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 걷는 길_4

in #camino7 years ago (edited)

Zubiri - Pampelune - Cizur Min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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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ubiri 입구에 있는 다리)

아침 일찍 게이타노, 페트리시아, 부산 청년은 나와 같이 걷기 위해 내가 묵은 시립 알베르게 앞으로 와주었다. 근처 빵집에서 간단하게 아침을 챙기고 서둘러 길을 나선다. 여전히 우리는 하하 호호 즐겁지만, 육체의 고통은 이루 말할수가 없다. 온 몸이 천근만근…그래 뭐 이제 시작인데… 조금 지나면 익숙해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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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zur Minor는 Pampelune 지나서 있는 마을이다. 모두들 Pampelune에서 하룻밤을 보내는데…
도시를 피하자는 페트리시아 말을 따라서 우린 그다음 마을에서 머무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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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mpelune 가기 전에 작은 성당이 있는데 우회하는 길이라 좀 더 많이 걸어야 한다. 페트리시아가 너무 가고 싶어 해서 우린 많이 걷더라도 그 성당엘 가기로 결정했다. 아…. 힘들게 갔지만 정말 가기를 아주 잘한 곳이다…. 너무 아담하고 아늑히 편안한 성당이었다. 페트리시아는 아주 오랫동안 기도를 했고, 그 모습이 너무 간절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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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십자가 옆에 빼곡히 적힌 소망들…. 나도 나의 작은 소망들을 적고, 성당 구석 아주 작은 회오리 계단을 올라간다. 그 계단을 오르면 두 개의 종이 있고…. 그 종을 실제로 본인이 울려 볼 수 있다…. 나도 물론 두 개 다 종을 쳐봤지. 두 종 모두 각기 다른 소리를 내고 그 소리는 너무너무 아름답다. 특히 왼쪽에 있는 종은 그 소리가 맑고 청명하였는데 그 아름다운 소리를 듣고 내 심장이 어찌나 뛰던지…갑자기 크게 뛰는 심장에 나도 놀랐다. 완전 사랑스러운 성당이다…. 다음엔 꼭 이 성당에서 하룻밤 쉬는 거로 하자.

이곳 성당에서 미겔을 다시 만났다. 아 … 네가 지난번 말한 성당이 이곳이었어? 미겔은 성당 수녀님을 소개해 주었는데 스페인어를 모르는 나는 대화가 불가능했다. 그런데도 스페인어로 웃으시면서 따뜻하게 말씀을 해주시는 수녀님. 말도 안 통하고…. 내 마음을 표현할 길이 없어서 그냥 꼬옥 안아드리고 성당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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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Pampelune 에 도착했을 때는 완전 기진 맥진 상태. 게이타노는 다리가 너무 아파서 Pampelune 초입에 있는 시립 알베르게에서 쉬기로 하고 나와 페트리시아 부산청년 셋만 이동을 했다..
비도 오락가락 하는 Pampelune에서 점심 먹을 곳을 찾지만 레스토랑이 너무 비싸다고 하는 페트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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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에서 간단히 먹거리를 사서 젖은 벤치에 앉아 벽을 가까이 마주하고 샌드위치를 먹는다.
벤치에 쪼르륵 앉아 벽을 가까이 보며 먹는 모습에 우리 세명은 한참을 같이 웃어야 했다. 그 모습을 찍어 달라고 포즈를 취하는 페트리시아. :)
어쩌면 곤란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페트리시아가 아주 꽤 괜찮은 언니라고 생각하는 순간이었고, 아무 불만 없이 따라주는 부산 청년이 꽤 착해 보였다.

그렇게 다 먹고 일어나 뒤를 돌아보니 뜨악…. 어디선가 나타난 20~30명 되는 관광객들이 우리를 둘러싼다. 그리고 들려오는 가이드 목소리" 자 여러분 이분들이 바로 순례자분들 이십니다. 이 순례자분들은 어쩌고저쩌고~~"
그리고 우리에게 시작되는 질문들...
그렇게 몇 개의 질문과 대답들이 오가고 사진까지 찍힌 뒤에야 우린 관광객들과 헤어짐을 맞이할 수 있었다.
가이드가 하는 말 " 여러분 우린 이분들과 헤어질때 Buen Camino 하고 인사를 해야 하는 겁니다. 자.. 다같이 Buen Camino"
순간 20~30명의 관광객들이 일제히 " Buen Camino". 그리고는 휘리릭 사라지는 관광객들. 아.... 모지... 황당한 우리...
아마도 우리 세 명 스페인 여행사 어디에 사진이 걸리게 될지도 몰라~ 이런! 여행사 전단지에는 실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제 얼굴이 제일 크잖아요. 서로 농담을 하며 우린 그렇게 Pampleune를 떠난다.

(너무 힘들어서 였나… Pamlelune에서는 찍은 사진이 거의 없다. Pampelune 에서는 많은 고생을 했다. 피레네 산맥을 넘고 매일 25~30키로를 걷다보니 몸은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고, Pampelune 에서 나는 가져간 200장의 엽서에 붙일 우표도 사야 해서 우체국도 찾아야 했고...,
그 지친 몸을 질질 끌고 유심까지 사러 다닐 수는 없어서 유심은 포기해야 했다. 우리는 어쩔 수 없었지만 되도록 Pampelune에서 하루 묵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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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엔 까미노! 저도 언젠간 꼭 갈겁니다..!

감사합니다.@ngjinni12님 ^^ 부엔 까미노!

오늘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floridasnail님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감사합니다. 행복한 주말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