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2.03 김보통 작가의 책 중 "수능 이후의 세계" 챕터를 읽고 나의 청소년기를 떠올리며... - 불행한 인간들은 각기 다른 모습으로 불행하지만, 그들은 모두 닮아있다.

in #busy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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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고모님의 생신이 있어 동탄에 갔다. 월요일 부터 바쁜 일정이 있는데 이동 시간이 왕복 4시간 정도 걸리므로, 긴 지하철 이동 시간 동안 공부를 하려고 책을 바리바리 싸들고 갔다. 그러나 역시나, 공부는 한 글자도 하지 않고 최근에 구매한 김보통 작가의 "어른이 된다는 서글픈 일"을 읽는 것에 몰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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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이유와 비슷한 모습으로 나타나지만, 불행한 가정은 각기 다른 이유로 불행하다."

라는 식의 비슷한 문장을 본 기억이 난다. 아마도 도스토예프스키의 '안나 카레리나'였던 것 같다(읽어보진 못헀다.)

불행한 가정을 굳이 가정이라고 보지 않고 '사람'이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불행한 인간들은 각기 다른 모습으로 불행하다. 우리나라 사름들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불행 배틀을 벌이곤 한다.

불행 배틀이란 누군가 자신의 불행한 상황이나 과거사를 이야기하면 "에이 그건 별 것도 아니지. 나는 말이야~"로 시작하는 자신의 불행함을 겨루는 한국 사람들 특유의 놀이를 말한다. 개인적으로 이런 것이 바람직하진 않지만 나도 가끔(사실 꽤나 자주^^;) 불행 배틀에 참여하는 것 같긴 하다.

어찌 됐든, 만약 내가 김보통 작가와 불행 배틀을 벌인다면 절대 이길 수 없을 만큼, 김보통 작가가 담담하게 풀어내는 어린 시절의 이야기들은 나의 가슴을 후벼판다. 그 이유는 2가지 정도가 있을 것 같은데, 나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든 어린 시절을 견뎌왔다는 것에 대한 애잔한 마음일 것이고, 두 번째는 비교할 수는 없지만 내가 겪어왔던 유년시절의 불행들이 현실에 실재하는 것처럼 생생하게 경험될 만큼 공감이 갈만한 내용들이 많다는 것이다.

나의 과거사는 블록체인에 기록하기엔 아직 이른 것 같고, 김보통 작가의 글의 내용을 소개하는 것은 책의 재미를 반감시킬 것이기에 둘 다 이 곳에 적지 않겠다. 다만 나에게 많은 위로를 주었던 "수능 이후의 세계"라는 챕터의 마지막 부분만을 이 곳에 실으며 글을 마쳐볼까 한다. 김보통 작가처럼 나도 과거의 나에게 이런 말을 해줄 수 있다면, 과거의 나도 좀 더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망상을 해보며...

"어찌 됐든, 타임머신이 있어 그 시절의 나를 만날 수 있다면 말해주고 싶다. 수능을 마친 시점에서 생각하는 것만큼 너는 쉽게 불행해지거나, 순순히 행복해지지 않을 거라고. 인생은 그저 맥락 없이 흘러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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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표지와는다르게 무거운내용을 담고있군요..

네 ㅠ 그래도 김보통님의 글들이 슬프긴 하지만 해학이 담겨있어 읽으면서 울다가 웃다가 하는 것 같습니다 ㅎㅎㅎ 기회되면 꼭 읽어보세요 ^^

이제부터라도 나이를 안먹기위해 떡국을 거부하기로 했습니다.

헉... 저도 올해 아직 떡국을 안먹긴 했네요. 구정 때 조심해야겠습니다 ^^

웅~ 빔바님은 대문은 곰돌이(코알라인가용?)인데 감성은....... 갑자기 센치센치~~ 잘봤습니당........ 오늘은 이만 책을 봐야겠어용.. 뿅뿅!

