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시장(줄여서 코인 시장)은 지켜보면 볼수록 재미있는 시장이다. 버블이란 뻔한 소리를 하려는게 아니다. 코인 거래소에 등록된 각 코인들의 움직임을 보면 말 그대로 재미있다. 어느 날은 A라는 코인이 몇십프로의 상승을 기록하여 그 코인을 산 사람을 기쁘게 하는가 하면 어느 날은 A 코인은 잠잠하고 C라는 코인이 갑자기 급등을 하여 C코인 투자자들을 기쁘게 만든다.
코인시장의 가격을 움직이는 요소는 무엇일까? 기대다. 코인과 연계된 기술이란 것은 결국 그 기대를 자극하는 요소일 뿐이라 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다시피 코인은 밸류에이션이 불가능하며 할 수 있는 기준이 없다. 정확한 밸류에이션의 기준점이 없다면 사람들이 기준으로 삼는 앵커는 현재의 가격이며 그 가격을 바탕으로 미래에 대한 기대를 가격에 투하한다. 그런데 현재의 가격도 사실은 과거의 시점에서 미래에 대한 기대를 투하한 결과물임을 감안하면 결국 과거의 기대를 기준으로 현재의 기대를 반영하는 것이 코인 시장의 가격 움직임인 셈이다.
많은 사람들이 기술을 이야기 하지만 현재 코인시장에서 그것이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여기는 이유가 바로 이 부분에 있다. 지난 글에서 이야기 했듯이 기술이 아무리 사회에 큰 변화를 일으키더라도 그 변화의 기간이 장기간이라면 그것을 현재 시점에서 할인할 경우 그 실질 가치는 우리의 기대보다 낮게 나온다. 더군다나 그 변화의 규모와 방향이 어떻게 될지도 우린 알지 못한다. 그점에서 그 현재가치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을까? 2010년에 서울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를 생각해보라. 당시 경제연구소와 언론에서 경제효과가 20조가 넘고 고용창출효과는 몇백만명이라 이야기 했었는데 과연 그러했던가?
제대로 평가를 할 수 있다고 한다고 쳐도 문제는 존재한다. 어떤 점에 대해서 진지하게 추정하려 시도하는 사람들은 극소수에 불과할 뿐이고 특히나 가치에 대한 컨센선스가 전혀 없는 이 시장에서는 이들의 행위는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누구나 이 코인시장이 오를 것으로 믿고 있다. 물론 이 오름세가 영원불멸할 것으로 믿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나름대로 이 상황이 좀 더 길게 이어질 것이라는 가정을 하고 있다. 특히나 실제로 작년부터 현재까지 오름세를 이어왔기에 사실상 오른다는 것은 안정적인 사실이고 장기적으로 하락에 영향을 줄 요인만을 신경쓰면 된다. 그렇기에 현재에 필요한 것은 탁월한 장기예측이 아닌 남들보다 조금 더 앞서서 이러한 상승에서 좀 더 극적인 변화를 일으킬 대상을 포착하는 것이다. 따라서 기술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가 사실상 무용한 것이다.
이렇게 기대가 코인의 가격을 움직이는 가장 큰 요인인 만큼 매일매일의 코인시장은 사실상 그날의 가장 많은 사람들의 기대가 집중되는 코인을 예측하는 시장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즉, 가장 많은 사람들이 많이 오를거라 생각하는 코인을 고르는 것이다. 이 개념, 어디선가 들어봤을 것이다. 주식시장을 다룬 서적에서 무수히 인용되는 케인즈의 일반이론 12장에 있는 미인선발대회 이론이다. 일반이론 12장의 미인선발대회 내용을 그대로 옮겨 놓자면 이렇다.
: 전문적인 투자는 100장의 얼굴사진을 제시하고 시합의 참여자들로 하여금 그 가운데 얼굴이 예쁜 순서로 6장씩을 골라내게 한 다음에 참여자들 전체의 평균적인 선호에 가장 가깝게 부합하는 선택을 한 참여자에게 상금을 주는 시합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시합에서는 참여자가 자기가 볼 때 가장 예쁜 얼굴을 골라내기보다 자기가 생각하기에 다른 참여자들의 마음에 들 가능성이 가장 높은 얼굴을 골라내야 한다. - 존 메이너드 케인즈, 일반이론 12장
지금의 코인 시장과 기가막히게 매치되지 않는가? 현재 전세계에 풀린 코인의 종류는 3천여개가 넘는다 하지만 사실상 국내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코인은 100여종일 것이다. 코인투자자들은 매일매일 그 중에서 참여자들의 기대가 가장 많이 실릴 코인 6개를 찾는 선택을 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 없다.
