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블록체인 기술의 대중화 시기

in #bitcoin7 years ago (edited)

스팀에 가입해서 쓰는 첫 글입니다. 

스팀은 오로지 blockchain, cryptocurrency 관련 이슈들에 대한 글만 쓸 요량으로 시작하는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글들은 모두 tech 지식이 없는 제 아이들이 읽어서 이해할 수 있는 것을 목표로 쓸 것입니다.

Blockchain의 현 위치가 인터넷에 있어 netscape가 태동하던 시기와 비슷하다라는 글을 얼마전에 읽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이 질문에 근본적인 답을 하기 위해서 blockchain 기술이 대중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실생활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전제 조건이 무엇일지 따져보는게 더 좋을 것 같습니다. 

 Hard: building systems that function without authorities. 
 Harder: convincing people to take power & responsibility into their own hands. 


위 글은 지난 7월 한창 segwit2x와 hardfork 이슈로 뜨거울 때 bitgo의 engineer인 Jameson lopp의 트윗입니다. 

Third party를 신뢰하지 않고도 기능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어렵지만, 사람들이 (third party에게 정권을 주지 않고) 스스로 책임지고 결정하도록 만드는 것은 더 어렵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Blockchain의 keywords 3가지만 꼽아보라고 한다면 저는 1) network, 2) merit, 3) trustless 를 꼽겠습니다.  하나하나 꼼꼼히 따져봐야겠지만 하여튼 저 세 가지가 동시에 갖춰져야 비로서 blockchain이 blockchain 다워지고 살아남을 수 있게 됩니다. 그 중에서도 저 말은 3)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7살 우리 아이가 내년에 드디어 학교에 들어갑니다. 우리 아이를 예로 들어보죠.

학교에 처음 들어가면 모든게 낯설고 무엇을 어디서부터 해야할지 하나도 모를 것입니다. 그런데, 이미 유치원, 어린이집이라는 network을 경험해 본 우리 아이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trusted third party가 어디 있는지 본능적으로 찾아낼 것입니다. 

예, 바로 담임 선생님이겠죠. 

8살 학교에 처음 들어간 아이에게 담임 선생님은 아마도 옆의 아이가 괴롭히면 중재를 요청할 수 있고, 물건이 없어졌을 때 하소연 할 수 있는 존재일 것입니다. 아이에게 담임 선생님은 수백명의 낯선 학생들 속에서 '나'라는 존재를 알고 있고 내가 이 학교에 소속되어 있다는 것을 인증해주는 존재로서 'trust'를 받을만한 존재입니다. 

자, 그렇다면 우리 아이는 도대체 왜 선생님에게 trust를 보일까요? 반대로 선생님이 얻을 trust의 근거는 무엇일까요? 스승의 은혜는 참 크기 때문에? 심지어, '선생님 말씀을 꼭 잘 들어야 해'라고 가르쳐 주지 않아도 아이는 본능적으로 '신뢰할만한 대상'을 찾으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이를 키워보신 분이라면 '애착형성'의 중요성을 귀에 딱지가 앉도록 많이 들어봤을텐데, 이는 반대로 아기가 그만큼 신뢰할만한 대상을 찾고 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인간은 신뢰할만한 대상이 있는 것이 생존에 훨씬 유리하다는 것을 오랜 진화 과정 속에서 체득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영유아기에는 부모나 주양육자가 그 신뢰를 (큰 노력없이도) 얻을 것이고, 처음 학교에 가면 선생님이 그럴 것이고, 친구들 사이에서는 힘센 아이, 공부 잘하는 아이, 잘 생기고 이쁜 아이 등등이 그 신뢰를 얻게 됩니다. 

그런데 우리 아이가 고등학교, 대학교에 들어갈 때쯤, 아니면 대학을 졸업하고 성인이 되었을 때쯤에는 어떨까요? 이것이 바로 blockchain에 있어 가장 중요한, 어쩌면 오직 하나의 필요한 질문입니다.


