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에 중국 선전에 다시 다녀왔다. 하드웨어 생산부터 글로벌유통까지 잘 갖춰진 선전은 중국의 실리콘밸리라고 불리는 곳이다. 워낙 급성장하는 도시이긴 하지만 겨우 3년만인데 그새 지하철 노선이 몇개가 늘었고 60층이상의 마천루가 더 즐비하고 지저분했던 화창베이전자상가는 도시미화사업으로 깨끗하게 재단장됐다. 거리를 다니는 공공버스는 그사이 모두 전기버스로 교체됐다. 갈수록 더 글로벌한 도시로서의 모습을 더해간다고 할까. 도처에서 맹렬한 속도로 건설되는 인텔리전트빌딩, 아파트 등을 보면서 불과 40년도 안된 이 지역이 인류역사상 가장 빨리 발전한 도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3년전 지저분한 느낌이었던 화창베이는 지하철역의 추가와 함께 깔끔한 보행자중심거리로 바뀌어있었다.
선전시내에서 운영되는 공공버스는 100% 전기버스다. 대부분은 선전의 전기자동차회사인 BYD의 제품.
화웨이, 오포, 비보 등 이 지역 기업들이 생산한 중국스마트폰은 3년전만해도 조잡하게 보였다. 하지만 이제는 디자인이나 기능에서 한국제품에 전혀 꿀릴 것 없는 수준까지 올랐다. 광고나 모델 등 마케팅수준도 수준급이다. 그래서 그런지 3년전 화창베이에 제법 많이 보였던 삼성간판은 이제 거의 다 사라졌다.
화웨이, 샤오미, 오포, 비보 등의 중국브랜드와 애플이 스마트폰 간판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내가 인상적으로 느낀 것은 두 가지 변화였다. 지갑없는 사회로의 전환과 공유서비스의 확산이다.
이 3wCafe라는 커피숍은 아예 No Cash라고 써놓았다. 현금 안받는 것은 불법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우선 우리 일행을 제외하고 중국에서는 현금을 쓰는 사람을 거의 볼 수 없었다. 상점에서 현금이나 카드를 내는 내가 비문명인이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 모두가 스마트폰으로 알리페이나 위챗페이를 이용해 QR코드를 스캔하는 방식으로 돈을 결제했다. 길거리의 노점상부터 고급레스토랑까지 모두 마찬가지였다. 현지에 사는 한 한국분은 "지난 10월에 500위안을 인출했는데 지금까지 100위안밖에 안썼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사실 중국은 위조지폐가 많고 신용카드 보급이 안되서 모바일페이가 빨리 보급된 것이지 그게 무슨 대단한 혁신이냐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보니 혁신이 맞다. 워낙 편리해서 단시간에 모든 사람들이 사용하게 됐고 그것이 다른 혁신의 기반이 됐으니 말이다.
선전시내 곳곳에 공유자전거 정차공간이 마련되고 있는 분위기였다.
결제서비스가 이처럼 편리하게 발달되다보니 그 위에서 온갖 기발한 서비스가 나와서 성업중이다. 대표적인 것이 공유자전거다. 시내 어디를 다녀도 주황색 모바이크와 노란색 오포 자전거가 가득하다. 자전거에 부착된 QR코드를 스캔하는 것만으로 한시간에 1위안(약 170원)정도를 내고 탈 수 있다. 다 타고 나서는 특정한 곳에 반납하지 않고 아무 곳에나 놔둬도 된다. 넘쳐나는 공유자전거가 쓰레기화되서 문제라는 보도도 있었는데 현지에서 보니 그렇게 심각해보이지는 않았다. 초기 혼란속에 이제는 리딩업체들이 형성되면서 질서가 잡혀가고 있다고 할까. 이제 이 자전거들이 전기자전거 등으로 조금씩 업그레이드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계속해서 점진적으로 환경에 맞춰서 업그레이드되고 있는 것이다.
공유자전거는 이미 시민들의 발이 되어 있었다.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온라인으로 주문해서 점심을 시켜먹는지 사무실 빌딩 앞에 온라인음식배달업체인 메이투안의 배달원들이 들락거리는 것이 쉴새없이 보인다.