ㅋㅋㅋㅋ 쿼카라는 동물입니다 :) 제가 워낙 무미건조해서 요즘 감성을 담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ㅋㅋㅋㅋㅋㅋ 감사해요 ^^

진짜 공감합니다. 작년 이맘때쯤엔 지금의 제가 이렇게 될 줄 몰랐어요. 가만히 있었던 것도 아니고 부단히 노력했는데 왜 백수가 되었나.. 참..

ㅎㅎ 그렇죠?... 열심히 안살 때 뭔가 잘풀리기도 하고 죽어라 열심히 할 때 안될 때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저 시간을 견뎌가는 것 같아요 ㅠ 그래도 언젠가 좋은 날이 올겁니다 ^^

생각하는 것만큼 너는 쉽게 불행해지거나, 순순히 행복해지지 않을 거라고

뭔가 제 앞날을 어떻게 살아가야하나 고민할때 그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있는 말씀이군요...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입니다 :) 어떤 결정을 하든 후회하기 마련이지만 @breath님은 아직 저 시기니 조금은 미래를 바꿀 수 있지 않을까요? 화이팅입니다 ^^

멀리까지 갔다왔군요!
아무래도 김보통 작가 책 한권 더 사야겠습니다 ㅋㅋ

불행배틀 멀리서 보면 정말 하고 싶지 않는 일인데, 나도 모르게 할때가 참 많네요.

쉽게 불행하지도, 순순히 행복해지지도 않는다.

차디찬 말이지만 한편으로 수용하게 하는 위로가 담긴 듯 하군요.

ㅎㅎ 맞습니다 김보통 작가의 이런 관조적인 시선이 가끔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주는 기분이 들더라구요 :) 빨리 책을 더 내주셨으면 좋겠어요...

굉장히 힘이 풀리는 구절이네요ㅠ
단지 시간이 흘러갈뿐이라니...마치 인생을 다 산거처럼...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그렇게 느껴지실 수도 있겠네요 ㅠㅠ 시간이 흘러갈 뿐이라는 말이 위로가 되면서도 한 편으로는 견뎌내기 무거운 말인 것 같습니다...

한국인들 정말로 불행베틀 게임들 잘하지요. 자신의 불행을 마치 자랑이라도 하듯이, 남보다 더 고생많이 했다는 것을 마치 더 우월한 계급장이라도 되는 것인양,

ㅎㅎ 맞습니다. 인간의 본성인지 한국 사람의 특징인지 저도 가끔 불쑥 불쑥 튀어나오더군요... 위로를 받고 싶어 자신의 불행을 이야기 하는 것과 다른 사람의 불행함을 이기기 위해 불행 배틀을 벌이는 건 확실히 다른 것 같습니다. 조심하도록 해야겠어요 ^^

인생이 맥락없이 흘러간다는 말이 어쩐지 마음에 와닿네요. 돌이켜보면, 무엇 하나 계획한대로 흘러가지 않은 것이 인생인 것 같아요. 때로는 이러한 무질서가 즐거움을 가져다주기도 하지만 고통을 가져다줄때가 훨씬 많군요 ㅎㄷㄷ

맞아요... 예측 불가능성이 고통을 주기도 하고 즐거움을 주기도 하는 것 같아요. 역시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군요 허허... 그래도 이왕 이렇게 된 거 즐겁게 흘러가봐야겠습니다~ ^^

맥락없이 흘러가는 인생,, 정말 호락호락한 게 없는 것 같습니다.ㅎ 정녕 내 뜻대로 되는 건 커피믹스 밖에 없단 말입니까.

ㅋㅋㅋㅋ 맞습니다... 전 커피믹스 조절도 할 줄 몰라 뜻대로 되는게 없네요 ㅋㅋㅋㅋㅋㅋ

행복과 불행은 한끗차이라고 봅니다.. 같은 것을봐도.. 어떤것은 불행이고 어떤 것은 행복일수도있죠 ㅎㅎ

ㅎㅎ 맞습니다... 관점의 차이도 분명 존재하죠~ 이왕이면 좋게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 그래도 항상 자신이 얼마나 힘든지를 알아차리는 것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구요... ㅠ

심상치 않은 제목과 주제네요. 빔바님 덕분에 다시 한번 김보통 작가님에 대해 알아보니 <아직 불행하지 않습니다>가 ebook으로 있어서 요거 먼저 ebook으로 구입후 읽어봐야 겠습니다.

