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시장은 이른바 비자발적 가치 투자자들이 많은 동네라고 합니다. 즉 시세 상승을 기대하고 매수했다가 시세가 하락하고 손절 라인을 놓치고 나면 그 투자자는 존버하면서 자연스럽게 가치 투자자를 표방한다는 비꼬는 얘기입니다.
사실 존버는 가치 투자와 가격 투자의 성격을 모두 갖고 있습다만, 그건 나중에 얘기하도록 하고 먼저 가치 투자라는 것에 대한 제 생각을 이야기하고, 그에 대한 다른 분들의 견해를 청해보고자 합니다.
지난 달 오래간만에 서울에 가서 가족들을 만났을 때 식사 자리에서 투자 얘기가 나왔습니다. 어머니께서 고령임에도 투자회사 대표로 계시고, 동생 부부가 회계사 출신 애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제 입장에서는 코인 투자에 도움될 만한 투자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하지만 다른 가족들은 코인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저를 보면서 마치 가스나 본드를 흡입하는 비행 청소년을 보는 듯한 시선을 던지더군요; 아직 코인 시장이 제대로 된 투자 영역으로 인정받지는 못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어쨌든 그때 좋은 이야기들을 듣고 책도 몇 권 얻어와서 읽으면서 이른바 가치 투자라는 것에 대해서 고민해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주식 시장에서 꾸준한 수익을 얻는 투자자는 100명 중 4명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 4명은 모두 가치 투자자라는 말이 있습니다.
워렌 버핏 (이미지 출처: https://cafe.naver.com/mei6192/1012)
워렌 버핏의 가치투자론이 유명세를 탄 이후 많은 투자자들이 가치 투자로 전향했습니다. 그들 중 다수는 실제로 높은 수익을 기록했고, 그런 이들의 성공 스토리를 모은 책을 보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기술적 분석을 통한 가격 투자로는 시장의 변화를 이겨낼 수 없다. 가치 투자를 통해서 안정적이고 확실한 투자를 하는 것이 성공 투자의 정도이다.” 하는 내용입니다.
가치 투자는 요즘 트렌드이기도 하고, 왠지 자잘한 테크닉에 의존하는 기술적 분석보다는 기본적 분석을 통한 가치 투자가 더 ‘가치’ 있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러다보니 코인 시장에서도 이른바 가치 투자를 하는 분들이 꽤 많이 계십니다. 클리앙 블록체인당의 경우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전문적 접근과 미래 가치 분석을 통해 가치 투자를 하고 계신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게 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 주식 시장과 코인 시장은 현격하게 다른 영역이라는 점입니다. 주식 시장에서는 가치 투자를 위한 여러 기본적 분석 도구의 지표들이 존재합니다. 워렌 버핏이 중시하는 ROE(자기자본이익율)를 비롯하여 재무제표에 대한 분석을 뒷받침할 수 있는 여러 도구와 지표들이 존재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계량화된 분석을 통해 수치화된 평가를 내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수치화된 가치 평가를 통하여 기업 및 주가의 가치를 측정한 이후 그에 맞춰 저평가된 주식에 투자하여 수익을 얻어낼 수 있습니다.
많은 코인 투자자들이 가치 투자는 차트 분석에 따른 가격 투자와는 달리 주관적이고 정성적인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가치 투자의 기반이 되는 기본적 분석은 본래 결코 기술적 분석보다 주관적이지 않고 오히려 더 강한 정량적 성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차라리 같은 현상에 대해 차트 분석가들마다 서로 다른 얘기를 하는 기술적 분석의 영역에 비해 더 객관성을 지닌 영역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즉 주식 시장은 이처럼 수치적 접근을 통해 보다 객관화하여 가치 투자를 진행할 수 있는 여건이 이미 마련되어 있습니다. 그에 반해 코인 시장에서의 가치 투자란 아직 불확실한 영역입니다.
코인 시장에서는 기업의 실적 발표 및 그에 따른 재무제표 회계 감사와 분석 결과 등 공신력 있는 수치화된 가치 평가의 기준이 없습니다. 그나마 존재하는 것은 깃헙의 업데이트 랭킹 정도입니다.
아울러 주식 시장에서는 기업이 공시를 통해서 제도적 규제의 관리 아래 어느 정도 신뢰성 있는 정보를 제공합니다만, 코인 시장에서는 코인 개발 집단들이 간헐적으로 던지는 협약 및 개발 진척 사항 등의 호재에 의존해야 합니다. 따라서 코인 시장에서는 가치 투자를 위한 기본적 분석 방법론이 아직 제대로 존재하지 않으며, 모두가 동의하는 보편화된 가치 투자의 지표 또한 존재하지 않습니다.
