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소설 SM Story episode22. 시작합니다.
나는 SM이다.
나는 회사에서 안 해본 업무가 없다.
영업, 감사 등 회사의 주요 요직을 거쳐 지금은 우리회사 제품을 판매하는 국내 거래처의 여신, 담보 등을 전반적으로 관리하는 Credit management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우리회사는 전국에 판매조직을 갖추고 있고 나는 한 달에 한 번 이상은 이 거래처을 방문하여 각종 업무를 Follow-up하기 위해 지방출장을 간다.
나에 대해 너무 많은 정보를 노출했다.
두렵다.
하지만 SM Story는 멈출 수 없다.
이제 출장을 가서 그녀를 만난 이야기를 시작한다.
episode22. SM, 출장을 가다. 그리고 그녀를 만나다.
작년에 우리회사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구조조정으로 인해 우리 팀 인원의 대부분이 퇴사를 했고, 나는 퇴사자의 업무까지 떠 맡게 되어 업무에 심각한 부하가 걸렸다.
구조조정에서 살아남은 것에는 안도감을 느낀다.
하지만 평소에 일을 하기 싫어하는 나에게 많은 업무가 추가된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다..
또한 사무실에서의 일도 처리하기 힘든 마당에 매달 일주일 정도 지방출장까지 가야 한다.
주위에서는 업무도 바쁜데 지방출장까지 가려면 힘이 들 테니 가급적 출장을 가지 않고 사무실에서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라거나 아니면 매달 출장을 가지 말고 2달에 한번 정도 가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을 많이 한다.
그러나 나는 출장을 가는 것이 힘들지 않다.
아무리 사무실에서 처리할 일이 많아도 출장은 꼭 가야 한다.
거래처를 관리 감독하려는 내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기 위해 사명감을 가지고 출장을 가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내가 좋아서 출장을 가려고 하는 것이다.
출장을 가면 본사에서 나온 내가 ‘갑’이다.
거래처의 모든 직원들에게 내가 사무실에서 받지 못한 극진한 대접을 받고 누구 눈치 볼 것 없이 편안하게 있다가 오면 그만이다.
나의 출장이라는 것은 크게 할 일도 없고 그렇다고 출장에서 돌아와 출장보고를 특별히 할 일도 없는 일종의 시찰 같은 것이다.
흡사 군대에서 사단장이 예하부대를 시찰하는 것처럼 나는 그저 거래처에 내가 언제 간다고 통보만 하고 그 날에 가서 폼 잡고, 융숭한 대접을 받고, 대충 시간 때우고 다른 출장장소로 이동하면 그만이다.
수 년간 이렇게 출장을 다니다 보니 대부분의 거래처에서는 나의 스타일을 잘 안다.
어떻게 하면 내가 만족해 하는지, 내가 뭘 좋아하는지 나보다 그 사람들이 더 잘 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는 흥이 많은 사람이다.
춤추고 노래하는 것을 좋아한다.
대부분의 거래처도 이런 나의 스타일을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내가 출장만 가면 나의 흥을 돋우기 위해 내가 음주에 이어 가무까지 즐길 수 있도록 항상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지난 달 군산에 있는 거래처에 출장을 갔을 때의 일이다.
군산은 내가 서울 감사팀으로 발령받기 전에 영업을 했던 곳이고, 지금 군산의 거래처에 있는 사람들도 대부분 나와 오랜 시간 알고 지내던 사람들이다.
그래서 군산은 나에게는 상당히 친숙하고 익숙한 곳이다.
이 말은 군산은 내가 모든 것을 잊고 편안하게 즐겨도 좋은 곳이라는 의미이다.
출장 당일, 나는 아침에 집에서 차를 몰고 출발해 점심때쯤 군산에 도착했다.
거래처 사무실에 들어가니 가장 먼저 여직원이 나를 반기며 인사를 했다.
지난 달에 새로 온 여직원인 것 같았다.
나와 통화는 여러 번 했는데, 이렇게 직접 보는 것은 처음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그녀는 딱 내 스타일이다.
나는 여직원을 향해 환한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했다.
그리곤 기다리고 있던 거래처 사장과 함께 식사를 하러 갔다.
군산에 오면 내가 꼭 가는 중앙식당에 가서 반지회덮밥과 장어탕을 시켜놓고 반주로 소주를 몇 잔 곁들이다 보니 어느덧 시간이 5시가 넘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서 우리는 얼큰하게 취해 밖으로 나왔다.
거래처 사장은 술을 마시면 꼭 노래와 춤을 즐겨야 하는 나를 위해 군산 나운동에 있는 한 노래방으로 향했다.
나는 예의상 사무실에 가서 일을 해야 하니 그냥 가자고 했지만 눈치가 빠른 거래처 사장은 그런 나의 빈말을 곧이 곧 대로 믿을 정도로 막힌 사람이 아니었다.
우리는 나운동 초입에 있는 콘X트 노래방에 가서 일단 맥주를 한잔 하며 천천히 노래를 불렀다.
