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페이스북은 22억 명의 디즈니랜드가 됐다

in #kr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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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은 14년 만에 22억 명의 사용자를 보유한 소셜미디어이자 그들의 데이터를 가진 ‘거대 광고 플랫폼’이 됐다. 이 덕분에 페이스북은 돈을 벌었지만, 이 때문에 올해 잇따라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데이터 플랫폼으로서 시험대에 오른 페이스북의 문제와 이 문제가 블록체인 업계에 던지는 시사점을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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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6일 광고업체들은 ‘페이스북이 사용자 데이터를 과장해 제공했다’며 소송에 들어갔다. (image : 소송장)

페이스북, 데이터 플랫폼으로 시험대에 오르다

올해 페이스북은 미국 대통령 선거광고에 사용자 데이터가 쓰였다는 폭로, 광고 관련 데이터를 왜곡했다는 광고주들의 소송 등으로 구설에 올랐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미국 벤처캐피털 안데르센 호로비츠의 파트너 크리스 딕슨은 미국 IT 매체 브레이커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진단했다.

“뉴욕을 생각해보세요. 도로와 같은 공공재도 있고, 그 위에 내가 사적으로 소유하는 레스토랑을 지을 수도 있어요. 도로를 통해 사람들이 드나드는 만큼 사적 자산이 공적 자산에 의존하는 모양새고요. 하지만 오늘날 인터넷 세상은 디즈니랜드에 더 가까워졌어요. 만약 제가 디즈니랜드 안에 레스토랑을 차리고 디즈니 입장에서 제 수완이 너무 좋아 보이면 임대료가 오르거나 디즈니랜드 정책이 바뀝니다. 페이스북이나 구글에서 벌어지는 광경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리하자면 현재 페이스북은 사용자 데이터를 자체적으로 분석해 광고 지표를 제공한다. 광고 판매자 입장에선 페이스북이 제공해주는 지표를 믿고 따를 수밖에 없는 ‘블랙홀’에 가깝다. 한편 일반 사용자는 자기도 모르는 새 원치 않는 광고에 노출돼 광고 판매자, 소비자 모두 불편을 감수하는 모양새다.


//지난 4월 미 청문회에서 '데이터 불법 수집'에 대해 사과하는 CEO 마크 저커버그.

블록체인으로 투명성, 수익 분배 룰 바꾼다면

페이스북에 대한 양측의 불만은 블록체인 업계에서 해결하려는 ‘페인포인트(고충 점, pain point)’이기도 하다. 크리스 딕슨 또한 “규제를 통해 기존 플랫폼을 조정하는 게 아니라면 ‘더 좋은 제품’을 선보여 시장의 선택을 받아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서 블록체인에 대해 언급했다.

그렇다면 블록체인은 어떻게 페이스북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블록체인 플랫폼에 기대할 수 있는 바는 두 가지다. 하나, 데이터 거래가 투명하게 이뤄질 수 있다는 점. 또 다른 하나는 데이터를 제공하는 사용자도 데이터 거래에 참여해 수익을 나누는 게 가능하다는 점이다.

첫 번째 해법부터 살펴보자. 블록체인은 광고 소비자와 판매자 사이에 페이스북이 없더라도 양측을 이어주는 개인 간 거래(P2P) 네트워크다. 퍼블릭(public) 블록체인의 경우 데이터 거래 기록을 공개하기 때문에 광고 판매자가 페이스북을 거치지 않고 광고 성과를 측정할 수 있다. 소비자는 자기 데이터가 어떻게 거래되는지 살필 수 있다.

모바일 마케팅업체 관계자 A 씨는 “광고산업에서 블록체인 기술에 기대하는 바는 (광고) 구매자와 판매자 간의 거래 정보, 관련 프로세스가 투명하게 공유되는 것”이라며 “중간 사업자에 지급해야 했던 비용을 아낄 수 있다면 더 합리적인 광고 거래도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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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이더리움 블록체인의 경우 주소끼리의 거래 내역과 지갑 잔고를 검색해 확인할 수 있다. (image : etherscan)

또한 블록체인 플랫폼에선 일반 사용자가 정보 제공에 동의한 후 발생한 수익을 배분받는 구조를 설계할 수 있다.

데이터 거래 플랫폼 개발사 에어블록의 남성필 대표는 “일반 앱(서드파티 앱)에 블록체인 기반 솔루션을 제공해서 사용자로부터 데이터 수집을 위한 동의를 투명하게 받고 이에 대한 보상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 입장에선 (블록체인 플랫폼을 통해) 합법적으로 수집한 데이터를 구매해서 마케팅, 사업전략, 리스크 경감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며 “데이터로부터 발생한 수익 일부는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자동으로 데이터 소유자에 돌아간다”고 덧붙였다.

A 씨는 이에 대해 “페이스북 플랫폼이 블록체인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서 개별 사용자가 스스로 데이터 판매자로 전환하고, 페이스북이 중간다리 역할을 맡는다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라고 짚었다.


//과연 페이스북이 블록체인이 제시하는 ‘새로운 역할’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image : 갈다)

그러나 페이스북이 자발적으로 블록체인을 도입해 속살을 드러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블록체인판 페이스북’의 등장을 기다리게 되는 이유다.

데이터 플랫폼 개발사인 빅스터 이현종 대표는 “페이스북은 무료 플랫폼을 제공하고, 서비스 주체로서 그 안의 데이터를 쓰는 것”이라며 “유전체 데이터처럼 처음부터 개인의 동의를 받아야만 모을 수 있는 형태의 데이터 마켓을 기획해서 새로운 판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