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o (48)in #sct • 5 years ago[시인의 가게] #26. 편지 속의 당신#26. 편지 속의 당신 어지러이 정리되지 않은 서랍 안에서 우연히 발견한 편지 속의 당신. 편지 속의 당신은 아직도 영원을 약속해주고 여전히 나를 사랑해주고 끝없이 나를 응원해준다. 이렇게 떠날 거였으면서... 지난 추억 속 한 장 그 안에 적힌 당신은 늘 그렇듯 웃고 있었고, 덕분에 나는…limito (48)in #sct • 5 years ago[시인의 가게] #25. 그렇게 살아왔다.#25. 그렇게 살아왔다. 누군가를 흠뻑 적실 강렬한 장대비처럼 많은 이들이 몰려드는 화려한 네온사인마냥 그랬다. 그렇게 살아왔다. 조용히, 지난날을 회상하며 오늘을 홀짝이며 마신다. 이름 모를 풀잎에 맺혀있다가 무심히 투욱 떨어지는 이슬마냥 골목길 어딘가의 무심히 지나치는 구멍가게처럼…limito (48)in #zzan • 5 years ago[시인의 가게] #24. 한가위 보름달#24. 한가위 보름달 까아만 천을 꺼내어 황금빛 실로 자수를 뜬다. 힘든 일이 있을 때 한 땀 기쁜 일이 있을 때도 한 땀 슬픈 일이 있더라도 또 한 땀 어느새 휘영청 둥근 보름달이 되고 까아만 천을 하늘에 걸어 1년에 한 번 한가위 소원을 핑계로 행복을 졸라본다. From.…limito (48)in #zzan • 5 years ago[시인의 가게] #23. 죽음의 문턱 앞에서#23. 죽음의 문턱 앞에서 어지러운 마음을 달래러 나선 밤거리, 모든 것을 잃은 듯한 발걸음은 선선해진 밤바람에도 무겁기만 하다. 지금은 내 두 눈을 어지럽히는 화려한 네온사인들이지만 멀리 올라서서 보면 따뜻한 호롱불, 내 마음을 흔드는 추억들이 된다. 죽는다는 걸 알기에 삶이 소중하다는 걸…limito (48)in #zzan • 5 years ago[시인의 가게] #22. 가시도치#22. 가시도치 불 꺼진 방 안 벽 한 쪽에 아슬하게 걸려있는 모서리 진, 백색 시계 뾰족한 시곗바늘의 째깍이는 소리만이 적막함을 없애려 노력은 한다만, 이미 차갑게 식어버린 방 안의 공기에 몸도 마음도 얼은 듯한 한구석을 차지하고 웅크린 가시돋친 고슴도치. From.…limito (48)in #zzan • 5 years ago[시인의 가게] #21. 추억이 된 기억#21. 추억이 된 기억 맑은 빗소리와 선선한 바람이 창문을 넘어 방 안으로 흐르면 침대에 누워 기억을 한 장 꺼내어 본다. 어렸구나. 예뻤구나. 참으로 풋풋했던 설익은 얼굴로 웃고 있구나. 베시시 웃는 기억 속의 너와 나를 흐르는 빗소리에 씼겨 보내고, 흐르는 바람에 날려 보낸다.…limito (48)in #zzan • 5 years ago[긴 생각 짧은 글] #1. 어머니의 10분작은 잎사귀 같던 어린 시절, 믿고 붙어있을 수 있는 곧은 줄기 같으셨던 어머니. 그 당시 일터에서 돌아오신 어머니는 언제나 10분 후에 깨워달라는 부탁과 함께 눈을 붙이셨다. 바늘 시계를 볼 줄 몰랐던 그 땐, 아버지의 전자시계를 옆에 가져다 놓고 어서 10분이 지나기만을 기다렸다. 10분 후에…limito (48)in #kr • 5 years ago[시인의 가게] #20. 백발(白髮)의 사랑#20. 백발(白髮)의 사랑 나이가 들어 매일매일이 낯설고 어제와 오늘의 끈이 이어지지 않는 때가 오더라도 볼 때마다 심장이 두근대는 손 내밀 때마다 얼굴이 붉어지는 익숙하지만 새로운 그런 사랑을, 그런 사람을. From. @limito 치매가 온 아내를 위해 매일…limito (48)in #kr • 5 years ago[시인의 가게] #19. 말줄임표 사랑#19. 말줄임표 사랑 당신이 물음표일 때 난 잠시 쉼표를 찍고, 당신이 작은 따옴표일때 난 큰 따옴표로 위로를 건낸다. 그리고, 당신이 느낌표일 때 난 그제서야 마침표를 찍는다. From. @limito 사랑하는 사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대화가 줄어들지만, 말하지 않아도…limito (48)in #kr • 6 years ago[시인의 가게] #18. 잉여 (剩餘)#18. 잉여 (剩餘) 차디찬 이른 아침, 지치지도 않은 몸을 눕혀 이제야 잠을 청한다. 바닥에 대어진 귓속엔 근처 지하철의 달그닥 달그닥 소리가 들린다. 저마다 자리를 잡은 그들이 나설때, 나는 잠을 청한다. 나 홀로 잠드는 것이 죄스러워 일어나 펜을 잡는다. 창 틈 사이로 들어오는…limito (48)in #kr • 6 years ago[시인의 가게] #17. 