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남들보다 사회에 관심이 조금 더 많은, 괴짜스러운 청년들이 비트코인에 대해 나누는 이야기입니다.
나는 청년이다.
뜬금없는 소리처럼 들리겠지만, 아직 나는 청년이라고 생각한다. 뭐, 물론 나이가 많아도 청년인 사람이 있고 적어도 아닌 사람이 있지만.
오늘은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다. 꽤 오래된 친구들이다.
한 녀석은 양자컴퓨터를 만든다고 했었고, 한 녀석은 헌법재판소에 들어가고 싶다고 했었다.
저커버그를 뛰어넘고 싶다는 녀석도 있었는데, 바빠서 안 온다는 말에 전화로 시비를 걸었다.
그렇게 4명이 모였다.
각자의 꿈이 아직 그 자리에 있는지 확인할 틈도 없이, 고기가 익어가고 술잔이 비워진다.
요즘 것들이 그렇듯, 우리 테이블에도 비트코인 이야기가 나온다.
배 아픈 놈, 이제서야 뛰어드는 놈, 배가 아프면서도 망설이는 놈까지 가지각색이다.
그런데 한 녀석이 나에게 걱정 아닌 걱정을 털어놓는다.
‘전쟁이 날 것 같아’
그게 무슨 개소리지? 이 놈, 스타트업이 잘 안 풀려서 망상증이 도졌나, 하는 생각이 스쳐간다.
‘생각해봐. 지금 북한과 대치하는 미국도 그렇고. 중국이랑 일본도 위험해. 지금은 각자 나름대로의 야심이 폭발할 수 있는 위험한 시기라고.’
내 생각을 읽었는지, 주저리 주저리 덧붙이는 솜씨가 제법이다. 근데 비트코인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았나?
‘그리고 그 도화선은 비트코인이 될 수도 있어. 정확히 말하자면 블록 체인 혁명 때문이랄까. 나도 기술적인 부분은 잘 모르지만, 큰 혼란이 찾아올 거야.’
나에게 블록 체인을 처음 알려준 고마운 친구이지만, 나는 차오르는 질문을 흘려 보낼 수 없었다.
“근데 사회는 항상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며 발전하는 거 아니야?”
아직까지는 뚱한 표정이다. 원하는 대답이 아닌가 보지? 조금 더 덧붙여 보자.
“사실 인터넷이 나올 때만 하더라도 그 기술이 많은 일자리를 빼앗아가고 경제 시스템을 붕괴시킬 거라는 비관적인 예측이 있었잖아.”
아직도 뚱한 표정이다.
“하지만 인터넷, IT 산업의 발전은 오히려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내었고 결과적으로 막대한 부를 창출했지.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는 것이 약간의 진통을 수반하는 건 당연한 게 아닐까?”
원론적인 답변이지만, 나는 충분한 반박이라고 생각하며 러다이트 운동까지 거슬러 올라가려다, 같잖은 지식을 뽐내려는 내 자신이 문득 처량해져 그만 입을 다문다. 하지만 친구는 아직도 만족하지 못한 듯하다.
‘글쎄,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너의 이야기가 맞지. 하지만 이번에는 권력과 부를 소유한 주체가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거야’
“IT산업의 경우도 마찬가지가 아니었을까? 결국 구식 비즈니스 모델을 이용해서 기득권으로 올라갔던 계층이 바뀌어 버렸잖아. 신흥 부자들도 마구 생겨나고.”
‘하지만 블록 체인 혁명은 IT산업이 일구어낸 혁신과는 그 성질이 틀려.’
“그래? 어떤 점에서?”
‘IT 산업도 부와 권력의 이동을 야기했지. 하지만 그건 미국 동부에서 서부로의 이동이었을 뿐이야. 손바뀜 정도에 그쳤지.’
나는 조용히 경청한다.
‘블록 체인 플랫폼이라는 것이, 너가 말하듯 개인의 노동에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면,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혼란이 일어날 거야.’
‘과연 미국이 그걸 보고만 있을까? 달러 패권을 유지하려고 그 어떤 수단이라도 이용할 텐데, 전쟁도 그 수단들 중 하나일 뿐이야.’
‘전쟁은 지금도 일어나고 있어. 우리 주위에만 없을 뿐이지.’
