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이 암호화폐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암호화폐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된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과도한 투기 열풍 때문일 수도 있고, 블록체인 관련 사업자들의 부도덕한 행태일 수도 있다. 누군가에겐 분산 데이터베이스에 불과한, 전혀 새롭지 않은 블록체인 기술이 마치 만병통치약인 양 각광을 받게 되어 환멸을 불러일으켰을 수도 있다.
만약 암호화폐의 환율이 계속 상승해서 사람들에게 이득을 가져다주었다면, 암호화폐가 무엇이든 간에 상관없이 사람들은 이를 좋게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바꾸어 말하면 암호화폐가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효용을 가져다준다면 이를 좋게 생각했을 것이라는 말이다.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이 가져다줄 효용과 해괴한 현상
블록체인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은 이야기들이 있다. 블록체인을 이용하면 시스템에 대한 막대한 권력을 가진 중간자(middle man)를 없애고, 그 대신에 시스템의 프로토콜을 따르는 반수 이상 익명의 참여자들이 상호 견제를 통해 시스템을 유지하는 무신뢰(trustless)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시스템에 대한 권력이 분산되기 때문에 중간자가 가져가던 막대한 이득이 참여자들에게 분배되도록 할 수 있다는 꿈같은 이야기이다.
어떠한 서비스나 애플리케이션에 블록체인 기술이 도입되면 중간자는 손해를 보고 참여자가 이득을 보게 될 것이다. 논리적으로 생각해보면 블록체인 기술은 참여자들이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득을 볼 참여자가 아니라 손해를 볼 중간자가 나서서 블록체인을 개발하고 있는, 굉장히 해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해할 수 없는 사업자들과 투자자들
누군가 논리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주장을 한다면, 한 번 더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절대로 손해 볼 일을 하지 않는 기업이 과연 블록체인으로 제 살을 깎아 먹으면서 사람들에게 이득을 분배하려고 할까? 반대로 서비스 이용자들은 모으면 크지만, 개개인에게는 얼마 되지 않는 조그마한 이득을 위해 중간자가 제공하는 편리함을 포기하려고 할까? 블록체인 기술과 투자에 관심이 없는 외부인의 관점에서 블록체인이 주는 효용이 전혀 납득되지 않는다.
더욱 심각한 것은 블록체인 사업을 하려는 기업과 참여자 개개인 모두 “왜?”라는 물음에 제대로 답을 하지 못한다.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다.
그들의 속내
사업자들과 투자자들, 그리고 외부자들은 명시적이든 아니든 사실 이미 답을 알고 있다. 그들은 암호화폐를 원래의 목적이 아니라 ‘증권’으로 바라보고 있다. 화폐를 사고판다고 하지만 실제 실질적인 효용을 주지 못하는 증권을 사고팔고 있고, 사업자들은 증권을 판매하여 얻은 수익금으로 자기 사업에 새로운 모멘텀을 불어넣고자 한다. 혹은, 그 수익금을 운용해서 더 큰돈을 벌어들인 회사도 많다.
투자자들은 블록체인이 주는 효용은 납득할 수 없지만, 차익거래로 많은 수익을 남기고 있다. 수익을 남기기 위해서는 부지런히 활동하여 남들보다 먼저 정보를 획득하고 여기에 투자할 새로운 사람들을 끌어들여야 한다. 좋게 말하면 증권, 나쁘게 말하면 폰지 사기(다단계 금융사기)와 다름없는 행태를 보이는 것이다.
결론
암호화폐의 거품이 꺼지고 나서 많은 관계자가 폰지 사기(다단계 금융사기)가 아니라 진짜 우리에게 효용을 가져다줄 수 있는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등장할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게 무엇이냐 물으면 아마도 게임이 되지 않을까? 정도의 막연한 대답밖에 하지 못한다.
내가 생각하기에 암호화폐의 거품이 꺼지고 이루어져야 할 일은 블록체인이 기업 주도에서 비영리 재단 주도로 바뀌는 것이다. 블록체인을 통해 이득을 볼 주체들이 스스로 블록체인 기술을 개발하고 생태계를 가꾸어 나가야 한다. 재단은 국가를 초월하기 때문에 국내와 외국을 나누기에 무리가 있지만, 이미 외국에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이오스, 카르다노, 코스모스, 트루빗 등 수많은 재단이 존재하는 반면 한국에 기점을 둔 제대로 운영되는 재단은 단 한 군데도 없다. 물론 블록체인 기술과 관련하여 기업이 해야 할 일이 존재하지만, 기업이 주가 되어 산업이 발전하고 블록체인이 개발되는 한국의 현실은 너무나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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