인생은 쉽게 불행해지거나, 순순히 행복해 지지 않을 거다...정말 와닿는 말입니다. 인생은 아주 호락호락 하지 않네요!

흐흐 그 책도 정말 좋은 책입니다 :) 이 책은 시간 순서 상관 없이 단편이 늘어져 있다면 아직 불행하지 않습니다는 김보통 작가의 일대기 같은 느낌이 있어서 좋아요 ^^ 제 글을 읽고 김보통 작가를 접하게 되시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 호락호락하지 않은 인생 열심히 다퉈봐야겠습니다~

제가또 한 불행배틀(?)하는 사람이죠..이미 아시겠지만...ㅎㅎ

ㅋㅋㅋㅋㅋㅋ 저희가 불행배트를 좀 자주 했죠... ㅠㅠ 앞으론 행복합시다~

수능만 마치면 모든게 다 끝난 것이라고 생각했던 옛 시절이 떠오르네요. 지나고 보면 그냥 하나의 과정이었을 뿐이었는데 말이죠. 맥락없이 흘러와서 여기까지 온것 같아요. 이제는 좀 맥락을 잡고싶습니다 ㅎㅎㅎㅎㅎ (맥락잡느라 3수 했는데 못잡음 @.@)

크 맥락을 잡으려 노력 많이 하셨군요! 그래도 확실히 주변의 재수나 삼수를 한 친구들을 보면 세상을 대하는 깊이가 좀 다른 느낌이 있습니다. 분명 도움이 많이 되셨을 거에요 :) 어린아이가 세상을 탐색하듯 여기 저기 더듬으며 열심히 살아가봐야겠습니다~

책의 내용이 궁금해지는군요,,
과거로 돌아가려고만 하지말고 녹록치 않은 인생,,
지금 순간을 최선을 다해 행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 같네요,,ㅎㅎ

ㅎㅎ 그렇게 이해할 수도 있겠네요! 과거도 미래도 어차피 맥락없이 흘러가니 현재에 최선을 다하고 즐기다보면 결국 어딘가에 도착해있을 것 같습니다 ^^

저도 불행배틀 참 잘하는것 같습니다.
자랑배틀을 하는 자리는 초등학교 이후론 없으니까요 ㅎㅎ
수능이 끝나면 그 고비만 넘기면 모든 인생이 순조롭게 흘러가리라 생각하지만
지나고보면 수능은 아무것도 아닌듯 여겨질정도로
많고 많은 고비가 있는데 제가 그랬어요... 20대만 되면 성인만 되면
세상이 마음대로 되는줄 알았거든요 ㅎㅎ

자랑배틀을 하는 자리는 초등학교 이후론 없다는 말씀이 씁쓸하네요 ㅠ 진짜 삶의 순간 순간이 고비인 듯 합니다. 그래도 눈 감는 날까지 후회없이 최선을 다해 살아야겠어요 ^^

저도 어릴 적에는 불행배틀 많이 참여했던 것 같은데, 말은 내뱉은대로 이루어진다는 이야기에 크게 감명 받은 뒤부터는, 조심히 말하기 시작했어요. 항상 저희 부모님도 제가 힘들어서 "죽을 것 같다" 그러면.. "살 것 같다"라고 말하게끔 하셨죠.

한 번은 리더쉽 교육을 받는 자리에서 "감사의 힘"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는데요. 이 책을 읽으면서 사소한 것부터 감사하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어요. 가끔은 이 습관을 잊고 지낼 때도 있기는 했지만, 다시금 상기시키며 "작은 검에 감사해보자"며 마음을 잡아보는 것 같아요.