그래. 이 녀석 중동에서 복무 했었지. 그 당시에는 왜 사서 고생을 하나 생각했었다.
‘중국이랑 일본을 봐. 지금은 민족주의와 자국 우선주의가 판치는 시기라고. 기득권 쟁탈 전쟁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될거야.’
‘나는 물리적인 충돌이 일어나도 전혀 이상할 일이 없다고 생각해. 그러기 위해서 우리나라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는지 더 고민해 보아야하는 거고.’
애국심이 섞인 말로 끝맺음을 맺은 녀석은 하고 싶은 말을 다 마쳤는지, 마른 입술을 적시려는 듯 소주 한 모금을 들이킨다.
갑작스레 마무리된 논의에 어색함을 감출 새도 없이, 나는 조금씩 꿈틀대는 물음표 한 마리가 머릿속을 기어 다니는 것을 느꼈다.
어쩌면 전쟁은 현재 진행형이 아닐까? 하고.
단지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하고.
떡락이니 뭐니 낄낄거리며 ‘한강 가즈아’를 외쳐대는 옆 청년들과는 사뭇 다른 우리 테이블이, 오늘은 어쩐지 낯설기만 하다.
‘그럴 수도 있겠네’
나는 잘 들었다는 듯, 혹은 대화 주제를 바꾸려는 듯 가볍게 친구의 말을 넘긴다.
나만의 착각일 수도 있겠지만, 오늘도 사회는 잘 굴러가고 있으니.
1편 마침.
스스로 홍보하는 프로젝트에서 나왔습니다.
오늘도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여러분들의 꾸준한 포스팅을 응원합니다.
👨 나이랑 상관 없이 아프면 청춘 아닙니꽈~~
스팀잇에서 외국인과 대화중에 그러더군요. 지금은 국가와 부를 분리하는 혁명적인 일이 진행중이다. 생각해보면 과거 조상들이 국가와 교회를 분리하며 치른 값에 비해 아주 저렴한 것이라고...쫄지말고 가즈아! 그래도 알 수 없는 미래...😁
그만 아프고 싶네요.. ㅋㅋ
외국인 분의 통찰이 상당하네요. 뭐가 어떻게 되었든 일단 갔으면 좋겠습니다.. 가즈아!
전 전쟁참여해서 비트코인을 확보했어야 했는데
젠장...비트코인이란 것을 너무 늦게 알아버렸네요.
ㅋㅋㅋㅋㅋㅋ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이미 비트는 늦은 것 같아여 ㅠ.ㅠㅋ
다른 알트로 수익내야겠습니다.
우워~ 술자리 대화의 수준이 대단합니다. 우리친구들 모이면 이런 주제는 10분이면 상황종료인데 ㅎㅎ
저도 그룹마다 대화 내용의 편차가 너무 커요 ㅋㅋ
대화의 재구성...
너무 좋았어요..^^
감사합니다 :)
우와 흥미진진한 내용이네요
어서 다음편 연재를..!!
감사합니다 :)
친구분의 견해가 굉장히 예리하다고 느껴집니다. 술마시면서 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존경스럽네요 ㅎㅎ 잘읽고갑니당~
ㅋㅋㅋ 그냥 아무말 대잔치하는 모임도 있어요 ^^;
@홍보해
암호 화폐라는게 기존에 있던 중앙화된 플랫폼을 무너 뜨리고 좀 더 민주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 같습니다.
약간 소설처럼 일기처럼 쓰시니 재밌게 읽히네요.
이터니티님 팔로우해야겠어요 ㅎㅎ
왠지 알고 지내면 제가 원하는 정의사회를 함께 구현해 주실거 같아서 ㅎㅎㅎ
감사합니다 : ) 사실은 별거아닌 사람이랍니다ㅋㅋㅋ..
원래 세상은 별거아닌 사람들이 구하지, 대단한 사람들은 부패하죠 ㅎㅎㅎ
비트코인...흥미로운 주제입니다 가상화폐에 대해 머리 열나게 공부하는 중입니다. 미래에 대한 전망도 대단히 흥미롭습니다.
3월의 시작을 아름답게 보내세요^^
그리고 진정한 스팀KR 에어드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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