사랑은 사계절 같아.#17. 사랑은 사계절 같아. 향긋한 봄날의 바람처럼 당신이 내게 오고 뜨거운 여름의 태양처럼 우리는 사랑했다. 그렇게 긴 시간동안, 시간이 멈춘듯 계절이 멈춘듯. 찰나의 방심에 녹음(綠陰)조차 시들고 변하는 가을이 와 버리고, 오지 않을 것만 같았던 시리도록 외로운, 겨울이…limito (48)in #kr • 6 years ago[시인의 가게] #16. 이토록 유쾌한 날엔.#16. 이토록 유쾌한 날엔. 파란 하늘에 천사의 깃털 하나 떨어져 있지 않은 그토록 맑은 날, 비온 뒤의 서늘한 살랑바람을 맞으며 가지런히 정리된 시내의 거리를 거닌다. 방긋한 웃음으로 노란 풍선을 들고 걷는 아이를 보면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는 나지만 한 손에 들려진 조그마한 가방 속엔…limito (48)in #kr • 6 years ago[시인의 가게] #15. 이별(離別)#15. 이별(離別) 그대의 향기가 묻어있는 이불을 털어내며 심장에 스며들어 있는 그대를 털어내 본다. 책상 위에 꼽혀 있는 둘만의 사진을 걷어내며 우리가 함께 했던 추억도 걷어내 본다. 깔깔대며 함께 이름을 지었던 화분, 그 화분이 시들어가는 만큼 그대에게 남아 있던 내 마음도 시들어…limito (48)in #kr • 6 years ago[시인의 가게] #14. 끝자락의 기다림#14. 끝자락의 기다림 가을의 끝자락에서 겨울의 입맞춤을 기다린다. 연인들의 어깨는 서로를 느끼고 손바닥 마주잡고 호호 불어주며 차가움이 따듯함으로, 따듯함이 애틋함으로 번지는 겨울의 마법같은 입맞춤이 그래서, 기다려진다. From. @limito 쌀쌀한 겨울날이 다가오네요.…limito (48)in #kr • 6 years ago[시인의 가게] #13. 길(路)#13. 길(路) 찬찬히 가자. 한발 한발 내딛을 때마다 무언가를 느끼며 발 끝에도 촉을 살려 무언가를 느끼며 내가 지금 무엇을 딛고 있는지 하나하나 느끼며 찬찬히 가보자. 잘못 디뎠으면 뒤로도 한발 빼 보고 잘못 디뎌 아프면 잠시 앉아 쉬기도 하며 찬찬히 가자. 그대가 아직 향할 곳을…limito (48)in #kr • 6 years ago[시인의 가게] #12. 그리다 지운다.#12. 그리다 지운다. 잠이 오지 않는 밤, 헝크러진 침대에 누워 눈길을 창 밖으로 던진다. 까만 하늘에 점 하나, 점 둘, 점 셋... 그리고 동그란 원 하나로 그대를 그린다. 그대는 반짝이기 시작하고 베개는 젖어들기 시작한다. 어느새, 새벽 바람이 불어 점들을 지우고 아침 해가…limito (48)in #kr • 6 years ago[시인의 가게] #11. 도전(挑戰)#11. 도전(挑戰) 태초의 아이마냥 벌거벗은 맨발로 흙길을 걷는다. 첫걸음에 두려움을 떨치고 다음 걸음에 희망을 부른다. 지난 날은 엉켜있고 앞의 길은 어두울지라도 지금 내가 서 있는 두 발 밑만큼은 환하다. 벌거벗은 맨발로 딛는 흙길을, 아직은 어두운 앞의 길을, 한걸음 한걸음…limito (48)in #kr • 6 years ago[시인의 가게] #10. 그냥, 그래.#10. 그냥, 그래. 요즘은 그래. 자기 전엔 가슴이 답답하고 아침에 일어나면 온 몸이 무겁고 그래. 창 밖의 빗소리는 슬프고 창 틈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은 차갑고, 요즘은 그래. 문 밖은 밝은데 내 방은 어둡고, 그 안의 난 세상에서 가장 못 나 보이고 그래. 그냥, 그래. 그냥, 요즘은…limito (48)in #kr-pen • 6 years ago[시인의 가게] #9. 어머니의 장바구니#9. 어머니의 장바구니 땀에 젖어 색이 변한 손잡이 세월의 풍파에 닳아 해어진 한쪽 구석 기쁜 일이 있을 땐 사랑이 가득 슬픈 일이 있을 땐 위로가 가득담겨 있던, 어머니의 빛바랜 장바구니. 그 장바구니를 드시던 곱디고운 손에는 어느새 깊은 주름이 생겼지만 그 주름진 손으로 오늘도…limito (48)in #kr-pen • 6 years ago[시인의 가게] #8. 당신이 항상 그렇듯이.#8. 당신이 항상 그렇듯이. 나는 항상 당신에게, 봄날의 벚꽃같은 사랑을 주고 서랍 속 추억같이 당신을 아끼고 책 속의 명언처럼 용기를 주고 싶다. 당신이 항상 그렇듯이 말이다. 당신이 항상 나를, 뜨거운 태양같이 사랑해주고 어린 시절 곰인형같이 아껴주고 밤 어둠 속 달빛처럼 용기를 주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