: 참여자들은 모두 다 똑같은 관점에서 주어진 문제를 바라본다. 그것은 최선의 판단을 해서 정말로 가장 예쁜 얼굴을 골라내는 상황도 아니고, 평균적인 견해를 가진 사람이 진심으로 가장 예쁘다고 생각하는 얼굴을 골라내는 상황도 아니다. - 존 메이너드 케인즈, 일반이론 12장
진짜 잘 될것 같은 것을 헤아리는 것이 아닌 사람들의 평균적인 견해가 어떨지를 예측하는 것이라는 말이다. 케인즈는 이 내용을 주식시장의 움직임에 대해서 설명하기 위해 쓴 것이지만 사실 그때보다 오히려 지금의 코인시장에 잘 들어맞는 것이 아닐까 싶다.
코인시장을 일컬어 '평범한 자들의 반란'이라고 표현하는데 그 말이 바로 이 점 때문에도 맞다. 기존의 제도권 금융시장에서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장기예상을 바탕으로 고도화된 투자를 해야 했다. 밸류에이션이란 것은 절대 쉬운 것이 아니다. 재무상태표를 들여다보는 것도 고도의 훈련과 교육이 필요한 일이며 그것을 해석하고 빈틈을 찾아내는 것은 더 많은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 장기예상이 아니더라도 차트를 분석하는 것 또한 많은 교육과 훈련과 경험이 필요한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장기분석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이처럼 평균적인 견해를 예상하는 일은 고도의 지능이 필요하지도 않고 고도의 동물적 감각을 요하지도 않는다. 평균을 잘 예상하고 그 예상이 맞아떨어지는 운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평범한 사람들도 수익을 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코인 게시판에서 'XX, 얼마 예상합니다'라는 글이나 리딩방이란 것들도 사실상 사람들의 평균적인 견해를 일정한 방향으로 끌어모으는 자기실현적 성격이 존재한다. 이것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평범한 자들의 반란이 가장 적절한 표현이 아닐까?
이렇기에 지금의 코인시장은 참 재미있는 시장이다. 물론 돈을 잃은 사람에게는 재미있지 못할 것이고 남보다 덜 벌었다고 배가 아픈 사람에게도 재미있진 못할 것이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ㅋ
감사합니다 ㅎㅎ
여기서 뵈니 새롭네요 ㅋㅋ 보팅했습니다!
제가 몸살과 개인일정이 바빠서 이제서야 팔로우 합니다. 감사합니다 ㅎㅎ
팔로우했습니다! '가상화폐 시장의 생리를 케인즈의 미인선발대회와 결부시킨 대목이 신선하면서도 마음에 와닿네요! 오늘 코인이 곤두박질치고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이 글이 더욱 크게 와닿습니다. 가상화폐거래소가 막혀 아직 계좌도 없는 상태에서 스팀부터 시작한 사람으로서 많은 걸 생각하게 하는 글입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부탁드립니당!
제가 몸살과 일정 때문에 정신 없다보니 이제야 답글을 답니다. 지금도 그런 것 같습니다. 사실상 오를 재료라 해봤자 루머 수준에 불과할 뿐이고 그걸 어떻게든 끌어다가 무엇이 오를것이라 많은 사람들이 예상할지를 예상하는 과정의 반복이죠 ㅎㅎㅎ 팔로우 감사합니다.
한파 때문에 다들 감기몸살로 고생입니다ㅠㅠ 몸조리 잘 하시고 따뜻한 한 주 보내셔요ㅎ
남들의 기대가 높은 코인을 고른다는 말이 지금의 상황을 딱 맞게 설명해주는거 같네요.
그런데 그 기대를 불러일으키는 게 유망하다는 기사나 어떤 기업에서 국가에서 적용했다라는 정도 아닐까요? 결국 기술을 연계시키고 있는것 같습니다.
팔로우 합니다~
그 유망하다는 것이나 기업과 국가에서 적용했다는 것도 실질적이진 않다는 점에서 저는 다소 부정적으로 봅니다. 글로 쓰자면 사실상 글 한편을 더 써야 할 것 같아서 해당내용은 패스하겠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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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비 님 네이버 글로만 봤는데, 이미 여기 들어와서 활동하고 계셨군요. 반갑습니다.
몸살과 개인 일정으로 답글이 좀 늦었습니다. 저도 다른 분 소개로 오게 되었습니다. 반갑습니다. ㅎㅎㅎ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시장에 대한 저의 생각을 잘 정리해주신 듯 합니다.
몸살과 개인 일정 때문에 답글이 좀 늦었습니다. 시장을 유심히 지켜보다 보니 든 생각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 김바비님의 글을 스팀에서 볼 수 있게 되었네요 ^^
즐거운 스팀잇 생활이 되시길 바랍니다!!
가즈아ㅏㅏㅏㅏ
몸살과 개인일정으로 인해 답이 늦었습니다. 환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ㅎ
김바비님, 블로그 팬인데 드디어 스팀에도 오셨네요!
항상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환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몸살과 개인 일정으로 인해 답이 늦었네요.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