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래핑의 습격 (무슨 영화제목같기도 하다)
각 언론마다 요즘 뱅크샐러드의 약진을 소개한다. 뱅크샐러드는 은행/카드사의 정보를 긁어와서 하나의 앱에서 보여주는 것으로 인기를 모았다. (원래는 카드 사용 패턴에 맞춘 추천이 주력이었으나)
<뱅크샐러드 앱 화면. 출처 : 홈페이지 >
실제로 써 보면 정말 편한데, 이는 각 App 에서 할 일을 하나의 앱에서 몰아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대한민국 국민 절대 다수가 비슷한 상황일텐데, 하나의 은행에서만 모든 업무를 보는 사람이 없는 점도 포인트다.
모든 고객은 복수의 은행계좌와 복수의 카드를 가지고 있고,
은행들과 카드사는 서로 협업하지 못하고 늘 경계한다.
이러다 보니, 뱅크샐러드나 토스(Toss) 같은 핀테크 업체들이 갑자기 끼어들 수 있는 거다. 사업자간의 틈바구니에 들어가서 고객접점, 채널을 확보한다.
뱅크샐러드나 토스와 같은 업체들은 '스크래핑'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단어인 스크래핑은, 핀테크 쪽에서는 보편적인 기술이 되어가는 중이다. 사용자로부터 받은 정보를 이용해서 서버가 사용자인 척, 금융기관에 로그인하여 정보를 가져오는 기술이다.
고객이야 편리하고 좋지만, 사업자 입장에서는 어떨까?
사업자는 고객을 가둬서 내 App 에서만 활동하게 하고 싶다. 그래서 열심히 모바일 App 개발도 하고 내부의 서비스도 늘리려 한다. 그런데 고객은 내 앱보다는 뱅크샐러드 같은 앱을 더 사용하기 시작한다. 은행앱이나 카드앱에 들어오는 고객들이 하는 활동의 태반은 "조회" 다. 뱅크샐러드를 쓰기 시작하면 더 이상 은행앱에 들어올 필요가 없다.
한술 더 떠서, 트래픽은 발생하는데 우리쪽의 컨텐츠(광고를 포함하여)는 노출되지 않는다. 뱅크샐러드 좋은 일 시키려고 내가 서버비를 내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생길 수 밖에 없다.
솔직히, 사업자 입장에서 이 우려는 옳다. 필자도 재직중인 회사의 입장을 생각하여, 스크래핑을 막아야 한다고 내부에서 주장하고 있었다. 고객 접점 싸움이 무엇보다 치열한 이 시점에 왠 자선사업인가 싶다. 아직 회사 내부에서는 이렇다할 반응은 없지만.
그렇다면, 금융사들이 서로의 데이터를 가져와서 보여준다면 어떨까. 현대카드 App에 접속했더니 고객이 가지고 있는 신한카드, 국민카드 정보도 같이 보여준다면 고객은 더 편리할 텐데. 업계관계자는 모두 알고 있고 공감하는 내용이나, 실제로 이렇게 될 때까지는 넘어야할 산이 너무 많다. 당장 M/S를 가지고 으르렁대는 사이니 만큼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아는 사이에, 또 모르는 사이에 무수히 많은 비즈니스 기회가 생겨나고 있다. 재미있는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