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과 부동산 중개업체에 이어 숙박 업체들이 자체적인 숙박 O2O 서비스를 준비중이라는 소식이다.
대한숙박업중앙회는 이르면 다음달 독자적인 숙박 예약 앱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잘될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선이 많다.
다른 분야서도 유사한 시도가 있었지만 결과는 그리 좋지 않았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1월 직접 개발한 부동산 중개 앱 ‘한방’을 내놓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직방이나 다방에 비해 쓰기 불편하다는 지적이 많다는 후문이다. 한국배달음식업협회도 자체 배달 앱 ‘디톡’을 선보였으나 존재감이 거의 없다.
각종 협단체에서 회원사들을 위한 자체 O2O 서비스를 내놓는건 시장을 선점한 전문 업체들이 가져가는 수수료를 겨냥한 조치다. 야놀자나 직방, 배달의 민족과 같은 서비스 운영사가 가져가는 수수료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수료 줄이자고 자체 O2O 서비스를 내놓는게 현실적인 대안인지는 모르겠다. 협단체가 유능한 개발자, 기획자가 모인 배달의민족이나 야놀자보다 사용성이 좋은 앱을 만들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사용자 입장에선 O2O를 쓰면서 플랫폼이 회원사들로부터 수수료를 얼마나 가져가는지 신경 쓸 이유는 없다. 옵션이 풍부하고 가격이 적당하면 그만이다. 수수료는 플랫폼과 참여 업체가 알아서 정할 일이다.
그러나 디지털 생태계에서 서비스 중개자가 갖는 파워가 커지는 것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것 또한 현실이다. 중개자의 힘을 약화시키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도 계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활용한 탈중앙화된 서비스도 대안으로 부상했다.
숙박 공유의 경우 우버 개발자 출신이 설립한 스타트업 비토큰(BeeToken)이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기반으로 에어비앤비에 도전장을 던졌다. 비토큰은 기반 기술만 다를 뿐 서비스 경험은 에어비앤비와 유사하다. 우수한 사진, 사용자 평가, 리뷰, 숙박 호스팅에 참여할 수 있는 조건을 포함하고 있다.
차이점은 사용자가 달러나 유로를 내고 숙박할 대상을 예약하는 대신에 비토큰이 발행하는 암호화폐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비토큰 암호화폐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를 통해 구입할 수 있다. 비토큰은 거래가 성사됐을 때 숙박 호스트로부터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15%를 수수료로 가져가는 에어비앤비와는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수수료 대신 비토큰은 자사 기술을 다른 스타트업들에게 라이선스해주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할 계획이다. 또 비토큰이 발행한 암호화폐 대신 비트코인이나 이더로 예약할 경우 1~2% 정도의 수수료를 부과할 계획이다. 사용자들이 비토큰 암호화폐를 구입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한 인센티브다. 비토큰 암호화폐는 외부 거래소를 통해 사고 파는 것도 가능하다.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만큼, 숙박 업체 입장에서 비토큰은 매력적일 수 있다. 그러나 협단체에서 내놓은 앱들도 전문 O2O 서비스들에 비해 수수료가 없거나 저렴하기는 마찬가지다. 수수료가 없다고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의 성공을 담보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사용자가 외면한다면 외롭기는 협단체가 내놓은 앱이나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나 거기서 거기일 것이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기반 서비스라면 사용자들에게도 실질적인 혜택을 줄 필요가 있다. 비토큰의 경우 서비스 시작 시점에는 5명의 중재인을 통해 분쟁을 해결한다고 한다. 중재인은 비토큰 사용자들 중 무작위로 선정된 이들이다. 이들에게는 비토큰 암호화폐가 보상으로 주어진다. 그러나 이것 만으로는 부족해 보인다. 사용자들에데 보다 강력한 인센티브가 주어져야 기존 중앙집중식 O2O 서비스를 흔들어 볼만한 계기를 마련할 수 있지 않을런지...스팀잇을 참고할 필요가 있겠다.
사용자에 대한 보상 체계도 갖춰진다면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거대 중앙집중식 플랫폼을 상대로 해볼만한 싸움을 벌여볼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아마존처럼 해서는 아마존을 이길 수 없다는 말을 즐겨 쓰는데, 우버나 에어비앤비로 말을 바꿔도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우버와 유사한 스타일의 앱을 만들어서 우버를 이길 가능성은 희박할 것이다.
시장을 선점했고 쓰기도 편한 거대 중앙집중식 앱을 상대로 사용성도 떨어지고,사용자들을 위한 인센티브도 없는 중앙집중식 앱으로 도전하는 것보다는 게임의 룰을 바꿔 승부를 거는 것이 보다 승률이 높지 않을까?
국내서도 조만간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앞세워 거대 중개 플랫폼에 도전하려는 시도들이 있을 것이라는 얘기가 들리는데, '제대로 되겠어?'하는 냉소보다는 잠재력에 초점을 맞춰 돌아가는 판을 지켜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