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4.09.월
아무것도 아닌 내가
아무것도 아닌 일에 불쑥 화를 내고,
아무것도 아닌 일을 부끄러워 하며,
아무것도 아닌 일에 집착한다.
아무것도 아니였는데,
지나고 보니 분명
아무것도 아니라고 느꼈는데,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한 번 화를 내고, 부끄러워하며 집착한다.
언젠가
아무것도 아닌 나도 사랑받고,
아무것도 아닌 것들도 잊혀지고,
아무것도 아닌 일들을 그리워하겠지.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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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50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 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 . . . )
모래야 나는 얼마큼 적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적으냐
정말 얼마큼 적으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