따지고 보면 독도 방문은 여러모로 쉽게 갈 수 없는 곳이다.
우선 독도 방문에는 생각보다 큰 비용이 발생한다. 울릉도행 배가 뜨는 항구까지 가는 교통비부터 왕복 선박 승선권까지 따져보면 독도 한 번 가는 데 이동수단에만 총 20만 원 넘는 돈을 써야 한다. 이 정도면 가까운 해외 여행까지 다녀올 수 있는 돈이다. 여행객 입장에서는 '이 돈이면 해외 여행을 가지'라고 고민할 정도로 큰돈이다.
울릉도행과 독도행 승선권
긴 이동 시간도 큰 장애물이다. 독도로 가는 방법이 물길밖에 없다. 최고 47노트(87km)까지 달리는 쾌속선이지만 동해의 거친 파도로 예정 시간은 번번이 초과된다. 울릉도 왕복은 5~7시간, 독도 코스는 3~4시간이 넘게 소요된다. 독도 방문은 뱃길로만 8~11시간을 이동해야 하는 대장정이다.
무엇보다 가장 독도 방문객을 괴롭히는 적은 뱃멀미다. 수 시간 기약 없이 바다 위를 달리면서 거의 모든 승객은 멀미를 겪을 수밖에 없다. 뱃멀미를 안 한다고 자부했던 필자도 마찬가지였다. 배 위에서 1시간이 넘어가자 머리가 어지러웠고 속이 울렁거렸다.
독도행 엘도라도 호
여객선 안에는 멀미로 호소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화장실 변기 앞에 주저앉은 사람이 줄을 이뤘고 복도에 주저 앉은 사람도 많았다. 몇몇 사람들은 바닥에 깔개를 깔고 아예 드러눕기까지 했다.
독도에 가려면 극한의 뱃멀미를 각오해야 한다. 멀미에 극심한 고통에 시달린다면 독도 여행은 힘들었던 기억으로만 남을 수밖에 없다.
극심한 뱃멀미가 있지만 독도 방문은 값어치 있다. 독도가 눈앞에 등장하면 두근거리는 마음에 뱃멀미는 싹 가신다. 사람들은 수평선 위에 독도가 등장하자 하나같이 자리에서 일어나 멀리 독도를 가리켰다. 독도가 눈에 보이자 뱃멀미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라졌다.
◈ 독도명예주민이 되는 방법
독도를 다녀온 사람은 뜻깊은 기념품을 남길 수 있다. 바로 독도명예주민증이다. 독도관리사무소 홈페이지에 방문해 관련 정보를 기재해 신청하면 된다. 독도행 여객선 승선권 정보가 필요하므로 꼭 승선권을 버리지 않고 소지해야 한다. 신청을 마치고 나면 며칠 뒤 우편으로 독도명예주민증을 받게 된다. 모든 비용은 무료다.
독도명예주민증을 발급자에겐 혜택도 있다. 울릉도, 독도를 거치는 여객선에서 10~40% 할인받을 수 있으며 울릉도에 있는 일부 관광시설물을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
독도관리사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