이렇게 글을 쓰니까, 갑자기 떠오른게 제가 히치하이킹을 하거든요. 히치하이킹은 행운을 바라는 일이기도 해요. 모르는 낯선 사람을 태워주는 운전자가 얼마나
있을까요? 이제까지 2만 km를 넘게 했는데, 시작하기 전에 항상 그리고 하면서 항상 되뇌이는 말이 있어요.
나는 오늘도 좋은 사람을 만날 것이다
이 말은 항상 내뱉은대로 이루어졌어요.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하던 불행배틀 대신 감사배틀 행운배틀을 바꾸어 하면 참 좋을 것 같아요.

좋은 말씀이네요 :) 저도 죽을 것 같다는 말 참 자주 썼는데요... 요즘은 내가 어떤 부분이 힘든지 살펴보며 되도록 평안해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 히치하이킹 정말 멋있네요! 맥락없는 삶과 불특정한 차를 기다리는 히치하이킹이 어찌보면 비슷해보이는 것 같기도 합니다 ^^ 저도 내일은 좋은 일이 있을거야, 라고 생각하며 오늘 하루 즐겁게 보내야겠어요~

문득,
나는 우울하고 외로운 청소년기를 지나왔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엄마가 되었던 것에 조금 뜨끔해진다.
나는 절대 불행하지 않다 위안삼으며
내 아이들에게 절대 행복을 강요하는 위험한 짓을 범하고 있는 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불행한대로, 우울한대로.
중요한건 나 자신을 놓지 않고 매 순간순간을 느끼고
느낌에 충실히 임할 필요가 있음을.

주제와 벗어나 혼자 큰 다짐을 하고 갑니다.

정독하게 하는 글이었습니다^^

깊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moonpeople님 :) 그런 과정을 거치고 아이들에겐 행복을 말할 수 있다는 것도 정말 멋지시고, 이런 글을 읽고 다시 자신을 돌아보신 것도 멋지신 것 같아요 ^^ 말씀하신 것처럼 삶에 행복도 불행도 있다는 것을 잘 알아차리고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면 좋은 일들이 생기지 않을까 싶습니다. 매일 매일 좋은 날 되시길 바랄게요 ^^

'불행배틀'이란 표현이 맘에 드네요! 우리의 습관적인 대화 방식을 잘 꼬집은듯 합니다

ㅎㅎ 저도 쓰다보니 마음에 드는 표현이 나왔네요 ^^ 정말 저도 모르게 자주 하게 되는 배틀인 것 같습니다...

책의 좋은내용들을 한눈에 보았습니다....
인생을 내가 바꿀순 있지만 한번에가 아닌 , 서서히.. 작지만 하나 둘 그러니 발버둥 치기보단 현실에 최선을 다해야겠습니다

ㅎㅎ 맞습니다 자기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하는게 멋진 것 같아요 :) 오늘도 열심히 살아야겠습니다!

아 맥락없이 흘려간다는 말이 참 슬프네요..ㅎㅎ
뭔가를 하려고 그렇게 노력하는데도 안 되는 일이 있다는게...
좋은 글 정말 잘 보고 갑니다 빔바님 ^^

그렇죠... ㅠㅠㅠ 그래도 역으로 무엇인가 망해가려고 할 때도 그렇게 쉽게 망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면 또 좋은 것 같기도 합니다 허허... 인생 참 어렵네요 ㅠ

저는 비슷한 상황이라면 그냥 과거의 저에게 수능 공부하지 말고 그림이나 더 그리라고 했을 것 같네요...-.-;;;;

ㅋㅋㅋㅋㅋㅋ 저도 군대나 빨리 갔다와서 비트코인 사라고 해야했을 것 같네요...

특정된 이벤트(수능, 졸업)이 지나고 나서도
인생은 끝이 아니라는걸 그때당시에는 실감하지 않았는데
실감하고 있었다면 지금과 다른 삶을 살았지 않았을까
종종 생각하게 만드는 글이네요....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