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비용의 대용량 데이터 컴퓨팅을 완성시킨 인터넷 기업들은 단번에 인터넷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 자리를 차지했다. 이들은 인터넷 안에서 가장 많은 사용자 데이터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위치에서 그 데이터들이 말해주는 것들을 거대한 데이터센터에 집중시켰다. 인류의 역사에서 어떤 존재도 이 정도로 데이터를 집중시켜 지배한 사례는 없었다. 그들은 데이터가 쌓일 수록 더 현명해졌다. 자신들에게 필요한 데이터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는 건 자신들 밖에 없었다.
개인들은 이들의 서비스 안에서 자유를 누렸다. 특히 개인들은 현실 세계에서 자신들을 속박하고 있는 ‘국가주의적 경계’들을 그들의 서비스 안에서 쉽게 넘나들 수 있었기 때문에, 사용자들은 구글이나 페이스북의 사적 영역 안에서는 세계 시민이 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기꺼이 자신의 데이터를 그들에게 열어 보여주었다.
페이스북에 대한 구글의 비난과 두번째 변심
2007년 구글의 세르게이 브린은 언론에 대고 페이스북의 비난했다. 그 내용은 ‘페이스북이 사용자 데이터를 독점하면서 인터넷의 투명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당시까지 구글의 서비스들은 이메일을 제외하면 사용자 인증을 요구하는 서비스가 없었다. 그것은 곧 구글이 개별 사용자들에 대한 정보수집을 사업의 핵심적 요소로 생각하지 않았고, 최소한 구글의 슬로건인 ‘악해지지 말자’에 비추어 볼때 사용자 정보를 사업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구글의 비난은 오래 가지 않았다. 구글은 페이스북에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을 목격한 것이다. 누구도 페이스북에 대한 자신의 비난에 동참하지도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구글은 구지 자기만 순결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마음을 고쳐먹은 것으로 보인다. 구글은 바로 사용자 정보를 최대한 수집하는 것으로 전략적 방향을 수정했다. 자신들의 서비스를 그것을 향해 모두 재정렬시켰다. SNS 서비스인 구글 플러스를 중심으로 한 전략과 모바일 플랫폼인 안드로이드 전략은 이런 맥락에서 출발된 것이었다.
구글의 이러한 변심이 처음은 아니다. 창업자들은 창업 초기에 ‘왜 광고 기반 검색은 결과가 왜곡되는지,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논문에서 주장한 바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구글이 얼마나 검색과 광고를 잘 연결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검색 서비스를 통해 축적된 대용량 데이터를 모으고 이로부터 ‘의미’를 찾아내는 기술은 이제 ‘사용자’를 향하고 있었다. ‘사용자’야말로 거대하고 가치있는 데이터의 보고라는 것을 명확히 인식한 것이다.
그래프와 사용자 데이터 컴퓨팅
하지만 사용자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검색에서 사용하던 분산 파일 시스템 기반의 클라우드 컴퓨팅 만으로는 초저비용 대용량 컴퓨팅을 유지하기 어려웠다. SNS형 서비스 혹은 사용자 데이터를 저비용으로 다양한 응용 프로그램이 공유하며 연산하기 위한 데이터 컴퓨팅 아키텍처가 요구되었다. 구글은 이 문제도 풀어냈다. 물론 이미 SNS 서비스들에서 사례가 형성되고 있었지만, 구글은 이를 구글스타일로 다시 자신들의 컴퓨팅 아키텍처 안으로 받아들였다. 그것이 바로 그래프였다.
그래프는 방향성을 가진 데이터 구조체였는데, 구글은 사용자 데이터를 취급하는데는 그리드형의 관계형 DBMS 같은 구조가 아니라 ‘그래프’가 확실한 이점이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리고 그래프는 구글의 분산 파일 시스템 기반의 대용량 컴퓨팅 아키텍처와도 자연스럽게 결합될 수 있었다. ‘그래프’ 기반 데이터베이스(NoSQL)는 구글이 처음만든 것은 아니었지만 구글이 사용자 데이터를 수집하기로 마음먹었을때, 자신들의 데이터 컴퓨팅에 반드시 수용해야하는 요소였다.
그리고 그래프 데이터베이스의 장점을 활용하여 만들 수 있는 궁극의 애플리케이션이 바로 ‘인공지능’이라는 것도 그들이 알고 있었다. 구글은 2013년 1월 대용량 그래프 데이터베이스를 자신들의 컴퓨팅 플랫폼에 장착하는 것을 완성하고 ‘지식 그래프’라는 이름으로 서비스를 공개했다. 그러나 그들이 ‘그래프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얻은 가장 큰 것은 ‘사용자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위한 최적의 데이터베이스였다.
