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의 사상은 신뢰고 암호화폐 가격은 돈이다. 신뢰는 돈이다. 그리고 돈은 신뢰다.
블록체인 생태계 안에서는 기업이나 권력이나 사람을 신뢰하는 것이 아니라, 블록체인 자체가 신뢰다. '법의 집행'처럼 인간에게 부여된 신뢰와 '블록체인'처럼 시스템에게 부여된 신뢰가 경합하는 사회가 올 것이다.
절대반지는 권력이다. 근현대역사는 절대반지를 더 나은 사람에게 주고, 절대반지 가진 사람을 통제하기 위해 진보해왔다. 블록체인은 세상의 수많은 절대반지들을 용암속에 던져 녹여버린다.
독점된 권위가 대중에게 이양되면서 자본주의와 주식회사가 탄생했다. 이양된 권위가 시스템으로 넘어가면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가 탄생했다.
개신교는 천주교의 독점된 권위에 대항하여 만들어졌고 숱한 박해와 차별과 전쟁을 견뎌왔다. 그러나 개신교 스스로의 문제점이 새로이 드러났고 그 문제점을 극복하지 못했고 개신교의 이상이 실현되지도, 그 이념으로 세상을 장악하지도 못했다. 암호화폐 또한 비슷하지 않을까.
암호화폐 현상은 튤립 현상보다는 시민혁명 현상에 더 가까운 것 같다. 암호화폐 시가총액 추이를 튤립시세 추이와 비교할 것이 아니라, 시민혁명참여자수 추이와 비교하는게 더 적절할지도 모르겠다. 그때도 시민혁명의 의미를 정확히 모르고 시위대열에 참여한 사람들이 있었을 것이다.
시민혁명 와중에 시민 스스로 황제가 된 경우도 있었고 왕정복고도 있었다. 지금은 왕정같은 나라도 있고 무늬만 왕정인 나라도 있고 간접민주주의 나라도 있고 직접민주주의 나라도 있다. 블록체인과 인간이 신뢰를 놓고 경쟁하는 세상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방송국없는 방송을 상상하기 어려웠으나 인터넷을 통해 방송국없는 방송은 일상이 되었다. 인터넷의 방송이 아니라 방송의 인터넷화다.
우체국없는 우편을 상상하기 어려웠으나 인터넷을 통해 우체국없는 우편은 일상이 되었다. 인터넷의 우편이 아니라 우편의 인터넷화다.
중앙은행없는 화폐는 어떨까? 인터넷의 돈일까, 돈의 인터넷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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