코인 시장에서의 가치 투자란 다음과 같은 내용을 기반으로 합니다.
- 블록체인은 미래 사회를 선도해 나갈 중요한 혁명적 기술이다. 따라서 그 기술의 매개가 되는 코인은 기술 가치의 상승에 맞춰 자연스럽게 가격이 꾸준히 상승할 것이다.
- 특정 코인들은 콘셉트와 기술적 비전 등에 있어서 실용화 가능성이 높고, 따라서 미래에 경쟁력을 갖춘 코인이 될 것이다. 당연히 시세도 다른 코인에 비해 높을 것이다
- 특정 코인들은 유력 단체와의 협약을 통해 보다 넓은 이용자 베이스를 확보하고 있으며, 유력 투자 기관의 투자를 받았다는 점에서 잠재력이 돋보인다. 당연히 큰 시세 상승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 특정 코인들은 개발진이 굉장히 열심히 일한다. 개발 진척도를 미루어 보건대 머잖은 미래에 개발 완료되면서 실용화 시기를 앞당길 것이다. 열심히 일하는 개발진들이 만드는 코인은 결국 시세가 상승할 것이다.
등등입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위 대부분의 판단 기준들이 자의적이고 주관적이라는 사실입니다.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계량화하여 그 수치를 시장 참여자들 모두에게 공신력 있게 제시할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리플의 경우 중앙화 코인이라는 성격 때문에 콘셉트 자체에 한계가 있다고 여겨 투자를 꺼리는 가치 투자자들도 있는 반면, 빠른 전송 속도와 실용화 가능성을 높이 사서 긍정적으로 판단하는 가치 투자자들도 있습니다.
또한 에이다의 경우 언제나 깃헙 업데이트 순위 상위에 랭크되면서 개발진이 열심히 일하는 코인이라고 인정하는 가치 투자자들도 있지만, 스페이스바 하나만 옮겨도 카운팅되는 깃헙 업데이트 현황을 볼 때 그 순위를 다 믿을 수는 없다고 이를 평가절하하는 가치 투자자들도 있습니다.
이상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코인 시장에서의 가치 투자란 대부분 같은 현상에 대해서 해석하기 나름입니다. 누구의 생각이 맞고 틀리는지는 객관화된 지표로 입증될 수 없고, 결국 시간이 흘러 결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렇듯 코인 시장의 가치 투자자들이 겪어야 할 최고의 어려움은 객관화된 분석 지표가 없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저는 현재 코인 시장에서의 가치 투자란 과학적 투자 기법이 아니라 종교적 신념에 가까운 주관적 확신에 의존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주관적 확신을 각 개인에 따라 다르게 정립됩니다만, 그것이 현재 코인 시장에서의 가치 투자를 이끌어 가는 주된 동력이 맞다고 봅니다.
위에서 잠깐 말씀 드렸던 존버는 이와 같은 코인 시장에서의 가치 투자가 지닌 주관적 확신에 의존하고 있음과 더불어 기술적 분석에 따른 가격 투자에도 의존하고 있습니다.
기술적 분석이란 차트에 나타난 과거의 흐름을 분석하고 이를 법칙화하여 그 경험적 사례들을 통해 미래 시세를 예측하고자 하는 방법론입니다. 따라서 가격 투자의 기초 요소가 되며, 과거에 있었던 차트 상 시세의 흐름은 우리가 현재 참고해야 할 중요한 방향성의 기반이 됩니다.
그리고 코인 시장에서 비트코인은 그 어떤 폭락이 오더라도 결국은 다음 폭등을 통해 이전 고점을 회복하고 꾸준히 고점을 높여 왔습니다. 이번에는 뭔가 분위기가 다르다, 이번에는 정말 이 시장이 휘청이거나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것 같다는 순간조차도 결국은 시간이 지나고 나면 다 극복하고 계속해서 고점을 높였으며, 우리는 이와 같은 과거의 경험적 사례들을 통해서 ‘우상향’이라는 모든 코인 투자자들에게 절대 가치나 다름없는 법칙성을 일반화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존버를 버티게 하는 동력은 “블록체인은 미래 사회를 선도할 기술이므로 그 매개인 코인의 시세는 더 성장할 것이다.” 하는 가치 투자적 확신과 더불어 “비트코인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결국 회복하여 고점을 높이며 우상향했다.” 하는 가격 투자적 경험이 어우러진 힘입니다.