데이터 집중화를 위한 구글의 3가지 전략
우리가 구글의 속 마음을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지금까지 드러난 구글의 행보를 기준으로 그들의 데이터 집중화 지배 전략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은 3가지다. 하나는 ‘크롤링 가능’한 거의 모든 정보를 자동으로 수집하여 ‘검색 가능’하게 만든다. 다른 하나는 ‘크롤링 가능하지 않은’ 데이터는 ‘크롤링 가능’하게 만든다. 마지막은 ‘사용자 정보’를 ‘동의’를 기반으로 최대한 수집한다.
첫번째 전략은 구글이 텍스트 검색에서 시작했지만 이제는 이미지와 영상, 사운드 등으로 ‘크롤링’ 대상이 되는 미디어 범위를 확대하고, 그 안에 들어 있는 ‘내용’을 검색 가능하도록 만드는 연구개발과 서비스 전략을 통해 드러난다.
두번째 전략은 구글 어스와 지도, 도서관 프로젝트, IoT, 모바일 정보수집 전략을 통해 드러난다. 그들은 오프라인의 대상들을 크롤링할 수 있는 대상으로 만들기 위해 다양한 서비스 전략과 기술 프로모션 전략을 사용한다.
세번째 전략은 구글크롬, 구글 플러스와 안드로이드, 구글플레이 전략을 사용한다. 이를 통해 구글은 개인들의 생활 정보와 온라인 활동, 심지어 금융정보를 ‘수집 가능한’ 상태로 만든다. 그리고 언제든 ‘동의’만 받으면 수집한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연스럽게’ ‘동의’를 이끌어낼 넛지(Nudge)를 사용할 수 있는 계기뿐이다.
이러한 전략이 구글만의 것은 아니다. 애플과 페이스북, 아마존과 같은 인터넷 기반 초국가기업들은 모두 비슷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와 함께 이들의 대용량 컴퓨팅 플랫폼 역시 거의 완성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여기에 인공지능이 결합되면 인류는 지금까지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상황을 맞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어떤 위험을 안고 있는지에 대한 시바 바이디야나단 교수의 지적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들은 지금 ‘사적 영역’의 확대를 통해 인류의 공공적 가치를 미래에 대한 아무런 보장없이 잠식하고 있다. 이들이 공짜로 제공하는 서비스들로 인해 그 분야의 공공 서비스가 사라진 후에, 그들이 수익성을 이유로 3개월의 유예 기간을 두고 서비스를 중단할 경우, 우리는 아무런 대비책을 갖고 있지 않다. 그런 이유로 바이디야나단 교수는 저서의 말미에 구글과 경쟁할 수 있는 공공 데이터베이스 및 컴퓨팅 플랫폼 프로젝트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지만, 나는 그런 자원이 모이게 만들 방법이 없는 현실성이 없는 주장이라고 생각했었다. 공개형 블록체인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대용량 오픈 컴퓨팅 플랫폼의 프로토타입 : 비트코인
거대 기업이 투입할 수 있는 자원은 매우 막강하다. 그들과 맞서서 이기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아주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들에게도 약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유일한 약점은 그들이 수익을 내야한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거대한 초국가 기업도 수익을 낼 수 없게 된 상황을 버텨낼 수는 없다. 그래서 거대 기업과의 경쟁에서 작은 집단들이나 개인들의 연대가 쓸 수 있는 방법은 그들의 ‘시장’을 흔드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영업장에 난입하여 영업을 방해하는 행패를 부리자는 것은 아니다. 그런 행패없이 거대 기업을 좌절시킨 사례를 따라 하기만 하면 된다. 그것은 바로 ‘오픈 소스 운동’이다. 오픈 소스 운동의 초기에 이들이 거대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를 꺽을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없었다. 그들은 열정을 가진 몇몇 개인들에서 시작했다. 하지만 그 결과를 보자. 성대한 승전 의식은 없었지만, 오픈소스 리눅스는 x86 서버 시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를 압도하고 있다. 그리고 데스크탑 시장은 사실상 개방형 표준인 웹이 상당부분 가져가 버렸다. 물론 그렇게 해서 결국 더 무서운 상대인 구글과 페이스북, 아마존을 키운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승리가 없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
블록체인은 여러 측면에서 오픈소스 운동과 비교될 수 있다. 오픈소스 운동이 컴퓨팅의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한 탈집중화 반독점 캠페인이라면, 블록체인은 ‘데이터’를 중심으로 한 탈집중화 반독점 캠페인이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에서 블록체인의 정치적 지향을 반영하여 기술 명칭으로부터 독립시켜 부른다면, 그것은 ‘오픈 컴퓨팅 운동’이 될 것이다. 이 명칭은 여러 의미를 함께 담고 있다. 먼저 ‘오픈 소스 운동’을 ‘오픈 컴퓨팅 운동’의 일부이자 선조로 보는 시각을 담고 있다. 또한 탈집중화 반독점의 대상을 ‘소프트웨어’에서 ‘데이터’와 ‘서비스’, 심지어 하드웨어로 확장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블록체인은 ‘오픈 컴퓨팅 운동’의 유일한 길은 아닐지라도, 여러 면에서 ‘오픈 컴퓨팅 운동’에 강력한 전략을 제공한다.