한참 둘이 노래를 부르고 있는데, 어느 술에 취한 아주머니가 우리 방으로 들어왔다,
그러더니 다짜고짜 우리에게 왜 남의 방에 들어와 있냐고 화를 내는 것이다.
거래처 사장이 술에 취한 아주머니에게 방을 잘못 들어왔으니 나가라고 말을 했으나 그 아주머니는 오히려 막무가내로 우리에게 나가라고 소리를 높였다.
순간 나는 그 아주머니와 함께 노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 아주머니에게 다가가 “누님! 많이 취하신 것 같은데 일단 노래 한 곡 하면서 천천히 좀 쉬셔유~” 하면서 맥주를 한잔 따라 드렸다.
나의 나긋나긋한 태도에 화가 누그러진 그 아주머니는 내가 따라 준 맥주를 한잔 들이키고 나서 “으따~ 잘 생긴 동상도 한잔 하게!”하면서 나에게 술을 따랐고 그렇게 우리는 몇 잔의 술을 연거푸 들이켰다.
나는 대낮부터 마신 술로 인해 취기가 오를 대로 올라 있었고, 같이 간 거래처 사장은 어느 순간부터인지 노래방 소파에 기댄 채 잠이 들어 있었다.
이제 노래방에 깨어 있는 사람은 나에게 누님이라 불리우는 그 아주머니와 나 둘 뿐이었다.
그 누님은 노래를 부르며 술이 좀 깼는지 어느새 정신이 돌아왔고, 방을 잘못 들어온 것을 알아채고 나에게 사과를 했다.
은근히 누님이 계속 술에 취해 정신을 계속 잃고 있기를 바라던 나는 실망한 기색을 감출 수 없었다.
그러나 실망도 잠시뿐, 대화 도중 내가 군산에 출장을 온 것을 알게 된 그 누님이 “몇 살이냐? 뭐 하는 사람이냐?” 등 등 나에게 질문공세를 퍼 부었고 그렇게 나는 그 누님에게 간택되었다.
누님과 나는 소파에 쓰러져 자고 있는 거래처 사장을 버려둔 채 밖으로 나왔다.
바닷가의 밤 공기가 꽤 싸늘했다.
이른 시간부터 술을 마셔서 그런지 많이 취했는데도 시간은 저녁 8시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약간 시간이 이르다고 생각한 우리는 간단히 포장마차에서 한잔 더 하고 둘 만의 공간에서 므흣한 시간을 갖기로 했다.
우리는 군산 비응도동에 있는 애X 모텔 건너편에 있는 포장마차에 들어갔다. 여기서 술을 마시다가 바로 모텔로 들어가면 된다고 생각하니 살짝 긴장도 풀리고 편하게 술을 더 먹을 수 있었다.
누님의 이름은 옥X, 나이 49살, 남편은 10년전에 젊은 여자와 바람이 나서 도망가고 지금은 자식들과 함께 지내고 있다고 한다.
누님은 나에게 살아온 이야기 그리고 힘들었던 이야기를 쏟아냈다.
누님의 기구한 인생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니 어느새 눈물이 흘렀고 나와 누님은 그렇게 하염없이 술잔을 기울였다.
어느 새 누님은 내 품에 안겨 잠이 들었고, 나는 술에 취해 정신이 없는 누님을 등에 엎고 바로 길 건너에 있는 모텔로 향했다.
그런데 너무 무거웠다.
술에 취해 늘어진 사람의 무게는 내가 감당할 수준의 무게가 아니었다.
나도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마당에 더 취한 다른 사람을 감당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다.
어쩔 수 없이 나는 누님을 바닷가에 눕히고 술이 깨기만을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그러던 사이 술에 취한 나도 누님의 곁에 누워 잠이 들고 말았다.
사람들의 소리가 들렸다.
햇살에 눈이 부셨다.
눈을 떠 보니 나 혼자 거지 몰골을 하고 있었다.
내 지갑, 내 핸드폰, 심지어 내 구두도 없어졌다.
누님은 어디로 갔을까?
무사히 들어 가셨을까?
많이 걱정이 됐지만 지금 내가 남의 걱정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나는 전화기를 빌려 거래처 사장에게 연락을 했고, 돈을 융통해 새구두를 사 신고 겨우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위에 보이는 구두가 바로 그 때 새로 산 구두이다.
나를 아는 많은 분들은 내가 얼마 전 구두도 새로 사고 스마트폰도 새로 산 것을 기억할 것이다.
스마트폰이 떨어져 깨져서 새로 샀다고 거짓말을 했지만 실제로는 이 일 때문에 스마트폰을 분실해서 새로 구입하게 된 것이다.
나는 SM이다.
출장을 좋아하고 출장지에서 일탈을 꿈꾼다.
그러나 부적절한 일탈은 항상 득보다 실이 많은 법이다.
오늘도 나는 새로 산 구두를 신고 새 스마트폰을 가지고 출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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