- 이러한 점들을 바탕으로 작성된 좋은 글이 있어 소개합니다. 클리앙 블록체인당 Fefe님의 <존버학 개론> (https://www.clien.net/service/board/cm_vcoin/11221492) 입니다.
저는 철저히 장기 투자 방식을 택하는 스타일입니다. 부동산 투자로 투자 경험을 쌓았던 이력 때문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장기적으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자면 아예 들어가지도 말자 하는 생각을 갖고 있으며, 코인 시장에도 마찬가지의 관점을 접근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코인 시장에서도 포트폴리오의 절대적 비중을 이른바 우량 코인 장기 투자로 설정했으며, 단타의 비중은 채 3%가 되지 않습니다. 사실 제게 있어 단타란 내가 공부한 차트 이론이 과연 얼마나 잘 들어맞는지를 테스트하면서 종목당 투자금액 500만원을 결코 넘기지 않는 재미의 일환일 뿐입니다. 곧 저도 차트를 자주 보는 사람입니다만, 가격 투자보다는 가치 투자에 치우쳐 코인 시장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위에서 말씀 드렸던 내용들 때문에 최근 그 가치 투자에 대한 신뢰가 조금 흔들리면서 약간의 불안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지금이 하락장이기 때문이 아니라 돌이켜 생각해 보니 내가 지닌 가치 투자의 근거는 다만 나의 주관적 신념에 불과한 것이구나 하는 것을 떠올렸기 때문입니다.
물론 아직도 저는 코인 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믿으며, 제가 갖고 있는 가치 투자의 포지션이 결국은 수익으로 저를 이끌어 줄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도 보유 코인을 정리하지 않고, 본격적인 가격 투자로의 전환도 하지 않은 채 현상을 유지 중입니다.
그리고 워렌 버핏이 얘기했던 다음과 같은 가치 투자의 핵심 사항들은 큰 틀에서 코인 시장에서도 적용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위험은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모르는 데서 온다
⊙ 10년 이상 볼 것이 아니면, 10분도 그 주식을 가지고 있지 말아라.
⊙ 주식 시장은 ‘적극적인 사람’에게서 ‘참을성이 많은 사람에게로’ 돈이 넘어가도록 설계되어 있다.
⊙ 오늘 누군가가 그늘에 앉아 쉴 수 있는 이유는 오래전 누군가가 나무를 심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다 구체적인 방법론에 있어서 생각해 보자면,
코인 시장에서의 가치 투자란 과연 실체가 있는 것인지, 얼마만큼 객관화되어 현실성을 담보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은 끊이지 않습니다.
코인 시장에서 가치 투자 중인 다른 분들의 생각은 어떠한지 궁금합니다. 과연 코인 시장에서 과학적, 객관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치 투자 분석 도구와 지표가 있을까요? 아니면 지금처럼 종교적 신념에 가까운 주관적 판단만이 계속해서 코인 시장의 가치 투자를 유지하는 힘이 될까요?
새로운 곳에서 비트 차트 정기 브리핑을 다시금 드리기 시작했습니다.
아울러 이 곳은 코인 시장 관련 여러 정보와 개별 종목에 대한 의견들이 자유롭게 오가는 좋은 토론 공간이기도 합니다.
관심 있는 분들께서는
오픈톡방 https://open.kakao.com/o/gt1OWxO
텔레그램 브리핑방 https://t.me/team_rush
에 들어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전 로드맵을 지키는가도 하나의 항목이라고 봅니다. 그만큼 볼게없는 코인판인게..ㅠ
깃헙랭킹이니 뭐니... 아무 의미없는.. 비트 용트림에 그저 다 나자빠지는 알트코인들
격하게 공감되는 글 감사합니다.
이더에 대한 종교적신념으로 장투했지만,
말도안되는 급등락 반복후에 신념이 많이 흔들리고 있네요.
정말 가치투자 대상이 맞는지, 앞으로 암호화폐가 정말 사용하게될 것인지에 대해서 많이 고민해보고 있습니다.
다시한번 좋은 글에 감사드립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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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steemit.com/steemit/@arcange/phishing-site-reported-steem-link-premi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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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절절 와 닿는 글 이네요.
좋은글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