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은 일본에서 기숙사를 떠나
세를 들어 살게 된 집에 들어가던 날이었다.
난생 처음으로 어찌저찌 구한 셋집.
당장 들어가던 날은 신청이 늦어
전기도 수도도 가스도 들어오지 않았다.
1층.
부엌쪽으로는 겨우 3미터 떨어진 곳에
JR 야마노테선 전차가 굉음을 내며 달렸고
베란다 쪽에는 커튼 살 시간도 없어
커다랗게 벌거벗은 창 너머로 골목이 훤히 보였다
늦겨울인데 이불 한장 사두지 않아서
한국에서 들고온 옷가지를 바닥에 늘어놓고
그 위에 춥고 불편하게 누워 덜덜 떨면서
벌거벗은 유리창을 통해 들어와
과자 부스러기처럼 방안을 나뒹구는
가로등 불빛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충전을 못해
꺼져버린 핸드폰을 한손에 꼭 쥐고
칼같이 시간을 지키는 JR 야마노테선 전철이
굉음을 지르며 지나갈 때마다
미친 놈처럼 킬킬 거리며 웃었다.
나는 마침내 혼자가 되었던 것이다.
오롯하게.
참으로 이기적으로.
그 날, 그 곳에는.
나를 어리석다고 질타하여 우월감을 얻어내는 사람도,
바라지도 않고 쓸모도 없는 도움을 주겠노라 강요하는 사람도,
나는 괜찮은데 죄라도 지은 듯이 자기가 미안하다며 우는 사람도,
그 누구도 존재할 수 없었다.
그저 나만이 존재할 뿐인,
5분마다 굉음이 울리고
불빛이 모래 바람처럼 휘몰아치는
어두운 작은 섬 하나.
상자 속 슈뢰딩거의 고양이처럼
조립식 건물의 사각진 방에 누운 나는
세상에서 가장 외로우면서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었다.
가능하다면 평생이었으면 했던 순간,
죽기 전에 단 하루만이라도 원했던 순간,
평생 하루도 없으리라 포기했던 그 순간.
나는 쉬지 않고 줄어가는 그 고독의 모래 시계를
졸음을 참아가며, 추위를 참아가며 미친듯이 탐닉했다.
이제 아침이 오면,
오전 반차를 낸 시간에
먼저 전기가, 그 다음이 수도가, 그 다음으로 가스가
오롯한 고독을 깎아내릴 것이었고,
그나마도 오후가 되어
출근 시간이 찾아오면,
고독은 마치 없었던 것처럼 사라져 버릴 것이었고,
퇴근 후에는 전기를 통하여
타박을 받고, 도움을 받고, 걱정을 받을 것이었다.
잠들 기 전에는
수도와 가스로 욕조에 물을 받아
식은 몸으로 뜨거운 물의 온기를 빼앗으면서
이게 사는거지-라고 되뇌이며 하루를 마무리할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몹시도 절박하게
굉음을 귀에 눌러 담고,
추운 공기를 깊게 들이마시고,
춤추는 불빛을 각막에 새기며,
그 오롯한 고독의 순간을 내 안에 남기려 했다.
어느 몹시도 우울한 날,
그래도 한 번은, 한순간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이었다고,
스스로를 위로할 기억을 남기기 위해서.
차라리 문신이 되어 남아주었으면 좋았을 것을.
지나가다 들려봅니다. ㅎㅎ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D
올려주시는 글들이 제가 참 좋아하는 과학 기술 글이라 자주 뵙게 될 것 같습니다. 잘 부탁 드려요!
취향이 맞아서 다행이네요 ㅎㅎㅎ 저도 한번씩 들리러 오겠습니다.
짱짱맨 호출에 출동했습니다!!
캄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