먼저 블록체인은 집중형 컴퓨팅의 반격으로 컴퓨팅의 역사 뒷편으로 숨어버린 P2P를 복권시켰다. P2P는 블록체인을 통해 ‘저작권 침해’, ‘음란물의 온상’과 같은 비난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아서 일면식도 없는 개인들의 연대를 통한 컴퓨팅 자원의 확보를 위한 인프라로 활용될 기회를 얻었다.
그 다음으로 블록체인은 집중화 또는 초집중화 컴퓨팅을 지향하는 초국가 기업의 지배력을 전달하는 생태계 중 ‘약한 고리’를 정통으로 겨누고 있다. 사실 초국가 기업들이 구축한 대용량 초저비용 컴퓨팅 아키텍처는 트랜잭션 비용을 극단적으로 낮추어 높은 트랜잭션 비용을 기반으로 만들어져 있는 금융업과 같은 낡은 산업을 파괴할 수 있을 정도의 혁신 역량을 이미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고 그들과 손을 잡음으로써, 자신들이 전지구적으로 영향력과 수익원을 확장할 수 있는 파트너로 삼았다. 블록체인은 바로 그들의 파트너를 공격하고 있다. 초국가기업의 전지구적 영향력을 떠받치고 있는 요소들 중, 가장 낡고 가장 기생적인 ‘중계기관’들을 공략함으로써 초국가 기업들의 지배력에 큰 변화가 생길 수 있는 계기를 만든 것이다.
다음으로 블록체인은 가상화폐를 통해 새로운 기회에 도전하는 사업적 정치적 지지자들을 ‘오픈 컴퓨팅 운동’ 주변으로 빠르게 끌어들이고 있다. 과거 ‘오픈 소스 운동’이 일부 개발자들의 운동으로 오래 지속되었던 것과 달리, 블록체인은 대중들을 ‘오픈 컴퓨팅 운동’의 한복판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대중들이 운동의 한복판으로 진입하면, 그 안에 있는 개발자들의 확신은 배가되며, 그들이 제공하는 에너지가 운동을 지켜낸다.
끝으로 블록체인은 경쟁자인 초국가 기업들의 ‘대용량 초저비용 데이터 컴퓨팅’에 맞설 수 있는 컴퓨팅 아키텍처의 기반이 되는 ‘데이터 스토리지’와 이를 다양한 응용소프트웨어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오픈 컴퓨팅 데이터베이스’의 기본 모델을 제시했다. 앞으로 블록체인은 ‘오픈 컴퓨팅’에서 어떻게 더 큰 용량의 데이터를 저장하고, 다양한 소프트웨어들이 이를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소프트웨어의 성격에 따라 ‘분화된 데이터베이스 모델’을 제공할 것인가를 과제로 안고 있다. 그 과정에 기여할 사람들은 지금 ICO라는 창업 자본 시장 메카니즘을 통해 빠르게 블록체인 진영에 합류하고 있고, 이더리움과 같은 플랫폼은 블록체인 네트워크 안에서 최소 단위 인스트럭션인 ‘스마트 계약’이 어떻게 작동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이러한 문제들을 풀어 나가고 있다.
지금 비트코인이 투기의 대상이라는 사실이 문제이긴 하지만, 혁명가로서의 블록체인은 확실하게 대중들에게 존재를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 투기에 휘말려 블록체인의 근처에 도달한 대중들은 조만간 궁금해하게 될 것이다. ‘도대체 블록체인으로 하려는 것이 무엇인가?’ 그때 블록체인은 ‘완성된’ 혹은 ‘완성의 방향이 명확히 보이는’ ‘오픈 컴퓨팅 플랫폼’이 되어 있어야 한다. 개인들의 연대로 구성된 하드웨어와 대용량 스토리지, 정적 데이터와 동적 데이터, 초고속 트랜잭션, 그래프형 데이터베이스와 같이 용도별로 분화된 대용량 데이터베이스와 그 안에 새로운 애플리케이션과 서비스를 기다리는 공유 데이터들, 그리고 엄청난 숫자의 스타트업들이 가득한, 진정한 풀 스택으로.
블록체인의 의미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고 가네요. ^^
감사합니다~
도움이 되셨다니 감사^^
확실히 블럭 체인 기술은 개인 데이터의 보호에 큰 공을 세운 것 같습니다.
이제 시작인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