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조금 이상한 질문처럼 들릴지도 모르겠다. 이사갈 곳과 계약을 하고, 이사짐 센터를 물색하고, 날짜가 되면 이사를 하면 될일 아닌가? 혹시 잔금이 모자라다면 은행 대출을 받아야 할 것이고, 필요하다면 연차도 내야하고, 인터넷 이전 신청도 하고 말이다.
맞는 말이다. 모두 알다시피 개별 세대의 이사는 그렇게 진행하면 된다. 여기서 내가 의문을 가졌던 점은 집합적으로, 즉 이사하는 날 모든 세대의 이사는 어떻게 진행이 될까? 하는 점이다. 보통의 경우 이사는 나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이사하는 날, 내가 살던 곳으로 들어오는 사람이 있고, 내가 이사갈 곳에서 다른 곳으로 나가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사는 어디서 시작되고 어디서 끝나는 것일까?
생각해보면 이사는 다음의 두 과정 중 하나를 따르기 마련이다. 한 곳에서 시작해서 다른 곳에서 끝나는 직선의 과정 혹은 한 곳에서 시작해서 시작한 그곳에서 다시 종료되는 원형의 과정이다.
직선의 이사과정에서 주목할 요소는 남는 집이 있다는 것이다. 즉, 위의 그림에서 모두 한칸씩 오른쪽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최초에 E가 비어 있었어야 하며, 이사가 종료된 후에는 A가 남게 된다. 하지만 원형의 이사과정에서는 남는 집이 없더라도 모두가 한칸씩 이동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특성을 염두에 두고 다음의 두 가지 관점에서 이사 과정을 살펴보자.
자금의 문제
먼저 직선의 이사과정을 살펴보자. 한집이 비어있어야 하므로 E는 현재 빈집(집은 비어 있지만 주인은 있다)이다. A가 B에 잔금을 치르면, B는 다시 C는 D에게 D는 E에게 잔금을 치른다. 이 과정에서 A는 최초 자금이 필요하게 된다. 즉, B~D는 이전사람에게 돈을 받아 잔금을 치르면 되지만, A는 누구에게도 돈을 받을 수 없으므로 스스로 모든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혹시 A도 다른 누군가에게 집을 주고 자금을 받으면 되지 않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그렇게 진행이 되다면 그것은 직선의 과정이 아닌 원형의 이사과정이 된다. 혹은 A가 세입자라면 A의 집주인으로부터 돈을 받으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또한 A의 집주인은 누구로부터도 돈을 받지 않은 채로 스스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는 점은 동일하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직선의 이사과정에서는 누군가는 자금조달없이 스스로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이다.
원형의 이사과정에서는 빈집이 생기지 않으므로 모든 사람이 자금을 받아 다른이에게 전달 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도 한 가지 문제가 생긴다. A에서 부터 이사가 시작된다고 하면, 아직 E가 이사를 들어온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돈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잔금을 치러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A는 일시적으로 자금을 조달하여 B에게 지급한 후 E가 이사를 들어올때 까지 기다렸다가 E로 부터 받은 돈으로 빌린돈을 갚게 된다. 당연히 A가 아닌 다른 누구로부터 이사가 시작되더라도 같은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시간의 문제
다음으로 발생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시간의 문제이다. 자금의 문제에서 살펴보았듯이 대부분의 사람들은 들어올 사람으로 부터 돈을 받아 이사갈 곳의 잔금을 치른다. 또한 잔금은 자금 규모가 상당하기 때문에 부동산에서 만나서 얼굴을 확인하고 지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런 과정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수적으로 필요하게 된다. 즉, A가 B로 이동하여 잔금을 치르면 B는 다시 C로 이동하여 잔금을 치르는 식이다. 각 과정에서 1시간이 소요된다고 가정해보자. A가 B에서 첫 차금을 11시에 지급한다면 E는 오후 2시에 잔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중간에 5명이 있을 때 소요된 시간이므로 중간에 더 많은 사람이 있다면 마직막 사람은 저녁 늦게 혹은 새벽에 잔금을 받을 수도 있다는 말이 된다. 만약 중간에 지방에서 이동해오는 사람이 있다면 문제는 더 심각해질 수도 있다.
마치며
지금 이 글을 쓰는 오늘도 누군가는 이사를 가고 이사를 들어올 것이다. 대부분은 아무런 문제 없이 말이다. 이런 과정이 물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듯이 보여도 누군가는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으며, 다른 누군가는 돈을 받기 위해 밤 늦게 까지 기다리는 일이 반복되고 있지 않을까?
보클하고 가요~~
감사합니다~^^
저도 이 생각했었어요~ 그렇게 돌고도는 자금의 맨 마지막은 누구일까...ㅋ 였는데 선형으로 보니 쉽게 이해되네요. 일상생활에서는 의식할 틈없이 빠르게 흘러간다는게 참 신기한 일이죠.
저랑 비슷하게 쓸데없는 생각하시는 분이 또 있었군요 ㅎㅎ
저에게는 이야기를 잘 쓰시는 분들이 있다는 것이 참 신기한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