결제가 편하니 사람들은 주저없이 스마트폰으로 뭐든지 구매하고 배달 받는다. 새로움을 수용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QR코드를 스캔해서 신선식품이나 과자를 구매하는 무인점포, 스마트폰 충전배터리 공유서비스 등 기발한 서비스가 넘쳐났다. 어서 빨리 중국어를 능숙하게 쓸 수 있게 더 공부해서 이런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공부하러 다시 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중국당국은 쓸데없는, 비합리적인 규제는 하지 않고 실용적인 접근을 한다. 새로운 시도를 바로 규제하지 않고 어느 정도 산업이 형성될 때까지 방임하면서 내버려 둔다. 그러다보니 뭐든지 해보려는 스타트업이 넘쳐난다. 고객입장에서 편리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한다. 그리고 그런 기업에 과감한 투자가 쏟아진다. 공산주의국가지만 어떤 자본주의국가보다 더한 기업친화적인 환경을 만들었다. 그러다 보니 경쟁력있는 기업들은 쑥쑥 성장한다.
DJI본사 전시관에 갔더니 전세계에서 이 회사를 견학하러 온 사람들로 넘쳐났다. 이미 글로벌 스타기업이 된 것이다.
선전을 대표하는 드론 스타트업인 DJI는 직원수가 불과 3년만에 3천명에서 1만1천명으로 8천명 가까이 늘어났다. 중국을 대표하는 선전의 인터넷 기업 텐센트는 거의 모든 중국인이 다 사용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위챗플랫폼을 바탕으로 공격적으로 전방위로 사업을 확장중이다.
텐센트가 가장 방대한 데이터로 스마트시티시스템을 구현한다는 설명. 텐센트직원에게서 회사에 대한 자부심과 자신감을 읽을 수 있었다.
이런 회사들이 넘쳐나니 젊은 인재들이 중국전역에서 선전으로 몰려든다. 성공을 원하는 진취적인 젊은이들이 몰려드니 도시 전체에 활력이 넘친다. 선전시 시민의 평균연령이 30대초반이다. 텐센트직원의 평균연령이 30세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을 만나기가 힘들다. 다들 자신감이 넘친다. 빈 말이 아니라 선전은 정말로 중국의 실리콘밸리라고 충분히 자랑할만한 곳이 됐다고 느꼈다. 진짜 실리콘밸리 못지 않은 선순환을 만들어 낸 것이다.
이런 분위기가 되다보니 이제는 중국의 혁신에 관심을 갖고 전세계에서 배우려고 몰려든다. 중국스타일의 지갑이 필요없는 사회, 공유자전거 문화에 관심을 가진 해외언론의 현지취재와 보도가 잇따른다. 실리콘밸리의 지인은 내게 "요즘 실리콘밸리에서는 새로운 트렌드에 대해 공부하려면 중국에 꼭 가봐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한다"고 말할 정도다.
화창베이전자상가에서 만난 하드웨어스타트업인큐베이터 트러블메이커 헨크대표에게 "네델란드사람이 왜 선전에 정착했냐"고 질문하니 "와서 보니 미래가 중국에 있다고 느꼈다"라는 대답을 들었다.
화창베이상가 한가운데서 트러블메이커라는 하드웨어스타트업인큐베이터를 운영하는 네델란드인 헨크
이런 중국의 발전상을 보면서 이제는 너무 진부한 이야기가 됐지만 또 한국은 정말 어디로 가야 하는가하는 고민이 깊어진다.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펼치기는 커녕 규제에 걸릴까봐 자기 검열을 하는 한국의 스타트업 창업자들, 골목상권을 해친다는 말을 들을까봐 마땅히 해야 할 혁신시도와 사업확장도 눈치를 보는 대기업들, 이런 상황에서 한국기업들이 어떻게 중국기업들을 대적할 수 있을까. 우리 기업, 창업자들이 뭐든지 다 해볼 수 있도록 바꾸지 않으면 불과 5년뒤에는 공격적인 중국업체들에게 우리 시장도 다 내주게 될지 모른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Hi! I am a robot. I just upvoted you! I found similar content that readers might be interested in: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18012502102251607002
steem 에 보팅 시스템이 잘 되면 유료모델이 성공하는 건데 기대 됩니다. 올리신 글도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ㅎㅎ 어떻게 쓰는 것인지 아직 잘은 모르겠습니다.
입성 축하드립니다 :)
감사합니다. ^^
반갑습니다 ^^
잘오셨습니다 새로오신 경우엔 kr-newbie 태그를 사용하면 좀더 많은 보팅을 받을 수있습니다^^
심천의 발전상이 대단하네요... 우리는 어디에 있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