아마 제정일치 사회에서는 제사장이 그 신뢰를 받았을 것입니다. 왕정 국가에서는 왕이 받았을 것이고, 근대 국가에 와서는 대체로 '국가의 공권력'에 신뢰를 줄 것입니다. 현대 국가에서는 어떨까요? 

은행에 나의 돈을 맡기고 안심하고 있다면 '국가 공권력'을 신뢰하고 있다는 말과 동치입니다. 반대로, 모든 재산을 금으로 바꿔 집안 금고에 넣어두고 있다면 아무도 신뢰하지 않고 있다는 말입니다. 적어도 저는 대체로 '국가 공권력'을 신뢰하고 살아온 것 같습니다. 저는 개인금고도 없고 거기에 금덩이를 넣어두지도 않은 것으로 보아 확실히 '국가 공권력'을 신뢰하고 살아 왔네요. 적어도 bitcoin을 사기 전까지는요. 


자 그렇다면, 도대체 왜 '국가 공권력'을 신뢰하고 살아왔을까요? 그게 제가 생존하기에 가장 유리하고 편했기 때문입니다. 마치 종교적인 믿음처럼 애국을 해야된다거나 단일민족국가라서, 또는 건국이념이 거창해서 이런 것이 아니라 사실 그곳에 발붙이고 살고 있는 저의 생존에 가장 유리한 형태이기 때문입니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해 볼까요? 이보다 더 유리한 시스템이 없기 때문입니다. (Richard Dawkins 의 이기적 유전자는 옳고 그른 도덕적 판단과는 무관합니다. 그저 제3자적 관찰 결과의 해석일 뿐이죠.) 이보다 더 유리한 형태가 나타난다면? 아마도 저의 이기적 유전자는 저의 생존에 더 유리한 어떤 시스템이 더 편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너무 길어지니까 이 정도에서 마무리를 짓고, 미비한 부분은 다음에 이어서 쓰겠습니다. 

사람들이 '신뢰할만한 제 3자에게 나의 결정권을 위탁하는 행위'는 거의 생존 본능에 가깝게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일인 것 같습니다. 어려서는 부모님에게, 커서는 상급자에게, 성인이 되어서는 국가와 같은 시스템에게 위탁하는 형태로 말이죠. 그런데, 그 본능은 사실 그렇게 하는게 본인의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은행에 돈을 맡겨두면 내가 실수로 통장을 잃어버려도 신분을 증명할 수 있으면 다시 통장을 재발급할 수 있죠. 나의 신분은 국가에 위탁해서 주민등록번호, 지문 등으로 인증받을 수 있죠. 그렇지 않으면 나는 언제 어디서 태어나서 어떻게 살아온 누구다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마다 설명하고 인정받아야겠죠....나의 지적 능력은 학교라는 시스템에 위탁해서 학업 성적을 통해 인증받을 수 있죠.) 이렇게 어떤 제 3자를 다 같이 신뢰하기로 결정한 시스템에 속하면 그것은 굉장히 효율적이고 편리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스템에 의해 보호받는다는 감정은 유전자 깊이 박혀 있는 '생존'의 욕구에 부합합니다.

Blockchain은 이러한 '신뢰할만한 제 3자에게 위탁하는 행위'가 더 이상 안전하게 느껴지지 않을 때, '생존'의 욕구에 잘 부합하지 않는다고 느껴질 때 대중화될 것입니다. 오히려 어쩌면 좀 더 불편해짐에도 불구하고 'blockchain'을 선택할만한 유인이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빈부격차, 금융위기 이런 것들이 그런 조건으로 제시되고 있지요. 마침 bitcoin은 2009년, 즉 2008년 금융위기 직후에 시작되기도 했구요.  하지만, 아마 그것은 겉으로 드러난 편린에 불과할 것입니다. 인터넷 세대, 새로운 교육의 세대가 중심이 되는 시기에는 지금보다 훨씬 급격하고 거대하게 변화가 올 것입니다. 아마 2000년대 이후에 태어난 세대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는 시대가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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